남해안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경남 통영의 미륵산을 찾았다. 이곳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이 충무공이 머물던 한산도뿐만 아니라 멀리 대마도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무주를 지나 함양의 지리산 자락을 넘자, 곧 통영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반긴다.
비가 온 뒤라서 들녘의 논에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간간히 이앙기로 모내기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흰 모자를 꾹 눌러 쓰고 고향의 물결이 넘실대는 들녘에서 초록의 물감을 풀어 놓는 그들의 모습은 고향 아저씨를 만난 것처럼 정겹기만 하다.
통영 시내를 가로 질러 미륵산 케이블카 승차장에 이르자 길가에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미륵산에 오른 모양이다. 미륵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쉬지 않고 올라 가고 곱게 차려 입은 상춘객들이 케이블카 타는 곳에 줄지어 서 있다.
이곳 케이블 승차장에는 통영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2층 전망대와 비교적 넓은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주차장은 이미 관광버스로 만원이다. 사람들로 북적되는 매표소 입구에는 백만 명 돌파라는 큰 플래카드가 펄럭이며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봉수대에 오르자, 통영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가 섬 사이로 강처럼 길게 이어지고 흰색의 건물이 가득 들어선 통영 시내 모습은 그리스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처럼 아름답다.
오월의 연초록 나뭇잎이 싱그럽게 물들어 있는 미륵산, 바닷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어디선가 날아온 아카시아 향으로 마음은 어릴적 뒷동산에 와 있지만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매섭다. 따뜻한 오뎅 국물이 간절하다.
미륵산 정상에서 해지는 남해 바다를 바라보자 바다는 금빛으로 출렁이고, 미륵산 아래 마을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다름 아닌 다랑논의 모습이다. 이제는 경지정리가 모두 되어 있어 옛 다랑논을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오늘 다랑논을 보자 감회가 너무 새롭다. 더구나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이 가득 담겨져 있는 다랑논은 누가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멋진 모습이다.
비뚤비뚤한 논두렁,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옛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논두렁은 반듯하지 않고 구부러져 있을까? 논을 일구다 보면 자연적인 지형 탓도 있겠지만 한 평이라도 땅을 더 늘리려는 농부들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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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찍는 모습 다락논을 찍기 위해 모인 사진 동호회원들이 멀리 보이는 다락논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 |
ⓒ 임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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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넓게 펼쳐진 다랑논, 구름을 열어젖히고 나타난 햇님이 맑은 햇살을 다랑논에 쏟아내면 황금색의 멋진 풍경화가 그려진다. 그 모습에 반해 찬바람의 추위도 잊고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시내와 바닷 풍경도 아름답지만 모내기철에 물이 가득 담겨진 다랑논의 모습은 어디 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