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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의 달 현충일을 맞아,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국립묘지를 다시 떠올려본다. 국립묘지는 나라와 겨레의 성지라 할 수 있다. 그곳에 묻혀있는 분들의 면면만 둘러보아도 국가의 정체성을 선연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과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된 바데로 항일 '민족자주독립'의 3.1정신과 4.19혁명의 '민주정신'으로 요약 설명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족을 배반했던 친일반역도들과 민주주의를 파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아온 독재의 무리들이 역사적 심판의 거름 과정도 없이 뻔뻔스레 국립묘지 양지바른 명당을 차지하여 누어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대표적 인물 중 한사람이 김창룡이다. 일본 관동군의 헌병으로 독립 운동가를 고문하고 독립군 토벌에 악명을 떨치던 그가 광복 후 다시 이승만에 빌붙어 민족세력을 무자비 학살, 이승만 독재 권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주구 역을 톡톡히 했다. 안하무인 날뛰던 그는 자신의 부하에 의해 살해돼 밖에 묻혀 있다가 김영삼 정부 말기에 슬그머니 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 그곳에 계신 순국선열과 호국영현들에 대해 너무나 민망스럽고 불경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이끌며 일평생 항일독립투쟁에 헌신했던 백범 김구선생께서 미군정하의 대낮에 암살당하여 효창공원에 묻혀있다. 친일매국노들과 이웃하지 않고 있음이 다행이라 여기지만, 그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을 것이다. 조국광복과 더불어 엄중처단 되었어야할 반역도들이 적반하장 부와 권력을 걸머쥐고 대물림하여 수구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스럽겠는가?

반민족, 반민주, 반통일의 사대주의자들이 세상을 장악하여 민족적 자존심은 땅에 떨어지고 가난하고 힘없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실종된 천민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니 얼마나 실망스럽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상황을 타파코자함에 이른바 주류 세력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개의치 않았다. 진실과 정의의 갑옷을 입은 그는 초지일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루고자 꿈꾸어왔던 자주독립된 민주국가로서의 자존심을 드높이고 통일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초석을 닦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했다.

부당하게 편중된 부와 권력을 본래 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온힘을 쏟아 도전했다. 친일독재 세력에 의해 저지러진 불법 학살의 과거사를 진실의 잣대로 정리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룩함으로서 우리나라 민주발전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불의한 협잡권력은 뭣이 그리 두려웠던지 그를 참을 수 없도록 처절히 괴롭혀 그만 한 떨기 낙화되어 슬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추모의 물결에서 보았듯이 그는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꿈꾸어온 세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겨레 모두가 인간답게 당당히 살아가기를 갈망했던 서민대통령 노무현의 숭고한 뜻을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 그의 죽음이 역사 속에서 부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민주의 대광장이 될 그의 묘지와 기념관 건립이 그 첫 번째 과제다. 역사적 이 대사역에 국민들이 애정과 정성을 담아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하자. 가능하다면, 별도로 묘지를 조성하지 말고 기념관을 건립하여 그 안에 안치함이 좋을 듯싶다. 그의 생전 모습대로, 엄숙 경건 육중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누구나 가까이 쉽게 다가가 함께 노래하고 만지며 묵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평장으로 묻고 그 위에다가 앉아 있는 모습의 동상을 세우면 어떨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선생의 기혼을 계승하여 세세무궁토록 국민의 사랑받는 민주의 전당이 될 것이다. 내년의 서거 일주기와 현충일에는 효창공원의 김구선생 묘에서부터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까지 민족정기와 민주정신으로 잇는 인간 띠를 만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

덧붙이는 글 |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공동상임대표입니다. 경향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국립묘지#친일#민주 광장#노무현#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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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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