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자전거를 타고 집인 인천에서 수원까지 당일치기로 왕복한 적이 있습니다.
경기민언련에서 블로그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달라서 달려갔었습니다.
2시간 넘게 주절대고 땅거미가 내려앉은 뒤 수원을 빠져 나와 다시 42번국도를 타고 안산-시흥을 거쳐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 극심한 허기와 추위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2월이면 아직 날이 추워 밤바람에 자전거 핸들을 잡은 손가락이 곱을 정도였습니다.
그 때 간절했던게 바로 라면과 김밥이었습니다. 허나 삭막한 42번국도에서 김밥집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편의점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컵라면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결국 인천과 가까운 시흥의 한 마을을 지날 때 김밥집을 발견하고는 지치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 뛰어 들어갔습니다. 안경에 뿌연 김이 서렸고, 따뜻한 엽차로 몸을 녹인 뒤 라면과 김밥을 주문했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신기했던지, 아주머니는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며 낯선 방랑자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와 이야기 나누는 사이 주문한 김밥과 라면이 나왔고, 정말 게 눈 감추듯이 그릇을 비워버렸습니다.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짧은 자전거 방랑길에서도 그랬지만, 김밥과 라면이 없다면 먼 길이라도 자전거만 타고 다니는 고집센 백수 방랑자에게는 쉽지 않을 길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몸을 녹이고 배를 채운 뒤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참 김밥 한 줄에 천원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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