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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양남(高陽男)님.

고양의 '노무현 추모제'에서 우리 봤지요? 그곳(고양시 장항근린공원)에서 제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저자 사인을 하고 있는데 고양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저 10만인클럽에도 가입했습니다. 사인을 '13XX번째 10만인클럽 000'이라고 해주세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 전에 사인을 받아간 분들도 10만인클럽에 가입했다고 인사를 한 분이 더러 있었지만 몇 번째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고, 그것을 사인 속에 넣어달라는 분은 님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둘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청했지요.

고양님때문만이 아닙니다. 저는 그날(12일) 고양 시민들 때문에 감동했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이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성공적인 추모 문화제가 가능하게 되었을까? 행사 시작 두 시간 전까지 비가 사납게 뿌렸는데 4천여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모이다니. 놀라운 것은 모인 숫자보다도 그날의 작품을 연출한 시민들의 힘이었습니다.

내용적으로도 알찼던 그날의 추모 문화제를 위해 시민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무대설치 등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행사비용의 모금에 동참하고, 친구와 이웃의 손을 잡고 현장에 나왔던 것입니다. 그들은 공연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삼삼오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시국토론을 했습니다. 가슴에 '꼭 투표합시다'라는 배지를 단 사람도 여럿이었습니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대로 살라'로 명령하셨습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콘서트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궂은 날씨에도 4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근린공원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양시민 추모콘서트 '천 개의 바람이 되어'. 궂은 날씨에도 4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 여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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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날의 추모 문화제를 3시간동안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 정답이다!

서울광장이 아닌 동네에서, 하룻밤의 축제가 아닌 일상 속에서, 깃발 대신 이웃과 가족의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꿔나가자. 거리에서 경찰과 맞서는 소모전이 아닌 우리 안에서 게으름을 이겨내며 공부하면서 세상을 바꿔나가자.

<오마이뉴스>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인 지난 7월8일 10만인클럽 희망선언을 한 것도 그 고양의 모델과 닮아 있습니다. 독자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니까요. 뉴스의 생산, 소비뿐 아니라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물리적 토대인 수익모델도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2002년 대선, 2004년 탄핵, 2008년 촛불, 그 가장 뜨거웠을 때만이 아닌 일상 속에서 <오마이뉴스>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 큰 광고주의 한 건, 한 번의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추모 문화제 현장에서 저는 자신감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요. 그것은 우리가 이 정도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어디에서 샘솟고 있는 것일까,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였습니다. 역사에의 동참에 대한 자부심이었습니다. 지난 두 번의 민주정권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구현시켜온 시기였고 그것을 만들어내는데 자신도 동참했다는 것에서 그 자신감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10만인클럽 희망선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림이 어려우니 도와주십시오, 이건 아닙니다. 그것 때문이라면 동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지난 10년간 <오마이뉴스>가 여러분이 월 1만원을 지불할만한 가치있는 보도들을 해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 모두를 만족시킬만큼 우리가 성숙하지도 않았고, 충분하지도 않지만, 실수도 많았지만, <오마이뉴스>는 월 1만원의 정기구독료를 낼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희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1만원, 유명 브랜드 커피 두 잔 값입니다.

지난 첫번째 '희망선언'에서 저는 "여러분이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제대로 살겠습니다"했는데, 많은 분들이 "제대로 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7월 8일 오후 3시경 10만인클럽을 시작한 이후 어제(14일) 밤 12시까지 총 4242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셨습니다. 기존 자발적 정기구독 회원을 제외하면, 약 3300여명이 새로 동참하신 겁니다. 초기에 예상보다 많은 호응에 저희도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고양남씨를 비롯해,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양남씨,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동참해주십시오" 할 때, 그것은 구걸도 앵벌이도 아닙니다. 그것은 수세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세적입니다. 구시대 수익모델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의 혁명을 함께 이뤄보자는 호소입니다. 전세계 인터넷매체 중 그 누구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가 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권력과 자본의 압력과 장난에도 끄떡하지 않은 참언론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 시대의 막내 노릇을 하게 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집권 초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을 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2000년 <오마이뉴스>를 창간할 때 전통적 저널리즘과 결별을 선언하고 모든 시민이 기자인 시민참여 저널리즘 시대를 열겠다고 했습니다. 수익모델 측면에서도 종이신문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발적 유료화, 컨텐츠 판매 등이 큰 수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몸부림쳤지만 어느새 기업의 광고수입이 전체의 70-80%가 되는 구시대적 모델을 그대로 닮아갔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의 최고경영자로서 그동안 제대로 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구시대의 막내는 저로 끝내야 합니다. 광고주가 예산이 없어 광고를 주기 어렵다는데 그 앞에서 머리 조아리는 것은 저로 끝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뉴미디어다운 새 모델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제2의 창간입니다.

고양남씨,
고양의 그날 밤은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꿈을 꾸었습니다.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 되는 날, 그날까지 동참한 10만인클럽 회원과 그 가족들을 모시고 제2창간을 선언하는 콘서트를 여는 것을 말입니다. 시민의 힘에 의해 자립하는 인터넷매체의 탄생, 그 혁명을 자축하는 콘서트. 그 꿈이 이뤄지는 날, 꼭 초청하겠습니다. 오시겠지요?

(당분간 계속될 <10만인클럽 희망선언>은 원칙적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실립니다. 이 란에서는 한 주간의 경과를 말씀드리고, 10만인클럽의 취지를 추가 설명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 실릴 <10만인클럽 희망선언3>은 '10만인클럽은 단순 수익모델 혁신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조직의 혁신, <오마이뉴스> 독자의 참여방식의 혁신을 요구합니다'입니다.)


태그:#노무현,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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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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