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품발표회는 여러가지로 뜻 깊다. 왜냐하면 단순한 작품발표만이 아니라 비문해 어르신들 자서전들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1인 1책 펴내기를 활용해서 발간을 했기 때문이다. 전시기간도 처음 계획된 1주일에서 더 연장하기로 했다.
발간기념 행사에서 한 분이 고운 한복을 입고 눈을 적시며 소감을 말하셨다.
"70세가 되어서 글을 배운다는것이 참 영광스럽고, 이렇게 책까지 발간되어 너무 고맙고 기쁘고 그리고 글이 부끄러워 미안합니다"라고 하셨다.
비문해 어르신들 자서전을 읽어보니 내용들이 참 소박하고 정겹다. 20세에 시집을 가서 첫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군대를 간 남편이 복무중 사망해 유복자인 아들을 낳고 평생을 그렇게 사신 김정순 어머니는 '꽃을 사랑하거든 꽃이 되어라'는 책을 발간하셨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받아쓰기를 하면 100점을 못 받는다. 잘해보려 해도 뇌세포가 혼자 애를 쓰다가 죽어버린다'에선 천진무구한 동심이 느껴져 절로 웃음이 나왔다. 또한 ' 70평생 못 배운 글을 이제야 배우니 너무 좋다. 말도 안되고 쓸 줄 모르는 글들이 책이 되어 나와 너무 행복하면서도 미안하다는 진솔한 글귀는 절로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큰 행복>이란 책과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내 뱃속에도 아들씨가 있었네>는 내용은 참 정겹다. 문학적인 기법과 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살아온 체취가 진솔한 무명, 삼베처럼 그렇게 드러나 있다.
선도 안 보고 사진만 보고 시집을 가신 어머니의 애환과 내리 딸들만 줄줄이 낳아 어른들로부터 아들씨가 아예 심어질 수 없는 뱃속이라고 구박을 당하시다 아들을 낳고 감개무량하신 심정이 절절히 있는 그대로 표현된 글들도 참 진솔하다.
어떤 분은 비문해반에서 공부를 하다가 여름방학이 되었는데도 똑같이 평소와 다름없이 공부하러 오셨다가 "아차! 오늘부터 방학이었지!" 하고 되돌아가신 에피소드를 기록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요즘 사람들이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자서전들에는 오직 첫째도 가족, 둘째도 가족, 셋째도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이 땅 엄마들의 숨결들이 살아있다. 비록 70세에 글을 깨쳐 문장이 다소 서툴지만은 우리들이 잃어가고 있는 그러한 따스한 심성들이 고운 단풍처럼 잔잔히 깔려있다.
우리들이 이 다음 한 세상 다 산 뒤 꼽을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일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땅의 여자들이 과연 몇 이나 될까?
때로는 약점과 모자란 점들이 그대로 보이지만, 그래서 마음에 오히려 약이 되고 모자란 곳들은 우리들이 정감으로 채워가면서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다. 꼭 문학을 좋아하거나 전공하지 않아도 이렇게 삶의 향기들을 남기어 나눈다는 것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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