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재 마을, 상머슴의 큰아들 돌이(乭伊)
열다섯 살에 ***대동아 전쟁 싸움터에 나갔다가,
칠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네.
돌 속을 일렁이는 달빛 되어 돌아왔다네
일제강점기 때 학도병으로 끌려가서
미제 폭격기에 몸뚱이가 산산 조각 난 돌이가,
부모 형제 친척들 세상 버린지 오래인데 한 많은 현해탄 건너,
돌 속을 일렁이는 별빛 되어 돌아왔다네.
출격전 날 고향 땅 향해 삼배하고
싹둑 쇠가위로 자른 머리 몇 올과
손톱 발톱 잘라 넣어둔 편지함 안고서,
돌 속을 일렁이는 바람이 되어 돌아왔다네.
초가 지붕 위에는 개망초풀이 한 자(30cm)나 자라 있고
멧돼지 내려와 쑤집고 다니는 안마당에는 들아욱이 자라있고...
오래된 흉흉한 돌무지들 겹쳐 있는,
돌이의 첫 사랑 울며 불며 옷깃 잡던
그 하얀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고샅길 허공 속을
한 점 부석(浮石) 속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 돌아왔다네.
낮이면 해를 따라 맴돌고,
밤이면 달을 따라 맴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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