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주기 추모의 날에는 못 뵐 것 같아 오늘(13일) 당신을 찾았습니다. 들어오는 길 옆 네모진 노변 석에는 갖가지 그림들이 줄지어 그려진 것을 보았습니다. 오리새끼들이 종종 걸음을 치고, 종이비행기가 날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해바라기가 피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도 나옵니다.
5월의 싱싱한 나무들이 부엉이 바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태양은 따스하게 대지를 데우고 있습니다. 그 밑에 누우신 당신은 말이 없습니다. 바깥에서는 오뉴월에 때 아닌 북풍이 몰아치는데 당신이 한마디 하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1주기 기일이 열흘이 채 남지 않았는데 당신의 안식처 단장은 마무리를 못하고 있군요. 1만 5천명의 시민들이 제공한 바닥돌(박석)을 봅니다. 깔려있어야 할 바닥돌 중 아직 쌓여있는 돌이 많습니다. 단장 공사가 늦어진 건 당신 탓은 아니지요. 그러나 공사인부들을 나무라지 마세요.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당신은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가셨습니다. 당신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 했습니다. 바닥돌이 다 깔려질 쯤에는 당신이 꿈꾸던 세상,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이 올까요. 당신은 우리들의 영원한 대통령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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