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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텃밭의 배추들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
 유치원 텃밭의 배추들을 돌보고 있는 아이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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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배춧값은 유치원 애들도 걱정하는 일이 되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텃밭 강의를 진행하는 나는 지난 9월 말, 20여 명 정도의 유치원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배추김치 있는 집, 손들어 보라" 했더니 2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만 손을 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엄마한테 들었다고 했다. 오히려 총각 선생님은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렇게 뜨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저씨는 부지런해서 배추도 심어놓고 얼마나 좋아"

 옥상텃밭에도 배추들이 자라고 있다.
 옥상텃밭에도 배추들이 자라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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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 아들아이가 다니는 강원 원주 대안학교 텃밭에 700포기 정도의 배추를 심었다. 이처럼 값이 오를 거라는, 어떤 계산에 의해 심은 것은 아니고, 밭을 놀리는 것이 아까워서 일단 심어 놓기만 한 것이다.

모종을 심을 때만 해도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으로 쓰고, 또 학부모들에게 나눔을 하고도 배추가 남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배춧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또 이것이 김장철까지 갈 것 같아 요즘은 텃밭의 배추를 보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사실 올해부터 우리 집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 그리고 이에 대비해 배추 모종을 심었다. 지난 추석 때 어머니가 김장에 쓸 햇고추가루를 들고 오셨는데, 어머니께 "김장배추는 내가 대 줄테니 걱정마시라" 했다. 채솟값이 이리 뛸 줄 몰랐던 터라, 올해는 특히 농사짓는 보람을 크게 느끼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노지 텃밭 외에도 옥상에 배추, 무, 쪽파를 상자 텃밭에 심었다. 아침마다 옥상에 올라가면 옆집 할머니가 창문을 열고 인사를 건넨다.

"아이고, 아저씨 배추가 얼마나 비싼지 몰라. 그래도 아저씨는 부지런해서 배추도 심어놓고 얼마나 좋아 그래."
"안녕하세요. 배추 값 때문에 다 난리네요. 옥상에 배추 안 심으셨어요?"
"이제는 늙으니까  힘들어서 못 해. 아무것도 안 심었어. 그냥 뭐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조금 전에 500원 올랐어요. 더는 이 가격에..."

비단 할머니의 기우만은 아니었다. 며칠 전, 아내와 같이 동네 인근의 재래시장을 찾았다. 채솟값이 많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아내는 한 포기에 1만 2천원 하는 배추 가격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놀란 표정이다. 주인도 배춧값 물어보는 것에 지쳤는지, 가게마다 배춧값을 종이에 써 붙인 곳이 많았다.

시장통 끝까지 갔는 데도 장바구니에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다시 뒤돌아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그나마 1천원이라도 쌌던 가게로 다시 돌아갔지만 끝내 배추는 담지 못했다. 얼갈이 두 단을 담으면서 7천원을 건넸다. 주인이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아까 가격 물어보고 갔었죠? 손님만 이 가격에 드리는 겁니다. 조금 전부터 한 단에 500원 올랐어요. 우리도 어쩔 수 없어요. 오르는 대로 팔아야 하거든요."

콩나물, 두부 등 몇 가지를 더 장바구니에 담아서 돌아오면서 아내는 시장물가를 보니 살림하는 사람들이 힘들겠다며 올해 김장 담글 배추는 충분하냐고 물었다.

"더 이상 날씨 변수만 없다면 잘 될 거야. 김장배추 걱정은 하지 마시오."

배추가 자라고 있는 옥상 텃밭에 올라가서 배추들을 꼼꼼히 살폈다. 텅 빈 동네 옥상들을 바라보면서 내년에는 저곳에도 녹색의 작물들이 자라나는 텃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해 만튼 상자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해 만튼 상자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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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로폼 박스에서 자라고 있는 쪽파
 스티로폼 박스에서 자라고 있는 쪽파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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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에서 자라고 있는 부추
 기타에서 자라고 있는 부추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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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배추#김장#옥상텃밭#쪽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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