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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병상 하나를 장만하여 집의 거실에 들여놓았습니다. 요양병원에 계신 노친이 가끔 잠깐씩 집에 와서 머무실 경우와 퇴원 이후를 생각해서 마련한 병상이지요. 노친의 방에는 두껍고 무거운 전기매트가 있어서 그걸 치울 데도 마땅치 않고, 병상을 들여놓으면 방이 너무 좁아지는데다가 우리 부부의 눈과 귀에서 멀어지는 문제도 있어서 병상을 굳이 거실에다 놓게 되었지요.

 

 

그런데 몸이 완쾌되어 7월 5일 퇴원하신 노친은 집에서도 병상에서 생활하기는 싫다고 하셨습니다. 병상이 없어도 괜찮다고, 방바닥에 앉고 일어서고 하는 것이 좀 힘들긴 하지만 그것도 차차 몸에 익을 거라고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이면서도 병상 때문에 거실이 좁아져서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을 염려하시는 노친의 뜻이 워낙 완강하여 결국 병상을 처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노친의 뜻에 따라 노친이 계시던 요양병원에 기증하기로 하고, 요양병원에 전화로 병상 기증 의사를 표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저녁때까지 병상을 가져가지 않아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담당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출타를 했다며 다음날 일찍 가져가겠다는 말이 왔습니다.

 

그날 밤, 노친께서 팔과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방바닥에 앉고 일어서는 동작을 거듭하다 보니, 팔과 다리에 가지 않던 힘이 갑자기 가게 된 연유로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허리까지 아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도저히 병상을 이용하지 않고는 살지 못할 것 같다는 호소였지요.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던 아들 녀석과 함께 즉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방의 전기매트를 들어내고 병상을 들여놓았습니다. 병상 양 옆으로 장롱문도 열 수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좁은 공간이 생겼습니다. 작은 방에 있던 가벼운 전기 매트를 병상 위에 올렸습니다. 그 병상에서 노친은 아무 때고 마음대로 쉽게 일어서고 앉고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요양병원의 담당 직원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병상을 처음 약속한 날에 가져가지 않은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문득 '하느님께서 또 한 번 개입해 주셨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한때 일어서지도 못했던 노친은 두 다리로 움직이시고, 식사도 잘 하시고, 특별히 불편한 데 없이 잘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런 노친과 노친 방안의 병상을 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곤 합니다. 작은 범사에도 감사하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덧붙이는 글 | 천주교 대전교구 24일치 <대전주보>에 실린 글을 보충했습니다. 


#노친 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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