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11월 21일) 홍천에서 임시로 거쳐하는 스님의 방에서 몇 시간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벽에는 바랑과 법복 두어 벌이 걸려있고, 바닥에는 책 몇 권이 놓여있었습니다.
제가 한참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평소 책상으로 사용되었음직한 평상위에 모셔진 불상이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붓다동상은 냅킨 몇 장이 대좌臺座를 대신하고 있었고 연꽃문양이 그려진 기와 한 장을 그 불상 뒤에 놓는 것만으로 광배光背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삼일 째 그 방에 유숙하고 있는 그 스님은 어떤 종단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으며 거쳐하는 절이 따로 있는 분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는 길 위의 스님입니다.
불법에 정진하기보다 불당을 짓는데 더 마음을 쓰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속가俗家를 떠나 불문에 들고도 세속의 욕심을 속가에 두고 떠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집도 절도 없는 이 스님의 무욕이 존경스러운 것은 진정으로 욕기慾氣를 다스릴 줄 안다는 것입니다.
모시는 불상의 크기나 대좌와 광배의 호화스러움이 결코 큰스님을 만드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이 소박한 밥상위의 법당만으로도 마음공부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 분은 며칠뒤 그 작은 불상과 기왓장을 바랑에 담아 다시 길 위에 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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