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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줍는 일을 거의 끝내가고 있는데 갑자기 헬기가 나타났다. 헬기는 두 대였고 머리 위에서 돌면서 우리를 살폈다. 헬기에서 나오는 초록색 빛이 보였고 헬기가 위로 날더니 곧 우리를 향해 로켓포를 쐈다. 로켓포 한발은 내 옆의 나무에 떨어졌고 나뭇가지가 내 위로 떨어졌다. 내 오른손에 파편이 박혔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가 나를 가려준 덕분에 헬기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가족들을 위해 동네 친구들과 함께 난방용 땔감을 주우러 갔다가 친구들은 모두 죽고 혼자만 운 좋게 살아남은 11살 헤마드의 얘기다. 헤마드는 헬기가 친구들을 한 명씩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 화요일(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인 쿠나르 주에서는 나토 연합군의 공중 포격으로 어린이 9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헬기는 땔감을 줍고 있던 아이들을 반군으로 오인해 공격했고 10명의 아이들 중 헤마드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죽은 아이들은 9~15세 사이로 두 집의 경우는 형제들이 같이 희생됐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나토 연합군에 의한 최악의 오폭 사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나토 연합군의 데이빗 페트라에우스 사령관은 사건 다음 날 이례적으로 희생자 가족들과 아프간 정부에 사과했다.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하고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 가장 중요하게는 오폭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가족에게 사과한다."

 

페트라에루스 사령관은 덧붙였다.

 

"이번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런던에서 돌아오면 개인적으로 사과하겠다."

 

그는 헬기 대원들에게 민간인 피해를 "절대 최소화"하도록 지시했었다면서 실수한 군인들이 징계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연합군에 의해 희생당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

 

나토 연합군이 민간인 사망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나토 연합군과 탈레반 반군에 의해 한해 수천 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다. 그런데 나토 연합군 사령관이 신속하게 사과를 한 이유는 희생자가 모두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사과"를 언급한 것은 연합군의 작전은 정당했으며 전쟁 상황에서는 설사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프간 전쟁은 수렁에 빠져 있다. 탈레반 반군은 시간이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나토 연합군이 소탕 작전을 강화하면 할수록 민간인 희생이 늘고 있다. 민간인 희생 문제는 아프간 정부와 연합군 사이에 냉기류를 형성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쿠나르 주의 와히디 주지사는 며칠 사이에 64명의 민간인이 나토 연합군과 아프간 보안군의 공동 작전으로 사망했으며, 그중 20명이 여자고 15명이 어린이라고 말했다. 이때 희생당한 아이들도 땔감을 줍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연합군은 아프간 정부가 밝힌 민간이 희생자 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민간인 희생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나토 연합군이 민간인을 희생시킨 사건이 있은 후 10일 만에 또 다른 사건이 같은 지역에서 일어났다며 강한 어조로 나토 연합군을 비난했다.

 

민간인 희생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국제단체들은 2010년이 민간인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죽음의 해'였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일 아프간 전쟁을 감시하는 단체인 아프가니스탄권리모니터(Afghanistan Rights Monitor/www.arm.org.af)는 2010년 한해 아프가니스탄 전국에서 2421명의 민간인 사망자와 327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보다 20% 증가한 수치로 매일 6~7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8~9명이 부상당했음을 의미한다. 사망자 중 63%는 반군에 의해, 그리고 21%는 나토 연합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12%는 아프간 정부군에 의해, 그리고 나머지 4%는 알 수 없는 공격에 의해 사망했다.

 

미군과 나토군은 대테러 전쟁이 결국 아프간 사람들에게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민간인 희생자 수를 보면 아프간 전쟁이 얼마나 무모하고 무책임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한 해 동안 민간인 2천 명 이상이 포탄과 총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그러나 통계는 한 명 한 명이 목숨을 잃을 당시의 상황, 그들의 삶이나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공포에 싸인 마을 사람들 등 죽음과 관련된 상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사망한 군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까지 눈을 돌린다면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대한 증오와 복수극으로 시작한 전쟁이 가져온 결과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아프간 전쟁, 10년... 여전히 포탄·총알은 아이들 목숨까지 겨누고 있다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탈레반의 자살폭탄 테러도, 나토 연합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도 더 이상 세계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매일 전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전쟁의 장기화 속에서 더 이상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 나토 연합군, 탈레반 반군 모두 아프간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포탄과 총알은 아이들을 목숨까지 겨누고 있다. 

 

현재 아프간 전쟁은 나토가 주도하는 국제안전지원군(ISAF)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국제안전지원군은 48개 국가가 파견한 13만2천 명의 군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미군 숫자는 7만8천 명이다. 한국은 270명의 군인을 파견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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