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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곳이 텃밭이다. 이는 시골이나 집 안에 작은 정원을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며 꿈엔들 생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문 하나만 열고 나가면 바로 텃밭으로 연결되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오랫동안 바라온 생활이다.

 세평 텃밭에 22가지의 식물이 자라나고 있다.
 세평 텃밭에 22가지의 식물이 자라나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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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고 나가면 새들이 나무나 담벼락에서 지줄대고, 집 앞 실개천에서는 시냇물이 절절 휘돌아치며 흘러내린다. 얼룩백이 황소의 울음소리는 없지만 정지용의 <향수>처럼 꿈엔들 잊힐 수 없는 곳이다.

블루베리 꽃에는 나비와 벌들이 웅웅거리며 날아와 꿀을 빨아댄다. 한 웅큼의 보리지만 오월의 햇빛을 받아 실답게 이삭이 영글어가고 있다. 양파의 잎은 마치 러시아 게처럼 팔을 벌리며 쭉쭉 뻗어나가고, 텃밭 가장자리에 심은 강낭콩이 흰 꽃을 곱게 피우며 열매를 맺어주고 있다.

 블루베리꿀을 빨아먹고 있는 벌
 블루베리꿀을 빨아먹고 있는 벌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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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이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줄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녀석들은 줄기를 하늘로 뻗히더니 감고 올라갈 대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라, 내가 널 휘감고 안아주마."

강낭콩은 마치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그러더니 녀석들과 상당히 떨어진 블루베리 나무를 휘휘 감고 올라가질 않겠는가. 깜짝 놀란 아내가 블루베리 나무를 좀 더 멀리 띄어 놓았다.

 튼실한 열매를 맺어주는 강남콩
 튼실한 열매를 맺어주는 강남콩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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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염치도 없군요. 틈만 나면 휘감아 오르려고 하니 말이에요."
"흐음, 식물들도 의지할 사랑의 대상을 찾는가 보오."

나는 강낭콩 사이에 대나무로 지주대를 세우고, 거기에다가 철사 줄을 묶어 녀석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었다. 그렇게 해놓으니 녀석들이 똑바로 하늘로 올라간다. 그런데 이렇게 열매가 줄줄이 열릴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줄기마다 주저리주저리 지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열린다. 조금 있으면 열매가 무거워서 다른 조치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

 모종을 한 가지에 핀 꽃
 모종을 한 가지에 핀 꽃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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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의 노란꽃이 귀엽다
 토마토의 노란꽃이 귀엽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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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모종을 한 가지에도 보랏빛 꽃이 피기 시작하고, 토마토에도 노란 황금빛 꽃이 피기 시작한다. 세 그루의 고추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담장 밑에 심은 호박도 싹이 돋아나 힘차게 자라고 있다. 그러나 3일 전에 산에서 옮겨 심은 도라지는 어쩐지 힘을 받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다. 그렇다고 물을 많이 주면 썩어버린다고 하는데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시멘트 틈을 뚫고 자라나는 메꽃
 시멘트 틈을 뚫고 자라나는 메꽃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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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내가 관심을 쏟는 식물이 있다. 그것은 시멘트 계단에서 솟아나고 있는 메꽃이다. 녀석은 시멘트가 벌어진 틈에서 싹을 돋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잡초들도 시멘트 틈새만 있으면 정신없이 자라나곤 했는데 잡초들은 다 뽑아버리고 메꽃만 남겨두었다.

이제 제법 줄기도 길어졌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돌거북이 있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대나무 가지로 지주대를 세워주었다. 녀석의 보랏빛 꽃이 피어주기를 기대하며….

"정말 텃밭을 늘리기를 잘했어요."
"이젠 발 딛을 틈이 없으니 더 이상 심을 생각을 말아요."
"그래도 저기 틈이 있잖아요. 조금 있으면 보리타작을 해야겠어요."
"하하하, 보리타작이라? 정말 그래야겠군…."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을 그 무엇에다 비기랴! 비록 흙을 손수레로 실어나르느라 땀 좀 뺐지만 텃밭에 심어진 채소와 꽃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싱그럽게 자라나주는 녀석들이 그저 고맙기만하다.


#텃밭을 가구는 즐거움#구례#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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