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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단어다. 우리나라를 흔히 '안전불감증'의 나라라고 한다. 막상 "사고(참사)가 발생해야 되돌아본다"는 의미다. 나라에 외침이 없고 치안이 잘 돼 있다면 그 다음은 국민의 안전이다. 안전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119다. 그만큼 119대원들, 즉 소방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방의 업무는 화재진압, 구조, 구급이다. 소방서비스의 범위는 화재예방 및 진압은 물론 다양한 유형의 일상적 사고와 대규모 재난관리 서비스, 그리고 국민의 각종 생활민원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포함해 점점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들 소방서비스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해 있는 현장 중심이다.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공복으로 인정받아 믿음을 주는 '국민의 안전지킴이'인 119대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안위는 보장받지 못했다. 119대원이 안전해야 국민이 안전함에도 정작 119대원들의 안위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현장경험이 부족한 소방서장 탓이다.

"119현장대원들의 현장 활동 중 순직 대부분은 현장 경험 없는 지휘관 탓"이란 말이 회자된다. 이 말은 "119현장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경험이 많은 소방서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현장경험이 많은 소방서장이 있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시간대별 조치사항(영월소방서에서 강원소방본부로 보낸 서류)
 시간대별 조치사항(영월소방서에서 강원소방본부로 보낸 서류)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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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경험이 최우선인 조직이 되어야 소방 본래의 목적인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현장경험 많은 소방사 출신이 소방서장이 될 수 있도록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과감하게 특진, 근속 승진되도록 인사체제를 개방해야 한다. 다음은 소방서장이 현장경험이 부족해 부하인 119대원들을 순직하게 한 사례다.

소방서장의 현장경험 부족으로 119대원을 순직하게 한 사례

[사례1] 지난 6월 25일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 배리골 계곡에서 어린이 익수신고를 받고 잠수수색 활동 중 급류에 휘말려 구조대원이 순직했다. 영월소방서에서 강원소방본부에 보고한 '시간대별 조치사항' 서류에 의하면 영월경찰서 상황실에 익수사고(여3세)가 접수된 시간이 오전 9시고 그 시간에 영월소방서 구조대(3명) 구급대(2명) 현장지휘대(2명) 등 7명의 대원이 현장 출동했다. 당연히 실종여아의 부모들이 아이를 찾아보고 신고하였을 것이기에 "9시 전에 이미 여아는 익수됐다"고 보아야 한다.

이후 9시22분에 출동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9시35분에 보트를 이용 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돼 있다. 출동대원들이 '잠수수색'을 하지 않고 '보트수색'을 했다는 것은 당시 사고 전날인 24일 종일 비가 내렸고 사고 당일인 25일에도 많은 비는 아니더라도 종일 비가 내려 사고현장인 '배리골계곡물이 탁류에 급류였기 때문이었다'고 판단된다.

그러다 현장지휘대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소방서장이 현장에 도착, 현장지휘를 시작한 시간이 10시 10분이다. 그리고 '잠수수색' 결정을 한 것은 소방서장이다. "내 아이 살려 달라. 당신들이 안 나서면 내가 나서겠다"고 아우성치는 실종여아 가족들을 보고 "못 들어간다는 생각 자체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로 최소한의 안전조치로 로프를 이용, 구조대원의 몸을 묶고 투입했다"(전 강원소방본부 소방령 박명식씨가 "그 때 상황을 들었다"며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 작성 게시한 글에서 발췌)고 한다.

최초로 잠수수색한 시간이 10시30분이다. 이미 밝혔듯이 9시전에 여아는 익수됐고 1시간30여 분이 지난 상태이기에, 잠수 수색하여 찾더라도 이미 사망하였을 실종여아를 굳지 탁류에 급류인 현장상황에서 소방서장의 '잠수수색' 결정은 잘못된 명령이다.

[사례2] 2008년 8월 20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나이트클럽에서 화점을 찾아 화재현장에 진입했던 소방관 3명이 구조되지 못하고 순직했다. 그러나 왜 즉각 구조에 나서지 못했는지 등 순직에 이르게 된 원인 등을 허위(거짓)로 작성 최고위층에 보고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2008년 8월 20일부터 8월 27일까지 4회 합동감식을 거쳐 작성한 '은평구 대조동 여인도시나이트클럽 화재종합보고서'에 의하면 은평구조대는 5시 29분, 종로구조대는 5시 31분, 서대문구조대와 마포구조대는 5시 33분에 도착했고 5시 45분에 '구조대, 진압대원 인명구조 투입'한 것으로 돼 있다. 또 6시 42분에 '사고대원 3명 발견'으로 돼 있다.

그러나 무전기녹취록에 의하면 5시35분 서대문구조대, 5시49분 마포구조대가 현장도착한  것으로 돼 있고 최소한 5시 49분과 5시 51분 사이에 "마금 백대원들은 저기 정문 쪽으로 집합"으로 돼 있어 그 이후 은평구조대가 투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5시 53분 은평백(은평구조대)이 "중간지점인데 건물이 자꾸 무너지고 있어요." "백 대원들은 반대편으로 갈 수 있도록"으로 돼 있고 6시2분에 지휘차에서 "사칠-마금 관내 비발된 백 대원들은 대로변에서 대로변에서 계단 쪽으로 진입하도록"돼 있어 은평구조대 일부는 5시 51분 이후 현장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여타 구조대는 6시2분 이후(초진 후)에 진입한 것으로 틀림없어 보인다.  

이후 6시 42분 지휘차에서 "아 지금 실종자를 찾았답니다"고 하자, 소방서장이 "두 사람 다 찾았어?"하고 묻는다. 그런 후 6시 51분에 서장이 "아 저 그 한사람이 더 있다. 조기현이가 지금 발견된 게 조기현이야"라고 말한다. 동 무전 내용으로 보면 소방서장은 그 시간까지 실종자가 두 명인 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결론으로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만일 그렇다면 지휘체제가 잘못된 것이다)이거나, 아니면 보고를 받았음에도 전날 숙취 등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판단된다. 평생을 소방에 근무한 소방서장이 대원 세 사람이 실종됐음을 보고받고도 "두 사람밖에 못 찾았어?"라고 해야 할 말을 "두 사람 다 찾았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어휘력이나 분별력은 초등학생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분초(分秒)를 다투는 재난현장 특히 119대원 세 명이 현장에 고립된 상황이다. 당시 '서울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 대원고립상황 대응절차(SOP301-2)에는 "현장지휘관은 대원고립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현장최고지휘관인 은평소방서장이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한 증빙이 없다.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 구조대가 일찍 투입됐더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음은 이미 본 사건 7년 전에 발생했던 홍제동사고에서 경험했다. 어쩌면 상황판단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이다. 이를 회피하고자 무전기녹취록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은평구 대조동 여인도시나이트클럽 화재종합보고서'를 작성 상부에 보고했다면 이는 사실의 은폐로 범죄행위다.

[사례3] 지난 2001년 3월 4일 홍제동주택화재로 화재현장에 진입했던 대원 6명이 순직하고 7명이 부상했다. 당시 소방관련 부서에는 "화재현장 지휘관은 뭘 했나?"면서 "화재현장에 대원들이 진입하도록 방치(?)한 것"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다음은 소방전문지인 '119매거진'에 2007년 3월 10일자로 '홍제동사고6주년 즈음하여'란 제하의 기사에서 펌 한 내용이다. 당시 기사는 이영주(전 종로소방서, 서부소방서 행정과장 등 38년 소방공무원 근무)씨가 작성한 것이다.

"주택화재는 통상 발화 10분 전후 창문 등 개구부로 화염이 맹렬하게 뿜어 나오는 화재 최성기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살려내야 할 것도 구해 내야 할 것도 지키거나 막아내야 할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주택가 좁은 도로 깊숙이 자리한 홍제동 주택의 화재는 불법주차로 발화 29분이 지나 화재 최성기를 이미 지났고 내부에 잔불 정리 단계에 소방차가 현장 도착하여 이미 화재에 관한 모든 상황이 끝난 다음이었다.

쌀쌀했던 새벽, 동시에 현장 도착한 대원들이 일제히 내부에 진입했고 열기를 삼켜 점성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벽에다 대고 물을 쏴대 붕괴를 가속 시켰다. 그 주택의 경우 반세기 전 준공된 노후 건물로 벽돌조 슬러브 지붕이었다. 사실 따져보면 그동안 소방 순직 대부분이 전문성 없는 화재현장 지휘관의 간접살인이라 볼 수밖에 없다."

상기 내용에도 나오듯이 순직에 이르도록 한 원인은 화재 최성기가 이미 지났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벽에다 물을 쏴대 붕괴가 이미 예상된 주택에 현장도착한 대원들의 진입을 막지 못한 현장최고 지휘관인 소방서장의 책임이다. 물론 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안에 사람이 있어요"란 말 때문에 또 'First in Last out'을 신조로 삼는 119대원들이라지만, 붕괴가 예상되었다면 진입을 막아 사고발생을 막았어야 한다.

"현장경험이 많은 소방서장이었다면 대원들의 순직이 없었을 것"

결론적으로 '2011년 6월 25일 영월 구조대원순직사고'는 소방서장의 무리한 명령으로 순직하게 한 사건이며, '2008년 8월 20일 대조동화재 3명의 대원 순직사고'는 소방서장이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하지 않아 순직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또 '2001년 3월 4일 홍제동주택화재 6명의 대원 순직사고'는 소방서장이 현장진입을 막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다. 이들 사건의 공통된 의견은 "현장경험이 많은 소방서장이었다면 대원들의 안타까운 순직이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자료 1
 자료 1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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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방방재청 등 소방수뇌부가 바라보는 시각은 소방서장의 현장경험부족으로 대원들이 순직했다고 보지 않는다. 아예 그 부분은 언급조차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래서는 조직이 발전할 수 없다. 치부가 드러나고 밝혀졌으면 과감히 도려내고 개선시켜야 한다. 은폐해서 감추려고만 하면 더 큰 화가 된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조직에서 소방서장의 과실로 인한 사고가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개선하지 않으려는 '안전불감증'은 어불성설이다.

참고로 2011년 6월 30(목) 중앙소방학교에 차장을 비롯하여 시도 본부장 및 안전관리담당관, 구조대장 등 69명이 참석해 행사를 했다. 당시 '소방 활동 안전사고 방지대책 마련 토론회 및 구조대장 소집 교육계획'이란 공문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소방수뇌부들이 "얼마나 소방서장의 잘못을 은폐하고 숨기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자료 1 하단에 적시된 '2011년 6월25일 영월 구조대원순직사고'는 사고내용이 "불어난 계곡물에 빠진 3세(여)아이 구조 활동 중 급류에 휩쓸려 구조대원순직"으로 기록돼 있으나 이는 "불어난 계곡물에 빠진 3세(여)아이 구조 활동 중 무리한 소방서장의 잠수수색명령으로 급류에 휩쓸려 구조대원순직"으로 명시되어야 사실의 정확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2
 자료 2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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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 하단에 기록된 '2008년 8월 20일 대조동화재 3명의 대원 순직사고'도 사고내용을 "서울은평구대조동 여인도시성인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진압 중 건물2층 나이트클럽 무대부 부분 조명장치, 천정 등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낙하물에 매몰됐으나, 소방서장이 즉각적인 구조 활동을 전개하지 않아 순직"으로 명시되어야 사실의 정확한 기록이다.

그나마 '2008년8월20일 대조동화재 3명의 대원 순직사고'이후 소방발전협의회에서 '하위직 소방관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119대원들의 안전'을 강조함으로서 '최근 5년간 순직자현황'에서 나타나듯이 화재진압활동 중 순직자가 2006년 3명, 2007년 4명, 2008년 6명으로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2009년과 2010년에 한명도 없었다. 이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최근 5년간 순직자 현황
 최근 5년간 순직자 현황
ⓒ 송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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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를 순직하게 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소방직은 우리나라 군인, 경찰, 교정직과 같은 4대 제복직 공무원이다. 계급체제하에 조직이 되어 있음은 지휘의 일원화를 기함으로써 명령하달과 집행이 원만하게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제복직 중 지휘책임을 묻지 않는 조직은 소방이 유일하다. 그러다보니 지휘관이 책임을 지려고도 안하고 부하를 순직하게 했어도 죄책감이 없다.

홍제동사고로 6명을 순직하게 한 소방서장도 무사히 정년퇴직했으며, 대조동사고로 3명의 대원을 즉각 구조하지 못한 해당 소방서장도 해당 소방서에서 명예롭게(?) 정년퇴직했다. 소방서장의 권위는 있지만 지휘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변해야 한다. 지휘관들의 상황판단, 지휘력 향상을 위해 일벌백계로 지휘책임을 묻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군의 구호처럼 "부하를 순직하게 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소방만의 구호를 만들어야 한다. 무능한 지휘관은 책임을 묻고 갈아치워야 조직이 발전하며 국민이 안전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울포스트뉴스,제이비에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소방발전협의회 2대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안전#현장경험#안전불감증#소방#지휘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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