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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4일 오후 6시 20분]

 

힘겨운 싸움이었다. 또 다시 불어닥친 유럽 그리스발 재정위기는 세계 금융시장을 뒤 흔들었다. 지난 3일 개천절로 하루 증권시장을 열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4일 국내 금융시장 역시 불안과 공포감이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날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예상은 현실이 됐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83.43포인트(4.71%) 내린 1686.22에 출발, 장중 한때 100포인트 아래로 급락하기도 했다. 최근 며칠새 지켜온 지수 1700선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가 폭락을 거듭하자, 한때 프로그램을 통한 주식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다. 오후 들어서도, 이같은 불안한 양상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외국인들은 오전 시장이 열릴 때 반짝 주식을 사다가, 곧장 내다 팔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3.59%, 63.46포인트 떨어진 1706.19로 끝났다. 1700선을 간신히 지켜낸 것은 개미투자자들과 연기금이었다. 지난달 24일 하루새 103포인트 폭락했던 '검은 금요일'의 재현이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크게 올라 1194원에 마감했다.

 

예견된 폭락 속에 개미와 연기금이 힘겹게 막아낸 1700선

 

이날 금융시장 불안은 예상됐었다. 이유는 그리스발 재정위기다. 그리스쪽 재정 위기 자체는 더 이상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둘러싼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엔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쪽에서 제조업 지수 등에서 예상과 달리 좋은 소식이 나왔지만, 그리스 악재를 넘기지 못했다. 이날 새벽에 끝난 미국 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2.3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3.29%나 폭락했다. 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쪽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증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외부충격에 유독 약한 국내 금융시장의 파장은 더 컸다. 세계 증시가 불안해질수록,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에 투자한 돈을 빼내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다른 선진국보다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이 훨씬 더 크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4546억 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증권, 투신사를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6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대신 개인투자자들과 연기금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힘겹게 지수를 막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동안 6505억 원어치, 연기금은 4629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던진 주식을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 한때 1200원대... 수입 물가 비상등,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식시장 폭락은 외환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한때 1210원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정부쪽에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달러가 시장에 나오면서, 급등세는 주춤했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15.90원이나 오른 1194.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작년 7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 대기업 등은 당장 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 이날 폭락 양상의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환율이 이처럼 크게 오를 경우,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폭등에 따른 수요감소와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경기는 하락하면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주요 수출대상국들이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역시 부진하다"면서 "여기에 환율 급등에 따른 생산재 수입물가까지 오르게 될 경우 경기하락과 물가상승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불안#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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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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