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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22일), 장모님이 조카들을 데리고 저희 집에 나들이 오셨습니다. 조카들이, 사촌 막내 동생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한다더군요. 결국 아이들 성화 끝에 저희 집에 오신 거죠. 아직까지 다른 사람을 많이 낯설어하는 제 딸이지만, 다행히도 언니, 오빠와는 낯 안 가리고 잘 놀더군요. 조카아이들 덕분에 저희 부부도 손 좀 덜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좁은 집안에서 아이들이 뒤엉켜 놀다보니, 방이 아주 난장판이 되버려서 싹 몰고 나온 것이지요. 하지만 그 덕에 저도 오랜만에 가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가 찾아 간 '평촌공원'은, 안양시청 후문 쪽에 있는 공원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걸어서 좀 걸리는 곳이지만,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공원 치고는 비교적 넓은 탓에 아이들 데리고 놀기엔 좋습니다. 사실, 더 좋은 곳은 시청 정문 쪽에 있는 '중앙공원'인데, 그곳까지 걸어가기엔 너무 멀어서 중간 지점인 이곳으로 온 겁니다.

 

제가 먼저 공원으로 들어간 사이, 유모차를 굳이 밀게 해달라고 조르던 조카아이가, 뒤따라 공원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저 유모차가 네가 타던 것이고, 또 네 동생이 타던 것을, 이제는 지금의 네 사촌동생이 타고 있다"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조카는 그저 고개 한번 갸웃하고는 힘차게 유모차를 밀고 가버립니다. 전, "와! 그래요. 이게 제가 타던 거라고요?" 하며 놀랄 줄 알았는데, 좀 싱거웠죠.

 

지금 딸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는, 지금은 비록 많이 낡았지만, 아이들과 추억이 많았던 유모차라 저도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하나입니다. 이제 제 딸아이가 타고나면, 더 이상 저희 집에선 탈 사람이 없겠죠? 소중하게 잘 쓰고,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느새 이렇게 가을이 깊어졌나요? 지난 주 만해도 이렇게 단풍이 생기지 않았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니, 나무들은 온통 고운 단풍으로 싹 갈아입었습니다. 회사와 집을 오가면서 가을이 이렇게 왔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쳐버릴 뻔 했는데, 오늘 이렇게라도 공원에 나오길 잘했습니다.

 

언니에게 안겨 울지도 않고 잘 놀고 있는 딸아이 덕에 저도 조금이나마 공원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아이와 조금 놀아주다보면, 금방 아이 잘 시간이 되버립니다.

 

그러면 아이 재우다가 저도 피곤해서 같이 잠들어 버리죠. 그럼 또 아침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반복하다보면, 일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립니다. 월요일 땡! 하면 금방 금요일이 돼버리죠.

 

흔들 그네용 의자에 앉아서 놀던 아이들이 저를 부릅니다. 아마도, 이젠 막내 동생이 귀찮아 졌나봅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달아나 버리고, 저와 남겨진 딸아이만 이렇게 의자에서 놀아봅니다. 하지만, 딸아이도 곧 아이들이 몰려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같이 가자고 저를 조릅니다. 다시 유모차에 아이를 앉히고 부지런히 아이들 뒤를 쫓아가봅니다.

 

낙엽을 한데 모아서 머리 위로 날리는 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 곁으로 문득, 바람이 한번 세게 불어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네요. 그리곤 아이들이 날렸던 낙엽과 나무가 털어버린 낙엽이 한데 어울립니다.

 

아! 정말 가을은 이렇게 찐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곧 사라져버릴 것 같습니다. 그전에 가을을 붙잡으러 떠나야 할 것 같네요. '가을아! 조금만 더 기다려라!'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러그에도 실렸습니다. 


#가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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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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