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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먼주구릉과 북한 응원단 모처럼 휴일을 맞아 처음으로 함께 본 축구경기가 북한과 타지키스탄의 경기다. 선취골을 넣은 북한이 앞서가는 가운데 전반전이 끝나고 북한 응원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아내 먼주구릉과 북한 응원단 모처럼 휴일을 맞아 처음으로 함께 본 축구경기가 북한과 타지키스탄의 경기다. 선취골을 넣은 북한이 앞서가는 가운데 전반전이 끝나고 북한 응원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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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은 아내의 일주일에 한번 뿐인 휴일이다. 쉬는 날이라 함께 경기장에 가서 응원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축구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지 못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축구는 좋아한다며 함께 경기장에 갈 것인지를 물었을 때 매우 즐거워했다. 아내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말이 참 반가웠다. 그녀는 기자라서 취재차 축구장을 찾은 적은 있지만 경기만 관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참 잘된 일이다.

첫 경기 응원을 네팔인 친구와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내도 동참하게 되었다. 나의 응원도구인 한반도기를 함께 챙겨들고 "강정을 죽이지 마라!"는 작은 펼침막을 다시 들었다. 그렇게 아내의 스쿠터에 의지해서 경기장에 10분 전 도착했다. 경찰 경기장에는 출입문이 있고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다. 지난번에는 취재차 왔다며 부탁을 하고 입장했는데 이제 경비경찰들이 얼굴을 알아보았는지 그냥 들여보내주었다.

첫 골이다. 전반전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고 4분만에 북한의 골게터 박남철 선수가 손쉽게 첫골을 성공시켰다. 첫 경기에서 박남철 선수는 첫골을 터트렸다.
▲ 첫 골이다. 전반전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고 4분만에 북한의 골게터 박남철 선수가 손쉽게 첫골을 성공시켰다. 첫 경기에서 박남철 선수는 첫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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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골에 환호하는 어린이 할머니 품에 안겨 응원하던 북한어린이가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오늘은 지난번 응원에서 배워서인지 잘한다!를 홀로 연호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첫골에 환호하는 어린이 할머니 품에 안겨 응원하던 북한어린이가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오늘은 지난번 응원에서 배워서인지 잘한다!를 홀로 연호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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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아시아 챌린지컵 대회에 출전한 북한이 출전국 중 가장 먼저 준결승에 진출했다. 11일 오후 3시(현지시각) 네팔 할초크 경찰경기장에서 타지키스탄과 펼친 결선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둔 북한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국 중 하나다.

며칠 전 첫 경기 응원에서 얼굴을 익힌 네팔인 축구팬이 경기장에 들어가는 길에 아는 체를 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곧 응원석에 도착했다. 그 자리에도 눈에 익은 북한 응원단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번 뿐이었다. 함께 응원을 한 것이, 그런데 이미 그들은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겨주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직된 태도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어쩌면 앞서 내가 받아먹은 초코파이를 가지고도 의미를 침소봉대할 사람들도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지나친 일부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북한축구의 두 골게터 첫 경기에 이어 두번째 경기에서도 한 골씩을 합작한 19번 장국철 선수와 4번 박남철 선수가 함께 카메라에 잡혔다. 타지키스탄 문전을 위협하고 있는 두 선수
▲ 북한축구의 두 골게터 첫 경기에 이어 두번째 경기에서도 한 골씩을 합작한 19번 장국철 선수와 4번 박남철 선수가 함께 카메라에 잡혔다. 타지키스탄 문전을 위협하고 있는 두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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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들의 축구 열기 네팔은 아직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열기는 높다. 경기장 주변의 주택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관심을 보여주는 네팔인들, 사진 오른쪽 위
▲ 네팔인들의 축구 열기 네팔은 아직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열기는 높다. 경기장 주변의 주택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관심을 보여주는 네팔인들, 사진 오른쪽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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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고 앉아 인사를 나누었다. 이미 첫 경기보다 더 많은 응원단들이 눈에 띄었다. 12일에는 결선리그 2차전으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타지키스탄의 경기가 열린다. 방송국 기자인 아내가 정리해온 경기진행표를 받아서 이번 대회가 3월 8일에 시작해서 3월 19일 결승전을 끝으로 폐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곧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북한 응원단의 탭버린 소리는 경기를 알리는 심판의 호각소리보다 먼저 울려 퍼졌다.

좋은 경기 결과를 기대하며 경기도 보며 좋은 사진을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앉아서 머뭇거리는 사이 한 골이 들어갔다. 북한 측에서 경기시작 4분만에 등번호 4번의 박남철 선수가 한 골을 넣은 것이다. 슛하는 장면을 놓치나 싶어 급하게 서둘렀다. 그러나 슛 장면은 놓치고 이미 골문 안에 들어간 공을 찍는데 만족했다. 전반전은 선취골의 기세를 입어서인지 시종일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며 전반전을 마쳤다.

북한 어린이 응원단과 함께 귀엽게 바라만 보던 아이다. 전반전이 끝난 후 사진을 찍자했더니 어느 아이처럼 부끄러베 웃으며 재롱이다. 그 모습을 어머니가 웃으며 보고 있다.
▲ 북한 어린이 응원단과 함께 귀엽게 바라만 보던 아이다. 전반전이 끝난 후 사진을 찍자했더니 어느 아이처럼 부끄러베 웃으며 재롱이다. 그 모습을 어머니가 웃으며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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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에서 만난 북한 어린이들  아이들의 표정이 맑다. 저 맑은 눈빛이 모여 민족의 장래를 함께하기를 바란다. 남한의 어린이도 함께 말이다.
▲ 축구장에서 만난 북한 어린이들 아이들의 표정이 맑다. 저 맑은 눈빛이 모여 민족의 장래를 함께하기를 바란다. 남한의 어린이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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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쉬는 시간이다. 오늘도 북한 응원석에는 초코파이가 나누어지고 있었다. 그때 첫 경기 응원에서 안면이 있는 응원단들이 함께 응원간 아내와 네팔인 친구 또 다른 한국인에게 초코파이와 생수를 전해주었다. 남과 북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오늘도 강정은 폭파되고 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안보위협을 내세우며 말이다.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난 적과 접선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초코파이를 나누며 말이다.

만약 누군가 그런 인식으로 이런 현상을 보는 것이라면 심히 염려되는 일이다. 더구나 국가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갖고 역사를 이끌어가는 다양하고 힘 있는 국가권력기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면 더욱 위험한 일이다. 자연스런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국가가 권장하기보다 긴장과 불안을 조성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불안한 상대가 되는 것이다. 나라의 안녕을 바라며 내 형제자매와 벗들의 안녕을 바라는 내가 접선이나 내통 같은 살벌한 언어들을 떠올리는 일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

응원을 함께한 네팔 어린이들 북한 축구 응원석에 함께한 네팔 어린이들이 함께 "KOREA", "잘한다"라고 외치며 응원을 했다.
▲ 응원을 함께한 네팔 어린이들 북한 축구 응원석에 함께한 네팔 어린이들이 함께 "KOREA", "잘한다"라고 외치며 응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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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골 장면 장신의 북한 선수 19번 장국철 선수가 헤딩 슛한 골이 골망에 걸렸다. 그 장면을 첫 골을 성공시킨 박남철 선수가 바라보고 있다.
▲ 두번째 골 장면 장신의 북한 선수 19번 장국철 선수가 헤딩 슛한 골이 골망에 걸렸다. 그 장면을 첫 골을 성공시킨 박남철 선수가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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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으로 나의 아내는 북녘 동포들과 한반도기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후반 25분, 전반후반 교체되어 들어간 19번 장국철 선수는 골키퍼가 농친 골을 그대로 머리로 밀어 넣어 2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준결승 진출을 알리는 축포였다. 공교롭게도 지난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도 첫 골은 박남철 선수가 두 번째 골은 장국철 선수가 넣었다. 두 선수 모두 2골을 기록했다. 경기결과가 승리를 장담할 분위가가 되었다.

오늘 응원석에서는 네팔의 어린이들과 한 사람의 네팔경찰이 흥미를 북돋워주었다. 네팔 어린이 대여섯명이 북한 응원석 앞자리에 앉았다. 북한 응원석의 응원 소리에 흥이 난 아이들이 함께 서툴게 잘한다!를 따라했다. 발음을 교정해주며 그들의 응원을 이끌었다. "KOREA! KOREA!" 그들의 응원소리는 힘이 넘쳤다. 그들이 'KOREA!"라 외치면 나는 "잘한다!"를 연호했다. 남과 북은 의미없는 일이었다. 그저 "한국!"만이 울려 퍼졌다.

북한 선수의 스포츠정신 경기 종료직전 타지키스탄 선수가 쓰러졌다. 곧 북한의 12번 선수가 지압을 몸을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곧 심판이 달려오고 상대 의료진이 오자 자리를 떴다.
▲ 북한 선수의 스포츠정신 경기 종료직전 타지키스탄 선수가 쓰러졌다. 곧 북한의 12번 선수가 지압을 몸을 풀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곧 심판이 달려오고 상대 의료진이 오자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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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반 90분 그리고 5분 더하기 4분 총 99분이었다. 전반전 45분에 추가시간 5분 후반전에는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경기를 압도한 북한 팀이 승리했다.
▲ 전후반 90분 그리고 5분 더하기 4분 총 99분이었다. 전반전 45분에 추가시간 5분 후반전에는 4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경기를 압도한 북한 팀이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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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은 흥을 더했다. 한 사람의 네팔인이 계속 응원을 함께했었다. 두 번째 골이 터진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우스꽝스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중석의 모두가 즐겁게 웃으며 응원을 이어갔다. 그 자리에는 네팔인 한국인, 그리고 다른 외국인들 몇몇과 티벳 승려들도 함께였다. 승려들은 승복을 입은 채 조용히 자리잡고 경기를 보았지만 그들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다음 경기는 내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상태인 북한과 인디아의 경기다. 

이번 대회는 주최국 네팔을 비롯해 투르크메니스탄, 몰디브, 팔레스타인이 B그룹,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타지키스탄, 필리핀이 A그룹에 속해 있다. 주최국 네팔은 이미 출전국 중 약체 국가군 중에서도 몰디브와 팔레스타인에 2패를 해서 오늘 열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결선리그에서 탈락했다.

축구장의 티벳 승려들 티벳 승려들이 북한 축구 응원석에 함께 자리잡았다. 깊은 상념이 보인다. 웃음인지 사색인지 모를 표정이다.
▲ 축구장의 티벳 승려들 티벳 승려들이 북한 축구 응원석에 함께 자리잡았다. 깊은 상념이 보인다. 웃음인지 사색인지 모를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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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을 돋운 네팔 경찰관 한참을 응원하다. 그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네팔 경찰이란다. 익살스런 그의 춤과 얼굴 표정에 응원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 흥을 돋운 네팔 경찰관 한참을 응원하다. 그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네팔 경찰이란다. 익살스런 그의 춤과 얼굴 표정에 응원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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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있을 북한과 인디아 경기에서 북한 팀의 더 많은 골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내일도 'ONE KOREA!를 꿈꾸며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언젠가 한국팀이 네팔에서 경기를 가진다면 나는 또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을 나갈 것이다.

응원석을 찾은 선수들 경기가 끝났다. 99분 동안 운동장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북돋아준 응원단들에게 박수를 치며 인사하고 있다.
▲ 응원석을 찾은 선수들 경기가 끝났다. 99분 동안 운동장의 선수들을 격려하고 북돋아준 응원단들에게 박수를 치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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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경찰이 든 한반도기 흥을 돋우던 네팔 경찰이 경기가 끝나고 한반도기를 들어 흔들고 있다.
▲ 네팔 경찰이 든 한반도기 흥을 돋우던 네팔 경찰이 경기가 끝나고 한반도기를 들어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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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북한 축구#AFC아시아챌린지컵 대회#북한 준결승 진출#먼주 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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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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