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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0일 낮 12시 40분]

이스라엘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벧엘지역의 울파나 정착촌 전경. 맨 뒷쪽에 있는 건물 5채가 철거대상이다.
 이스라엘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벧엘지역의 울파나 정착촌 전경. 맨 뒷쪽에 있는 건물 5채가 철거대상이다.
ⓒ 이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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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6일, 이스라엘 국회는 대법원이 판시한 벧엘지역의 울파나 마을 정착촌 철거법안을 반대 69 대 찬성 22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가자 정착촌 철거 이후 최대 좌-우 대결을 불러 일으켰던 정착촌 철거논쟁이 일단락됐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2009년 이후 진행돼 온 재판에서 벧엘 지역의 울파나 마을 건물 5동이 팔레스타인 개인소유지에 지어졌으므로 철거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했다. 이후 대법원의 판결은 이스라엘 정치권의 뜨거운 논쟁을 야기했다. 법집행을 앞두고 좌파진영과 우파진영 간의 치열한 공방 끝에 네탄야후 수상은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내놓았다.

1) 7월 1일까지 5동의 정착촌 건물을 철거하라는 법집행을 국회에서 부결시키고 2) 대신 법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정착촌을 철거하고 3) 철거된 정착민 30가정을 인근 새로운 곳으로 이주시키는 것 4) 여기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851 가정의 정착촌을 증설하는 것이다.

지난 6월 6일 국회에서 정착촌 법안이 부결된 직후 네탄야후 수상은 기자회견에서 벧엘 정착민들에게 300가구의 정착촌을 확장한다는 약속을 했다. 새로운 851 가구 중 300가구를 벧엘지역에 배정한 것은 네탄야후 정부가 나서서 7월 1일 이전에 철거하게 될 울파나마을 30가구에 대한 보상이었다.

이로써 네탄야후 수상은 대법원 판결을 국회에서 무산시켰지만, 그래도 스스로 철거하겠다며 대법원 판결을 정부가 반대했다는 부담을 덜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정착촌 851가구의 건축을 허가해 주는 것이었다.

35만 명에 달하는 정착민들이 울파나 마을 건물철거 반대에 동참하는 세력을 무마시키기 위해 새로운 증설을 허락해 준 것이다. 이것은 그간 이스라엘 우익단체 및 정착촌위원회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을 받아들여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5동의 건물 철거가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이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30가구를 인근 군사기지 안으로 이전시키기 때문이다.

네탄야후 수상과 건설부 장관은 국회에서 법안을 부결시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곧 551개의 가옥을 승인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중 60%는 요르단 서안 곳곳의 정착촌에 건축허가를 내주게 된다. 예를 들어, 아리엘 정착촌에 117채, 말레아두임에 92채, 그리고 에프랏에 114채. 그리고 남은 40%의 헤브론 근처 기럇아르바 84채, 아담에 144채를 짓는다는 것이다.

거대정부 구성 네탄야후, 국무위원회도 압박

게다가 네탄야후 수상은 연합정부를 이루면서 좌파계열의 노동당 몫으로 배당된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의 권한을 크게 축소시켰다.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은 우파 정권의 정착촌 정책에 늘 제동을 걸어온 인물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위치한 정착촌은 국방부의 군사행정통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착촌위원회와 에후드 바락 장관간의 마찰이 있어왔고, 이에 정착민들은 네탄야후 수상에게 에후드 바락 장관의 정착촌 통제권한을 박탈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국방장관은 수상이 겸직해 왔었다. 그러나 연합정부를 구성하면서 장관직을 연합정부에 참여한 정당에게 내어 준 것이었다. 따라서 네탄야후 수상이 정착촌을 통제하는 직권을 회수하게 된 것이다.

건국 이후 120석중 90석 이상을 확보한 리쿠드당의 네탄야후의 거대정부가 법안부결을 주도함으로 벧엘지역의 울파나 마을 정착촌 논쟁은 네탄야후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네탄야후 수상은 정착촌법안(정착촌을 대법원판결에 따라 철거해야 한다는) 처리 직전 이 법안을 지지하는 국무위원회의 여러 장관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경우 모두 해임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이는 효력을 발휘해 대부분의 장관 및 부장관들이 찬성 및 투표에 불참, 반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네탄야후는 대법원의 판결을 부결시켜 정착촌을 보호했고, 대신 다시 이전시키는 조건으로 철거함으로써 법도 존중했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한 비록 30여 가구의 정착촌 철거라는 카드지만, 정착촌위원회가 끊임없이 요구해온 새로운 가옥 851가구를 허가해 줌으로써 정착민들의 거센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네탄야후 해결 방안, 많은 숙제 남겨

울파나 마을 정착민들이 곧 철거를 집행할 공권력에 맞서기 위해 마을 입구에 타이어를 쌓고 있다.
 울파나 마을 정착민들이 곧 철거를 집행할 공권력에 맞서기 위해 마을 입구에 타이어를 쌓고 있다.
ⓒ 이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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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철야를 하며 지키기 위해 텐트를 이미 설치해 놨다.
 밤새 철야를 하며 지키기 위해 텐트를 이미 설치해 놨다.
ⓒ 이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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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게임은 이제부터다. 첫째는 울파나 마을 5동의 건물에 거주하는 30가구를 인근 군사기지 안에 이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하나는 왜 민간인이 군기지 안에 집을 짓고 거주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것을 정부가 주선하고 나선 것은 더 문제다. 다른 하나는 군사기지 자체도 이미 1970년대 이후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이어서 군사기지는 물론 30여 가구의 정착촌 입주가 이미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정착촌법안을 놓고 표결이 있던 날 대법원 판결을 집행하지 않고 표결에 부치는 것 자체를 놓고 좌파 진영이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예루살렘 도로를 점검하기도 했고, 이 여파로 전철이 한동안 운행을 멈추기도 했다. 우파보다 좌파가 격렬했던 것은 이미 표결에서 부결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이제 남은 것은 네탄야후의 울파나 마을 철거다. 7월 1일까지 예정된 철거는 언제 시작될 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고 있다. 국회표결이 시작된 날 이미 울파나 마을은 30가구 모두가 철야근무(?)에 들어갔다. 다음 수순은 강제철거이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는 젊은 청년들이 한 트럭의 타이어를 실어다 놨고, 텐트를 세우고 마을 입구를 지키는 철야에 들어갔다. 30가구 역시 마을 공터에 텐트를 치고 모두가 주야로 건물을 지킬 태세다.

국제적인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미국 오바마정부는 군사기지 안에 대신 건축하는 것은 물론 851가구 허가를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네탄야후를 비판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제2의 샤론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05년 당시 샤론 수상이 가자 정착촌 철거를 강행하면서 반대하는 강경우파의 리쿠드당(네탄야후 중심)과 샤론의 카디마당으로 분열된 바 있다.


태그:#이스라엘, #정착촌, #네탄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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