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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빨갱이", "종북세력 북송선 태워 북한 보내야", "좌편향 언론 타도해야", "거짓선동과 싸워야" 같은 색깔론과 막말이 터져나왔다.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대표 서정갑)가 주최한 '박근혜 정부 출범에 거는 기대'라는 주제 시국강연회에 참석한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서경석 목사(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등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른 바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동길 "종북세력, 북송선 태워 북한 보내야"....

국민행동본부에 따르면, 김동길 전 교수는 "5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기 때문에 이 차지에 종북세력을 북으로 보내던지 아니면 척결해야 한다"면서 "만약 종북세력이 대한민국 헐 뜯기를 계속한다면, 그때는 커다란 북송선(北送船)을 만들어서 종북세력을 모두 북으로 보내자"고 했다. 박근혜 당선인을 비판하는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보내자는 붉은덧칠의 결정판인 것이다.

특히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서울시장이 애국가도 안 부르고 태극기도 안 걸고 대한문 앞에서 저희끼리 취임식을 했다"면서 "이런 미친X들", "그런 인간이 (서울) 시장하는 곳 앞(시청광장)에서는 모임을 갖기도 싫었다"는 말을 했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비난이 도를 넘은 것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선거를 통해서 애국세력의 힘을 확인했지만 앞으로 선거승리의 전과(戰果)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전과확대(戰果擴大)라는 의미는 앞으로 종북좌익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고 그 여세로 자유통일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선거를 종북세력을 척결라는 전쟁에 비유했다.

조갑제 "종북좌익세력 약화시켜 자유통일로"

조대표는 이어 "애국활동의 핵심은 좌편향 선동언론을 타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좌편향언론에 이겨야 성공하는 정부가 된다"고 말해 박 당선인에게 좌편향 언론과 일전을 촉구했다.

서경석 목사는 "애국세력은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믿어선 안된다"면서 "조중동은 애국세력의 노력을 외면하고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조중동>까지 불신세력으로 간주 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존재할 언론은 극우언론뿐이다. 극우언론만 존재하는 대한민국은 북한과 다르지 않다.

특히 그는 "이념갈등은 대화로 풀수 없으며 종북세력은 청산의 대상일 뿐이며 민주당은 종북과 결별해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며 "극우라고 불리워 지는 것도 역사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전교조 추방운동과 이석기 김재연 두사람을 국회에서 추방 서명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극우가 어떻게 십자가를 지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십자가는 사랑과 희생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서 목사 말에는 사랑과 희생, 평화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척결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 아니라 모독이다. 김동길, 조갑제, 서경석씨는 전형적인 우익인사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해 축사를 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 막말은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자격 미달임을 보여주었다.

이한구 "간첩 용인세력에게 정권 넘어갈 뻔"

이 원내대표는 18대 대선 결과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이 낙선했다면) 우리 후손에게 낯을 들 수 없을 뻔했다"면서 "자칫했으면 종북세력, 위장 간첩들에게 나라를 예사로 내줘도 괜찮다는 그런 세력에게 국정 운영을 넘길 뻔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을 '종북세력'과 '위장간첩'로 본 것이다.

충격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48%이다. 이들이 위장간첩이란 말인가? 아무리 극우단체가 주최한 시국강연회지만 집권당 원내대표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 입맛에 맞는 말이 아니라 여당 원내대표로서 말을 해야 한다. 이 원내대표가 대상으로 삼을 사람은 극우세력이 아니라 문재인을 지지한 48%이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들은 아직 촛불시위에 대한 향수가 매우 강하고, 국민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곳곳에 박힌 세력을 총동원해 별의별 짓을 다할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계속 흠집을 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나 국가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졸지에 이명박 정부 비판세력이 경제위기 주범이 된 것이다.

하기사 그 동안 이 원내대표는 붉은덧칠 명수였다. 지난해 6월 "정치권에서는 종북주의자나 심지어는 간첩 출신들까지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거나, '조갑제닷컴' 편집실이 펴낸 <종북백과사전>을 내보이며 "여기 42페이지를 보니 (19대 국회의원 중) 민주통합당 당선자의 35% 통합진보당 당선자의 62%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전과자라는 내용이 있다. 국회 전체로 봐서는 당선자 20%가 전과자다. 전과자 비율이 18대 국회보다 2.5배 증가했다"며 야당을 '붉은 물'이 된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당선인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빨갱이'로 만들어버리는 이들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지난 대선에서 어느 정도 먹혔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김수영 시인이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 1960년 10월 8일 탈고한 '김일성 만세'가 떠오른다.

"'김일성만세'/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시인이 우겨대니/나는 잠이 올 수밖에//'금일성만세'/韓國의 言論自由의 出發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관리가 우겨대니/나는 잠이 깰 수밖에-1960년 김수영 <김일성만세>

이 시는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 왜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를 외쳤까? 그것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말하는 자유와 생각하는 자유를 침해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다. 즉 김일성 만세도 용납해야 진정한 언론자유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말이다. 김 시인이 김일성만세를 지은지가 43년 전이다. 만약 지금 어느 시인이 '김일성 만세'를 짓는다면 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역사가 후퇴하고 있다.


태그:#김동길, #이한구, #조갑제, #서경석, #국민행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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