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아래의 쌓인 낙엽사이로 녹색 잎이 보였습니다.
낙엽 아래가 궁금해서 몇 장 갈잎을 들어내다가 되 덮었습니다. 살금 살금 다가오고 있는 봄이 놀랄까. 그 옆에 눈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매서운 기운은 가셨지만 갓나온 새순에게는 서릿발을 이는 아픔일 테지요.
그때가 열흘 전(1월 24일)이었습니다. 어젯밤, 한겨울에도 한데 잠을 자던 해모가 자기 집을 찾아 들었습니다.
아침에 보니 온 대지가 흥건했습니다. 늦은 겨울비였습니다. 아니 이른 봄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소복이 담고 있었던 화분은 물을 담고 있고 목까지 눈에 에워싸였던 자기 오리도 온 몸을 드러냈습니다.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에도 옹당이가 생겼습니다.
산수유 가지 끝에도 꽃망울 같은 물방울을 달고 있습니다.
눈앞의 입춘날(2월 4일)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으로 미리 입춘첩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아침에 이웃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젠 봄. 오늘은 봄비. 따뜻하게 허구 다니세요. 중간 중간 어깨찜질 아랫배 찜질"
자상한 가을이 어머님의 '봄' 메시지에 저는 마음을 찜질하는 효험을 얻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계절보다 한 발 앞서나 봅니다.
봄이 다칠까싶은 근심 속에서도 낡은 가랑잎을 헤집고 푸른 싹의 길이를 확인하고 싶은 그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우니…….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