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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을 가로지르는 남한강. 이른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단양을 가로지르는 남한강. 이른 새벽에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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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름난 관광지에는 팔경(八景)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많다. 팔경은 다양하게 지정된다. 동해안 여러 지역에 펼쳐 있는 관동팔경도 있고, 작은 면 정도의 규모인 하동 악양팔경도 있다. 그럼 팔경의 유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송나라 때 동정호가 있는 양자강 중류 소수(瀟水)와 상강(湘江)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소상팔경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팔경으로 지정된 곳이 여러 곳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곳이 단양팔경이다. 단양은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명승지였다. 조선시대 3대 화가였던 김홍도가 단양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그림으로 그려서 임금에게 바칠 정도로 경치가 뛰어난 곳이었다.

단양을 하루에 다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가장 효율적으로 관광할 방법을 찾은 것이 관광상품이다. 국내 여행상품도 잘 찾아보면 알차게 준비한 것들이 있다. 무박 2일 여행이 가능한 관광열차를 선택했다. 밤 11시에 기차는 출발한다. 기차는 내륙지역을 밤새 달려 다음날 이른 새벽에 단양역에 내려준다. 어둠을 밟으며 기차역을 나오니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경치가 아름다워 세금까지 낼 뻔했다는 도담삼봉

버스를 타고 단양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으로 향했다. 도담삼봉에 도착하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물안개가 진하게 깔렸다. 물 위로 도담삼봉이 옅은 조명을 받으며 떠 있다. 물안개에 쌓인 세 개의 섬은 많은 전설과 사연을 풀어낸다.

단양팔경 중 제1경인 도담삼봉. 이른 새벽 물안개와 잘 어울린다.
 단양팔경 중 제1경인 도담삼봉. 이른 새벽 물안개와 잘 어울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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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호를 '삼봉'이라고 썼으니 인연이 깊다. 정도전이 어린 시절, 도담삼봉이 정선에서 떠내려왔다며 매년 세금을 거두던 정선군 세리에게, 도담삼봉이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주장하여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전설도 있다.

도담삼봉을 남편과 처첩의 이야기로 꾸민 단양 사람들의 정겨움도 있다. 가운데 남편봉을 중심으로 돌아선 봉우리는 처봉으로 이름을 붙이고, 마주보며 애를 밴 모양을 하고 있는 봉우리는 첩봉으로 표현하여 은근히 풍자적으로 비유한 장난스러움도 배어난다.

이른 새벽에 찾아선지 도담삼봉은 물안개에 쌓였다. 남한강 물안개와 어울린 도담삼봉 풍경은 조용하고 엄숙하다. 물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도담삼봉 물그림자가 드러난다. 강 건너편 마을도 모습을 드러낸다. 강으로 길을 낸 마을 풍경은 그림 속 같다. 그 속에 들어가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안개를 밟으며 강변을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행복한 기분이 든다.

단양팔경 제2경인 석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단양팔경 제2경인 석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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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에서 산길로 200m를 오르면 석문이 있다.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선다. 계단 끝에는 전망대가 있지만 나무에 가려서 아래 풍광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소백산 자락이 아스라이 보인다. 완만한 산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아래로 석문이 보인다.

와! 사진으로 볼 때는 작은 동굴 정도 생각했는데, 산이 뻥 뚫려 있다. 장관이다. 생각보다 웅장한 모습이다. 산위로 무지개다리가 걸렸다. 위로 걸어서 가보고 싶지만 울타리를 쳐 놓았다. 커다랗게 뚫린 구멍 속으로 액자처럼 풍경이 걸렸다. 풍경 속에는 마고할미가 비녀를 찾으려고 땅을 헤집었다는 강 주변 논밭이 어스름히 보인다.

임산부는 여기까지, 기어서 구경하는 온달동굴

단양은 충북이지만 강원도 접경지역에 있어 강원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단양에는 아주 유명한 절이 있다. 오래돼서 유명한 게 아니라 너무 커서 유명하다. 우리나라 불교 종파 중 하나인 천태종 총본산이 있는 소백산 구인사다.

구인사로 들어가는 문은 마치 성문을 지나는 기분이다. 성문 위에는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이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구인사 절집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계곡을 양옆으로 웅장한 건물들이 다양하게 솟아 있다. 길을 따라가면 커다란 건물이 막아선다. 협곡을 막아서고 있는 웅장한 절집 풍경은 마치 외국의 신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건물로 들어서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7층까지 올라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 광장이 펼쳐진다. 신기하다. 절집 마당이 하늘에 있는 격이다. 마당 끝에는 대조사전이 있다. 대조사전 안에는 천태종을 중창했다는 상월원각 대조사가 모셔져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건물은 안개와 어울려 신령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천태종 총본산인 소백산 구인사
 천태종 총본산인 소백산 구인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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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관광지. 드라마세트장, 온달전시관, 온달산성, 온달동굴이 있다.
 온달관광지. 드라마세트장, 온달전시관, 온달산성, 온달동굴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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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를 나와서 온달관광지로 향했다. 단양은 옛날 고구려 땅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고구려 장수인 온달장군이 지키고 있었던 성이 남아 있다. 온달장군은 고구려 제25대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와 결혼한 유명한 장군이다. 온달산성 아래에는 얼마 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TV드라마를 촬영한 세트장이 있다.

드라마 세트장이야 눈속임을 하기에 적당하게 만들어 놓았겠지 하고 들어섰는데, 의외로 꼼꼼하게 만들어 놓았다. 중국 정원 풍경과 함께 고구려 궁궐도 재현해 놓았다. 예전 중국 여행 때 상해에서 거닐었던 정원 풍경을 그런대로 느낄 수 있었다. 군데군데 내부에는 전시공간도 조성해서 당시의 생활 풍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회랑 탁자에 앉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사진도 찍어본다.

온달관광지 끝에는 온달동굴이 있다. 여름에는 동굴이 최고지. 온달동굴은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생성된 석회암 동굴이다. 입구에서 헬멧을 쓰고 들어간다. 동굴 안은 시원하다. 동굴에는 종유석들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동굴과는 다르게 내부로 물이 흐른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보행로를 걸어 들어가면 '임산부 출입 금지'라는 팻말도 붙어 있다. 왜?

약 4억 5천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석회암 동굴인 온달동굴.
 약 4억 5천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석회암 동굴인 온달동굴.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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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동굴에는 기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온달동굴에는 기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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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이유를 알 것 같다. 동굴이 좁아지고 천정이 낮아서 걸어서 갈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쪼그려서 엄금엄금 기어가야 한다. 임산부는 배가 불러 쪼그려서 걸을 수 없으니 아예 출입을 금지한다고 경고문을 붙여놓은 것이다. 뒤에서 따라오던 관광객이 "오리, 꽥꽥" 하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헬멧이 천정에 부딪히면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조용한 동굴 안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석문을 통째로 넣어놓은 민물고기 수족관, 단양다누리센터

담양읍내로 나왔다. 커다란 쏘가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 조형물 앞에서 내렸다. 단양다누리센터다. 이곳에는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수족관이 자리 잡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많이 다녀봤지만 민물고기 수족관은 생소하기만 하다. 민물고기 수족관도 볼 게 있을까?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물고기들이 수조에서 몰려다닌다. 어렸을 때 많이 잡았던 피리, 돌고기, 붕어 등이 보인다.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조금 더 들어가니 수조 아래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철갑상어가 머리 위로 돌아다닌다.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은 느낌이다.

수조 아래 터널에서는 철갑상어가  손에 잡힐 듯 돌아다닌다.
 수조 아래 터널에서는 철갑상어가 손에 잡힐 듯 돌아다닌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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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다누리센터. 대형 수조에는 단양팔경 중 하나인 석문을 넣었다.
 단양다누리센터. 대형 수조에는 단양팔경 중 하나인 석문을 넣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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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나오면서 만난 대형 수족관은 민물고기 수족관이 작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메인 수조에는 단양팔경 중 하나인 석문을 통째로 넣어 놓았다. 그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닌다. 작은 고기들은 몰려다니고 큰 고기들은 수조를 헤집고 다닌다. 얼룩무늬를 가진 가물치는 민물고기의 강자답게 여유를 부리며 어슬렁거린다.

시장 구경도 했다. 시장 이름이 '구경시장'이다. 구경만 하는 시장인가? 단양군에서는 관광객들을 위해 토요장터를 열었다. 흥을 돋우기 위해서 노래를 틀어주고 체험활동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애들은 바람개비도 만들고, 나무 목걸이도 만들어본다. 할아버지가 기념으로 선물도 준다. 시장 구경에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강원도 전통음식인 전병도 먹어보고 수수로 만든 부꾸미도 먹어본다.

유람선으로 구경하는 단양팔경 구담봉과 옥순봉

단양구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유람선관광이다. 내륙 깊은 곳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유람선은 단양팔경 중 구담봉과 옥순봉을 볼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절경에 눈이 즐겁다. 파란 하늘 아래 기암괴석들이 자랑하듯 늘어선 풍경은 한없이 여유롭다.

유람선으로 즐기는 단양팔경
 유람선으로 즐기는 단양팔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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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순처럼 보인다는 옥순봉. 단양팔경 중 제4경이다.
 대나무 순처럼 보인다는 옥순봉. 단양팔경 중 제4경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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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팔경 중 세 번째인 구담봉 옆을 지나간다. 유람선 선장은 거북이를 찾아보라며 구담봉의 유래를 설명해준다. 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이를 닮아서 구담봉(龜潭峰)이라 했단다. 김홍도의 그림에 나오는 옥순봉(玉筍峰)도 보인다.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 있는 게 마치 대나무 싹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유래했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대나무처럼 보이지 않는다.

조선 명종 때 관기였던 두향은 옥순봉 절경에 반해, 당시 단양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 선생에게 청풍에 속한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달라는 청을 넣었다고 하다. 하지만 청풍부사의 거절로 일이 성사되지 않자 이황 선생은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 이라는 글을 새겨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옥순봉과 구담봉을 돌아보고 나오는 기분은 만족, 대만족이다. 단양은 구경할 것이 많다. 하루 만에 다 보려는 욕심이 잘못된 것이겠지만 단양의 얼굴은 조금이라도 본 것 같다. 단양팔경 중 보고 싶었던 사인암은 보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에 아주 알차게 보낸 여행이었다. 단양은 아주 매력적이고, 여유를 갖고 다시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덧붙이는 글 | 7월 19일~20일 관광열차 타고 단양을 다녀왔습니다.



태그:#단양팔경, #도담삼봉, #온달동굴, #다누리센터, #옥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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