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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소장변경신청을 통해 국가정보원 트위터글 121만여 건을 추가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트위터 순위 및 검색 서비스 노출을 극대화 시켰던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내용을 추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21만여 건이라는 방대한 범죄 혐의점이 추가로 드러나자 "자동으로 리트윗된 것을 집계한 것으로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국정원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별수사팀은 관련 내용을 보강해 재판 과정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검찰은 21일 오전 2차 공소장변경신청을 설명하면서 공식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게시글 121만 건 중 원래 글(최초 등록된 글)은 2만6550건이고 나머지 118만3000여 건은 트윗덱이나 봇(bot) 프로그램을 통해 리트윗(RT·재전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T한 글의 규모가 원래 글의 약 45배에 달하는 것이다.

수사팀 "수백 수천 건 한꺼번에 뿌려 순위 사이트 도배"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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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실적 위주로 글 건수를 보고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단순히 실적을 의식한 행위의 결과로 설명했지만, 수사팀의 생각은 다르다.

이정회 팀장은 "선거에 있어서 전파도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선거법에 위반되는 유인물 3가지 종류를 1만부 배포했을 때, 실제 텍스트는 3개지만 1만부를 배포한 것 모두 죄가 된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패턴을 보면 특정한 날 같은 글을 수백 수천 개씩 한꺼번에 뿌려서 트위터 순위 사이트 등에 도배시켜 버린다"면서 "심리전단의 목적은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인터넷 공간에) 깔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왜 똑같은 글을 그렇게 많이 올렸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 충분히 입증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정원은 이날 새벽 보도자료를 통해 121만여 건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국정원은 "1차 공소장변경 때처럼 국정원 직원이 작성하지 않은 글이나 대북심리전·일반 글이 대다수 포함된 것으로 부실·과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에서 운영한 계정의 글이 맞다 하더라도 "100여만 건의 글은 봇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동으로 리트윗된 것을 집계한 것으로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양이 늘어난 것은 공소사실 입증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IT 전문가들 "서로 다른 100개보다 99번 RT된 1개가 훨씬 효과적"

IT 업계 SNS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엄청난 양의 RT를 노출 극대화를 위한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는 "트위터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의 게시글 100개보다, 99번 RT된 1개 게시글이 훨씬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트위터 관련 서비스에서는 RT 정도를 중요한 변수로 채택하고 있다. 유저스토리랩에서는 링크가 첨부된 트위터 게시글의 인기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 '트윗 믹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순위 산정 방식에 일정 기간 얼마나 많이 RT가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또 포털 서비스 다음의 '트위터 검색' 역시 RT 숫자에 중요한 가중치를 부여한 '인기도' 리스트가 기본 목록으로 뿌려지도록 구현되어 있다.

포털 서비스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기획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의 핵심은 메시지 자체보다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트위터의 경우 140자라는 메시지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당 계정이 얼마나 팔로어와 팔로잉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결과 그 계정이 발신한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RT가 이루어졌느냐가 더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올렸다는 게시글 121만여 건이 원래 글이 2만6550건이고 나머지는 봇에 의한 RT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더욱 트위터에서 효과적인 확산을 노렸던 결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검찰, 포털 및 커뮤니티 게시글도 일부 추가

한편 검찰은 원래 글 2만6550건 중 지난 대선과 직접 관련된 게시글이 1만3292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지난 총선 등에 관련 내용으로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지난 게시글이 1만3258건(국정원법 위반 혐의)이라고 밝혔다. 121만 건 전체로 보면 대선 관련이 64만7000여 건, 총선 등 관련이 56만2000여 건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기소된 트위터 계정 대부분은 외부 협력자가 아니라 국정원 직원이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계정 숫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단 게시글도 일부 추가 발견해 공소장에 기재했다. 기존 73개였던 선거 관련 글은 41개가 늘어 114개가 됐고, 기존 1977개였던 정치 관련 글은 148개가 늘어 2125개가 됐다.

검찰은 지난 달 18일 1차 공소장 변경을 통해 제시했던 국정원 트위터 댓글 5만5689건 가운데 2만7000여 건은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공소사실 및 증거목록에서 철회했다. 검찰은 빠지는 혐의와 추가하는 혐의를 종합해 총 범죄 행위가 121만여 건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심리전단#트위터#특별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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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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