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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인문관에 붙여 있는 대자보
 서강대 인문관에 붙여 있는 대자보
ⓒ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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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안에서 정당한 파업을 시작한 철도 노동자 수천명을 단칼에 직위해제하는 와중에도 조용하기만 했던 대한민국에 한 청년이 던진 물음의 힘은 대단했다. 고려대 주현우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평범한 질문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고려대 학생들은 이어지는 자보들로 화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는 아직 조용하기 그지 없던 때, 나는 서강대학교 커뮤니티에 대자보를 게재했다. 주현우씨의 글을 보고 느낀 이 감정이 정녕 나만의 것인지, 내 주변의 학우들은 정말로 안녕하신지 궁금해서였다.

어느 고려대학교 대학생이 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글을 보고 씁니다. 누군가 지금의 이십대를 더러 축복받은 세대라 말한답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 땐 텅 빈 집을 지키며 학원을 전전했고, 열에 아홉은 가는 대학을 따라가느라 사회 빛을 보기도 전에 빚더미에 앉아야하면서도 이 우울증 걸린 사회 속에서 조증걸린 환자처럼 희망차게 열정있게 살아가길 종용당하고 강요당하던 우리들이 아니었던가요. "개기면 죽는다. 개길 힘이 남은 자들은 유난 종자로 찍힐 뿐이다. 생명보단 돈이, 그 지긋지긋한 돈이 더 중하다. 약자보다 강자를 더 사랑해야한다." 이깟 말들을 세뇌당한 채 상식을 잃고 침묵에 젖어버린 우리들이 아니던가요. 세상은 우리의 꿈에 관심 없는데 세상을 향한 우리의 외침은 공허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이미 오래 전, 늙어 쉬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이 매일 타고다니는 철도를 민영화한다는 소식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파업을 시작한 노동자 6천여명을 직위해제하는 단호하고 잔인한 현실에도,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다 개표기 오류다 하는 부정선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대해 발언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나오는 말도 안되게 퇴행적인 정치판에도, 자기소개서에 부모님 직업과 동산과 부동산 내역을 적어내라는 예의 없는 대기업의 태도에도, 지금 이순간도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지는 강물 앞에서도 우리는 악소리 한번 내어보질 못합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만 숨쉬고 살 수 있는 사회.

이게 과연 누구의 잘못이냐 하는 문제, 물론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녕 그것을 모르냐, 아닐겁니다. 다만 우리는 가해자를 벌하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으니까요. 피해자를 등신 취급하는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거지같은 세상에 품은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 우리에게 묻고 싶습니다. 가해자를 벌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오히려 손을 들어주던 우리들,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을까요. 그 부채감은 합리화의 손에 끌려 또 다른 가해자를 만들게 되진 않을까요.

저도 안녕하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서강학우 여러분께서는 안녕들하신지요. 혼자 느낄 땐 절망이던 것들, 함께 생각을 나누면 희망일 수 있습니다.

대자보의 위력은 컸다. 수많은 학우들의 지지와 응원에 내 마음 속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물결이 이토록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문학의 힘'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을 막론하고 '세상 살기 힘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문학적인 힘은 잔잔하게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특히 나는, 경제 논리에 의해 약자를, 생명을 짓밞는 비상식적인 사회에 대해 우리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자 했다. 침묵은 큰 테두리 안에서 동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을 해프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이익집단의 개입이나 기성세대들의 편견 어린 해석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 개인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둔 채, 약자를 위한 애정 어린 시선을 지니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위험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한 건설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 선배 까러 나왔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를 지지하는 정다운(서강대 09)씨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집회에 참가해 "서강대 선배 까러 나왔다"며 "일년 전까지의 고대생의 마음을 이제 알겠다"고 말했다.
▲ "서강대 선배 까러 나왔습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학내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를 지지하는 정다운(서강대 09)씨가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모여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서울역나들이' 집회에 참가해 "서강대 선배 까러 나왔다"며 "일년 전까지의 고대생의 마음을 이제 알겠다"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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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자보#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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