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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고 맞던 침을 왜 20~30분씩이나 꽂고 있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맞던 침을 왜 20~30분씩이나 꽂고 있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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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쪽도 알고 있고 저쪽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설명은 한쪽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설명보다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양쪽 모두를 잘 아우를 수도 있고, 차이점이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내용도 더 구체적일 수 있습니다.

<스마트 동의보감>(지은이 백태선, 펴낸곳 글과생각)의 저자 백태선 박사는 여느 의사들과는 달리 의사 자격증과 한의사 자격증 모두를 가지고 있는 '희귀한 의사'입니다.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건 현대의학을 전공했다는 이력(증명)이며, 한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건 한의학을 전공했다는 이력이니 한의와 양의를 두루 섭렵한, 결코 흔치 않은 의학 전문가입니다.

웬만한 사람치고 병원이나 약국, 한의원이나 한약방 한 번 안 다녀 온 사람 없을 겁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양약을 처방 받았다면, 한의원에서는 침을 맞거나 한약을 처방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왜 병원으로 가 주사를 맞고, 저런 경우에는 왜 한의원으로 가 침을 맞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병원에도 다니고 한의원에도 다니지만 병원으로 상징되는 현대의학과 한의원으로 상징되는 한의학이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그냥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해 찾아다닌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의학-한의학 모두 전공한 저자가 쓴 <스마트 동의보감>

<스마트 동의보감>┃지은이 백태선┃펴낸곳 글과생각┃2014.2.12┃1만 6000원
 <스마트 동의보감>┃지은이 백태선┃펴낸곳 글과생각┃2014.2.12┃1만 6000원
ⓒ 글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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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동의보감>은 한의학이 무엇인가를 현대의학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어 그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립할 수 있는 개론서입니다.

한의학의 역사적 배경, 치료효과와 원리, 한의학에 스며들어 있는 사상과 철학 등을 현대의학을 곁들여 술술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치료제를 발명했으며, 우리의 몸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곳의 어딘가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러니까 꽉 그러쥐고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실험적이다.

반면 한의학은 철학적이며 주관적이고 경험적이다. 한의학은 파악보다는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의 몸, 그리고 그것을 괴롭히는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한의학은 음양오행과 같은 동양 철학 안에서 발전해왔다. 한의학은 질병 자체보다 그것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더 탐구한다. -<스마트 동의보감> 26쪽

주변에서 병원을 다니던 사람 중, 특히 간에 문제가 있어 병원엘 다니던 사람이 한약을 먹는다고 했다가 주치의에게 혼쭐이 났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병원이나 한의원이나 다 병을 고치기 위해 처방을 할 게 분명한데 한약을 먹는다고 하면 병원에서 혼쭐을 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건 같은 장기, 같은 간이라도 간의 기능이나 역할 보는 관점이 현대의학과 한의학에서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간장의 주요 기능을 소설(疏泄), 즉 소통과 배설 그리고 장혈(藏血) 작용으로 보고 있지만 현대의학에서는 해독작용과 각종 대사 작용을 간의 주요 기능으로 봅니다. 

책에서는 한의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음양오행과 신체적 구조 등을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라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힌트를 주듯이 현대의학 용어와 개념들을 곁들여 비교 설명하고 있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당한 성생활'은 어떤 것일까?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입장이 가장 많이 차이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한의학은 성생활의 최소화를 강조하는 반면, 현대의학은 적당한 성생활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론 어디까지가 적당한가에 대한 이견은 있다. - <스마트 동의보감> 129쪽

체질론은 한의학뿐만 아니라 서양의 고대 의학에서도 보인다. 예를 들어 히포크라테스의 '4체액설'을 바탕으로 한 갈레노스의 '4기질론'이 서양의 체질론을 대표한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5태인(五態人)이나 5형인9五形人)처럼 다섯 가지로 분류하는 체질론이 있었다.

현대의학에서는 유전자를 분석하여 각각의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가려내 약물을 달리 쓰거나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체질론이라고 볼 수 있다. - <스마트 동의보감> 163쪽-

오묘한 음양오행, 조화와 합체

우리 몸 하나하나는 따로따로 작용하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연기적 관계임을 이해할 즈음이면 오묘하다고 밖에 할 수없는 음양, 음양조화와 합체까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음양을 이해하고 기와 혈, 오장육부와 진액, 정과 체질, 태양인이나 태음인이니 하는 체질까지 이해할 즈음이면 신비롭지만 의문투성이였을 수도 있던 한의학이야 말로 저자의 말처럼 '삶 그 자체, 인간 그 자체 그리고 우주 그 자체'라는 정의에 공감하며 한의학에 대한 개념 또한 또렷하게 정립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대의학이나 한의학 모두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공통의 목적은 병든 사람을 고쳐주는 치료입니다. 그러함에도 병원이나 한의원이 치료하는 방법도 다르고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 다른 건 바로 아픈 원인(병원)을 보는 시각이나 치료방법을 찾는 접근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고 맞던 침을 왜 20~30분씩이나 꽂고 있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꾹꾹 참아야만 했던 뜨거운 뜸이나 부항은 어떤 작용으로 치료효과를 가져오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고 했습니다. 2009년에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에 담긴 내용이 제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내가 읽지 못하고 새기지 못하면 부뚜막에 놓인 소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의학과 한의학 모두를 전공한 백태선 박사가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스마트 동의보감>이야 말로 마음만 먹으면 취할 수 있는 한의학 지식이 가득 들어있는 한의학 지식단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스마트 동의보감>┃지은이 백태선┃펴낸곳 글과생각┃2014.2.12┃1만 6000원



스마트 동의보감

백태선 지음, 글과생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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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마트 동의보감, #백태선, #글과생각, #한의학, #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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