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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죽령 장승공원에서 열린 제26회 죽령장승제에서 영주시 죽령장승보존회 회원들이 장승을 세우고 있다.
 소백산 죽령 장승공원에서 열린 제26회 죽령장승제에서 영주시 죽령장승보존회 회원들이 장승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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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마지막 날, 소백산 죽령 정상 부근의 장승공원에서 '죽령장승제'가 열렸다. 올해로 25년째 이어오는 죽령장승제는 근대에 복원돼 매년 장승을 세우는 사실상 전국 유일의 행사다. 장승이 있는 대부분의 마을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장승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장승이란, 지역의 경계표시, 마을의 이정표이자 외부로부터 액과 병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한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장승을 소백산에 세우는 '죽령장승제'는 지난 1991년 '(사)영주문화연구회'가 영주대장승, 단양여장승 합동혼례제를 지내면서 시작됐다. 이후 여러 해가 지나 현 '죽령장승보존회(이하 보존회)'가 결성돼 장승제를 주관하고 있다.

장승 세우기 전, 우선 '성인식'부터 치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해 새로 세울 장승을 옮긴 후 장승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점안식, 띠를 둘러주는 채단식, 성인식 후 한 몸을 이루는 부부합방의 순서가 이어졌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해 새로 세울 장승을 옮긴 후 장승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점안식, 띠를 둘러주는 채단식, 성인식 후 한 몸을 이루는 부부합방의 순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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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승제는 먼저 밑둥이 삭아 넘어진 옛 장승들을 치우고 새로 만든 장승을 옮기며 시작됐다. 이후 장승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점안'과 장승의 이름을 쓰는 '명문', 붉은색과 푸른색의 띠를 묶어주는 '채단'의 순서로 이어졌다.

점안은 배용호 전 영주교육장, 문창주 영주시청 자치안전국장이 했고, 명문은 보존회 김철진씨가 맡아 한글로 '하늘대장군', '땅여장군'을 썼다. 채단은 박유서 영주문화원 부원장, 김병노 전 한국예총영주지부장이 각각 맡았다.

'늘산'이라는 호를 쓰는 죽령장승보존회의 김철진 씨가 '하늘대장군', '땅여장군'이란 장승의 이름을 쓰고 있다.
 '늘산'이라는 호를 쓰는 죽령장승보존회의 김철진 씨가 '하늘대장군', '땅여장군'이란 장승의 이름을 쓰고 있다.
ⓒ 김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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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장승은 성인식을 거쳐 두 장승이 한 몸이 되는 부부합방을 치르고 나서야 세워졌다. 이어 제상을 차리고 풍물패가 당산풀이를 한 뒤 보존회 회원들과 참석자, 산행을 온 관광객까지 다함께 장승고사를 올렸다. 

푸른 옷을 입고 앉아 제삿술을 올리고 있는 김진식 죽령장승보존회 회장(가운데)과 제관들
 푸른 옷을 입고 앉아 제삿술을 올리고 있는 김진식 죽령장승보존회 회장(가운데)과 제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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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제를 주관한 죽령장승보존회 김진식 회장(48)은 "영주문화연구회가 근대 죽령장승제를 복원한 지 어느덧 25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앞으로도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남대학교(미술대) 재학 시절인 지난 1988년부터 장승을 깎아 온 이 분야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하며 '1970년대 이후 장승의 전승과 변화양상'이란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장승제를 모두 마친 영주시 죽령장승보존회 회원들
 장승제를 모두 마친 영주시 죽령장승보존회 회원들
ⓒ 죽령장승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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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죽령장승보존회는 초기 죽령장승제를 주관하는 단체로 출발했지만 이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전통 장승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2015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 기간 중에 열린 '영주 전국장승축제'는 보존회 주관으로 18회째를 맞은 전국규모의 유일한 장승축제다.

또한 앞서 열린 제53회 경북도민체육대회(5월 8일~5월 11일) 때는 개최 장소인 영주시민운동장에 경북 23개 시·군의 장승을 세우고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승 점안식'도 처음으로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그:#소백산, #영주, #죽령, #장승, #철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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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여우마을 문화콘텐츠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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