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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대화의 형태를 빌려 보다 알기 쉽게 암 예방 및 통계에 대한 지식과 갑상선·유방·대장·간 등 각각의 암 종에 대해 알아보는 연재입니다. 한 신문사의 의학·건강기자이자 암 환자 보호자이기도 한 K기자와 한 종합병원 의사 Q의 대화로 구성해봤습니다. - 기자 말

인천공항. Q는 호스피스를 공부하기 위해 급히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세계적인 호스피스 센터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서신을 보냈는데 뜻밖에도 우호적인 답변을 받았던 것이다. K는 그런 Q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나왔다.

Q와 K는 공항에 마주섰다.
 Q와 K는 공항에 마주섰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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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선생님!"
Q : "아이고…. 기자님께서 여기까지 다 와주시고…. 고맙네요."
K : "선생님 별로 친구가 없는 걸 제가 잘 알거든요."
Q : "하하. 그러게요. 말주변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K : "그게 선생님의 매력이에요. 그건 그렇고, 선생님이랑 한참 재미있는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너무해요!"

Q : "그러게요. 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이런 기회가 생길 줄 저도 몰랐네요."
K :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이세요?"
Q : "글쎄요, 가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길게는 아닐 거에요.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정도?"
K : "그렇군요. 선생님은 더 좋은 의사가 돼 돌아오실 거라 믿어요! 좋은 분이니까요."
Q : "(웃음) 좋은 의사라….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좋은 의사인가요?"

좋은 의사, 좋은 기자 그리고 좋은 사람

K : "네? (당황) 음…. 제가 어머니랑 같이 입원해 있을 때, 얘기도 많이 들어주셨고요. 궁금한것도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또 아는 것도 많으시고요!"
Q : "(웃음) 하하."
K : "(화남) 선생님, 그런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죠? 제가 역으로 질문할 거에요. 선생님 말투로요. '좋은 의사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Q : "하하, 그러게요. 제가 질문 받으니 참 답하기 어렵네요. 좋은 의사는 뭐고, 좋은 기자는 뭐고, 좋은 사람은 무엇일까요…. 좋은 의사의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는지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제가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환자였던 것은 아니고, 보호자였지요. 3주 정도 병원에서 지냈는데, 그때 참, 뭐랄까, 서럽더라고요. 잠자리나 여러 가지가 불편한 데다가, 병에 대한 공포, 불안함도 크고 병원 사람들의 바쁜 모습…... 제가 K씨에게 그런 존재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보호자로 있었을 때도 제 얘기를 기꺼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래서 그때 그분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좋은 의사란 무엇입니까.
 좋은 의사란 무엇입니까.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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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 "네."
Q : "또 레지던트 때, 간암에 관한 논문을 하나 썼었는데, 제가 200명 정도 환자의 자료를 받았었어요. 그런데 제가 논문을 쓰던 시점에 200명 중 살아있는 분이 겨우 2명이었죠. 198명은 돌아가신 거에요.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 그리고 죽음 위에 내가 배우는 지식들이 서 있구나. 먼저 떠나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겠구나. 그리고 이 지식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에서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고요."

K : "뭔가 도덕 선생님 같은 느낌이네요."
Q : "하하, 그런가요. 그럼 K씨, K씨가 생각하는 '좋은 기자' 란 무엇인가요?"
K : "좋은 기자요? 음….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다음에 만날 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게끔 열심히 일할게요.(웃음)"
Q : "하하하. 네에. 그러도록 하시죠."

더 알찬 내용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K : "그런데 선생님, 기사 조회수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쓰는 글 조회수가 꽤 높아요. 이 정도 수치면 고정적으로 연재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Q : "네, 무척 감사한 일이네요."
K : "그 독자분들에게, 잠시 떠나시면서 전해주실 말씀 있으세요?"

Q : "일단 연재를 지속하지 못하게 되어서 너무 죄송하고요. 우선 (흡연자라면) '금연'은 반드시 하시길 바라요. 간접흡연도 가급적 피하시고…. 지난해 10월쯤에 작성했던 <"암에 좋은 음식? 글쎄요" 이런 의사 말의 속내>라는 기사가 있어요. 이 기사의 말미에,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에서 제시한 암 예방 생활습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보시려면 이것을 봐주세요. 그리고 아프지 마시고, 몸 건강하시고,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그런 삶을 꼭 많은 분들이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K : "좋은 말씀, 감사해요. 선생님, 오실 때 선물, 아시죠?"
Q : "잘 모르겠는데요."
K : "…."
Q : "하하, 농담입니다. K씨도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하시고요."
K : "네, 선생님. 그간 감사했습니다. 또 연락드릴게요!"

[기자의 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연재가 어렵게 됐습니다(실제로 외국으로 호스피스를 공부하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호스피스는 그냥 평소 제가 관심있던 분야입니다). 관심있게 지켜봐주신 분들에게 무척 죄송합니다. '종양학 전문의와의 점심식사'는 제가 생각했던 전체 흐름에서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습니다.

조금 제 자신을 충전해서, 더 알차고 좋은 내용으로 구성된 기사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제 기사를 편집해주시고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 특히 수고해주신 김지현 기자와 지난해 연재했던 칼럼 '암과 음식' 편집에 수고해주신 최은경 기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임채홍님은 현재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입니다.



태그:#종양학전문의,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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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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