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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휠을 이용한 작품으로 자동차문짝에 붙여 전시함
▲ 유영 자동차휠을 이용한 작품으로 자동차문짝에 붙여 전시함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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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작열하는 작년 이맘때 쯤 고물상 안에 둥지를 틀었다. 이사 날을 받아놓고 보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터라 걱정들을 하는데 일일이 대꾸하기도 궁색하고 해서 작품제작(정크아트)을 핑계 삼았다.

살고 있던 상가가 새주인을 만나면서 집세를 올려달라기에 처음엔 몇 개월을 버텼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주기에 다소 무리가 따랐다. 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꺾였다. 더구나 정크아트작업을 하는 공간으로서 환경이 마땅치 않았다. 작품소재를 찾아 자주 드나들던 고물상 사장님에게 비어 있는 공간 사용을 부탁했다.

그렇게 부탁한 지 1년쯤 만에 승낙을 받았다. 절기로 보면 봄, 가을쯤이 이사하기에 적당하지만 치솟은 임대료와 경비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옮겨야 했다. 고물상은 넓기도 하거니와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고 비용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바로 뒤편이 공원이니 커피 한잔 들고 나서면 확 트인 연못과 공원길이 사색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작업장뒤편으로 울창한 덕진공원숲이 보인다.
▲ 작업장전경 작업장뒤편으로 울창한 덕진공원숲이 보인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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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진연못이 훤히보이는 작업장 뒷길이다.
▲ 덕진공원길 덕진연못이 훤히보이는 작업장 뒷길이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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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집에서 1km가 안되니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좋다. 지금은 덕진연못의 연꽃이 만개해서 볼거리가 많다.(전주 덕진연못 연꽃은 6월말에서 7월 중순 사이에 만개한다.)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도 즐거움이거니와 아내도 1년 전 쯤부터 시작한 옷 만들기 기술이 늘어 식구들 옷을 만드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냥 쉽게 후딱후딱 만들어. 대충 대충 만들어서 입으면 되지. 그렇게 꼼꼼하게 만들면 힘들잖아."
"아이구~ 모르는 소리하는구만. 패턴(옷모양)을 만들고 제도를 잘 해야 옷이 맵시를 다하지. 대충 대충이 어디 있어. 말이 쉽지."

옷 만드는 기구도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재봉틀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오버로크(overlock, 마름질한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꿰매는 일)를 하는 미싱엔 실패가 여러 개 달려 있다. 하나라도 끊어지면 모든 것이 올스톱이다.

나는 어설픈 보조기사다. 처음 재봉틀을 들일 때 배운 방법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놓았는데 매번 할 때마다 실수연발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숙련도가 제법 늘어 이젠 아내의 보조기사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고물상 안에 자리한 우리만의 공간은 취미도 살리고 새로운 꿈을 가져다준 공간으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말이면 시골에 계신 장모님을 뵈는 일이 과제였는데 장모님도 같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장모님 뵈는 일도 조금 줄어들었다.

팔순이 넘은 장모님이 정읍에서 전주로 이사를 할 때 못내 시골집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잘 안착한 셈이다. 전주로 이사한 뒤 며칠은 시골집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혼자서 지킨 게 20여년, 한순간에 살던 곳을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모님도 작업장에 들르시고 틈만 나면 공원길 산책으로 건강을 돌보신다. 이렇게 여러 변화가 생긴 데는 아내의 결정이 도움이 되었다.

"좀 더 일찍 이사를 왔어야 하는데, 얼마나 좋아."
"마음 먹는다고 되었겠어? 지금이니까 기회가 주어졌지."

              자외선노출을 막기위해 얼굴에 복면을 한다
▲ 완전무장 자외선노출을 막기위해 얼굴에 복면을 한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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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아트작가로서 활동도 바빠졌다. 2015년 공모전에서 정크아트부문에서도 상을 타고 몇 차례 초대전과 그룹전에 참여하고 올해는 개인전도 가졌다. 나날이 정크아트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전시회 참여횟수도 늘어가고 있다.

             고물상에서 나온 일회용부탄가스통으로 만들었다.
▲ 병정로봇 고물상에서 나온 일회용부탄가스통으로 만들었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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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속에서 나온 작품소재로 고물이 보물이 되었다.
▲ 아기호랑이 고물속에서 나온 작품소재로 고물이 보물이 되었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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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상에 들어온 페자동차차체로 만들었다.
▲ 사슴 고물상에 들어온 페자동차차체로 만들었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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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던 폐철이 멋진 로봇이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다.
▲ 로봇 보잘 것 없던 폐철이 멋진 로봇이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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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자동차 차체로 만든 개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 정원의 개 페자동차 차체로 만든 개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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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상에서 나온생활용기와 식당주방용기가 결합되어
                    앙상블을 이룬다.
▲ 부엉이가족 고물상에서 나온생활용기와 식당주방용기가 결합되어 앙상블을 이룬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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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으로 이사를 오면서 달라진 모습들이다. 고물상의 일상은 버려지는 자원들의 집합소다. 연로하신 어르신들 생활수단으로 폐지와 고철들이 모인다. 그 분들이 모은 하나하나 물건들이 작품 소재가 되고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작가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서로 공생하는 입장이다. 개인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들을 가졌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색다른 예술에 대한 신선한 충격이라고 해야 할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대량으로 소비되면서 버려진 자원에 대한 변신은 이렇게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가볍게 흔들곤 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마음을 붙들기에는 좋은 소재였다. 조금 늦었다고 한 발짝 물러설 게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정크아트의 가치를 확장하는데 무엇인가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소재를 구하는 일도 작품을 구상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처럼 물건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버려지고 수집된 뒤 재가공된다. 그것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업을 통해 업사이클링되어 예술작품으로 탄생되기도 한다.

고물상은 어려움을 헤쳐가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순박한 인심이 아직 살아있는 이곳에는 삶이 고달프다고 앙탈부리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일궈가는, 마치 버스가 손님을 태우고 내리는 인생정류장 같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는 또다른 이방인으로 비칠지 모른다.

참매미의 우렁찬 소리가 공원을 울린다. 아마도 그들의 울음소리가 그칠 즈음 작업장에는 버려진 것들에 대한 생명의 탄생이 기다릴 테다. 재미있는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속에 새로운 기약을 하게 될 것이다.

정크아트
생활주변에서 버려지는 폐품이나 산업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 잡동사니들을 이용한 조형활동으로 1950년대 이후 산업발달과 새로운 소재를 찾던 작가들에 의해 나타난 예술장르.

덧붙이는 글 | 박인선 작가는 2014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 정크아트부분 대상을 수상한 정크아트작가로 작품활동을 위해 고물상에 자리를 잡으면서 폐자원 활용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실천을 위해 작은전시회를 통한 순회작품전과 만남을 통하여 사회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태그:#박인선정크아트, #전주덕진공원, #전주한옥마을, #정크아트작가박인선,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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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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