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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심재철 국회부의장 주최 '왜 정치교체인가'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
▲ 목 축이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심재철 국회부의장 주최 '왜 정치교체인가'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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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가 올라갈수록 새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몸가짐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5일 캠프 인사들을 만나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한 말이다. 그만큼 자신을 향한 검증 공세가 거센 것에 억울함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고, 최근에서야 대권 의지를 밝힌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검증 공세는 당연한 일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검증 대상이 재산이다. 반 전 총장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지내며 최근까지 재산을 공개해온 다른 대권 주자들과 달리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퇴임까지만 재산이 공개돼 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 '유엔 직원 재산신고 규정(UN Financial Disclosure Program)'에 따라 1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신고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돼 있지 않은 데다 이마저도 배우자 부동산 누락 의혹 등이 제기된 바 있다(관련기사 : 반기문, 유엔 재산신고 때 배우자 부동산 뺐다?).

2006년까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재산신고내역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반 전 총장이 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에서 물러나면서 한 퇴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그는 본인 명의의 서울 양재동 대지와 배우자 명의의 인천 둑실동 임야 등 총 11억37704만 원을 보유 재산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보유 부동산의 공시지가나 보유 지분을 축소해 약 5억여 원을 줄여 신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형편이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이 공직 생활 중 장남 우현씨에게 예금 재산 등을 증여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는 <오마이뉴스>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관보를 통해 공개된 반 전 총장의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관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우현씨의 재산은 주로 예금 자산이었다. 그런데 그의 예금은 2003~2005년 사이에 1~2년 차 직장인의 수입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즉 반 전 총장 등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만약 우현씨가 증여세를 내지 않았을 경우 다른 재산 관련 의혹들과 함께 대권에 도전 중인 반 전 총장의 도덕성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봉 2600만 원 사회 초년생이 1년 만에 1억 이상 예금 모았다?

일단 우현씨의 재산은 1998년 관보에서 전년 대비 약 1500만 원 상승한 1831만1천 원으로 신고됐다. 당시 우현씨는 군 복무 중이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가계자산 중 일부를 장남 명의로 이전"했다고 그 경위를 기재했다.

그러나 우현씨가 군 전역 후 '봉급저축'을 시작하기 전에도 재산은 증가한다. 1999년 5월 군에서 전역한 우현씨의 재산은 1999년 전년 대비 20만 원 상승한 1851만1천 원이었다. 그러나 1년 뒤인 2000년 관보에서는 4674만4천 원이었다. 전년 대비 2823만3천 원이 증가한 것이다. 2001년 때도 증가했다. 우현씨의 재산은 2001년 관보에서 전년 대비 1618만7천 원 증가한 총 6293만1천 원으로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우현씨의 재산은 군 복무 중이던 1998년부터 사회 진출 전인 2001년까지 약 3년간 총 4462만 원이 늘어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 같은 증가 이유를 '계좌 이체'로 표기했다. 

우현씨의 재산에 '봉급저축'이 증감 이유로 기재되기 시작한 해는 2002년이 처음이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그의 첫 직장인 LG CNS의 대졸 초임 연봉에 걸맞은 증가 추이를 보인다. 2002년 관보에서 우현씨의 재산은 전년 대비 1411만5천 원 증가한 총 7704만6천 원으로 기록됐고, 2003년 관보에서는 전년 대비 1327만4천 원 증가한 총 9032만 원이었다. 2002년 당시 LG CNS 대졸 초임 연봉 수준이 약 2600만 원인 점을 고려할 때 봉급저축에 따른 증가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4년, 2005년 관보에 기록된 우현씨의 재산은 봉급저축 외 다른 '원인'을 통해 증가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04년 관보에서 우현씨의 재산은 전년 대비 4172만9천 원 증가한 총 1억3204만9천 원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5년 관보에 따른 우현씨의 재산 증가는 더 가파르다. 우현씨는 2005년 관보에서 전년 대비 1억4630만4천 원 증가한 총 2억7835만3천 원의 예금을 보유한 것으로 기록됐다. 

앞서 지목했던 LG CNS 연봉 수입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증가다. 특히 우현씨는 LG CNS에 3년간 근무 후 미국 UCLA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유학길을 떠난다. 반 전 총장은 이러한 우현씨의 재산 증가 이유를 '봉급저축 및 계좌이체' 혹은 '봉급저축 및 만기계좌 이체, 생활비 사용' 등으로만 기재했다.

"구체적인 자료나 정확한 기억 없지만, 장녀 혼례비용 목적으로 잠시 이체"

우현씨의 재산은 변동가액만 신고하도록 한 과거와 달리 모든 재산 총액을 기재토록 한 2006년 관보에서 많이 감소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반 전 총장은 우현씨의 재산을 당시 전년 대비 9851만5천 원이 감소한 1억7983만8천 원으로 신고했다.

재산 감소의 사유로는 "본인 개인 차량 구입, 주식 매입 등으로 예금 감소"라고 기재했다. 우현씨의 재산은 2006년 11월 퇴직 재산신고 당시에도 "주식 백지신탁 신고시 매각" 등의 이유로 전년 대비 7445만2천 원 감소한 총 1억538만6천 원으로 신고됐다.

현재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면제 한도는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 원, 성년 자녀에게는 5000만 원까지다. 이보다 초과할 경우 그에 대한 증여세를 내게 돼 있다. 그것도 증여 시점에서 과거 10년을 합산해 계산한다. 2013년 12월 31일 이전에는 이보다 더 증여세 면제 한도가 낮았다. 미성년 자녀인 경우엔 1500만 원, 성년 자녀인 경우엔 3000만 원이었다.

이에 근거할 때, 우현씨는 증여세 납부 대상자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가계자산 중 일부를 장남 명의로 옮겼다"고 밝힌 1998년 관보 신고 때부터 2006년까지 우현씨의 재산은 총 1억6132만7천 원이 증가했다. 이 중 LG CNS의 대졸 초임 연봉 2600만 원을 기준으로 3년간의 '봉급저축'을 감안한다면 약 8000만 원 정도를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8일부터 반 전 총장 측에 이러한 우현씨의 재산 증가와 그에 따른 증여세 납부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지난 25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다가, 26일 보도 이후 따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통해 "2005년 장남의 금융자산 증가에 대해서는 12년 전의 일로서 구체적인 자료가 없고 정확한 기억이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반 전 총장 측은 "2004년에 총장 본인의 적금이 만기되어 그 금액을 곧 있을 장녀 결혼식 경비로 쓰기 위해 당시 다소 금리가 높은 장남 보유 은행계좌에 예치했다가 장녀 혼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이로 인해 재산신고상 장남의 예금액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만기 적금을 가족계좌에 일시적으로 예치하는 것은 금융실명제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며 현재 우리나라 세법의 실질과세 원칙에 비추어 증여할 의사도 없었고 또한 사실상의 증여라 볼 수 없는 점을 감안하여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잠시 예금을 이체했을 뿐이라 증여세를 탈루하거나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 측은 퇴직자 재산신고 당시 축소신고 의혹에 대해서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당시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장관직에서 이임하면서 공직자 재산신고를 비서실에서 담당했다"면서 "당시 공직자 재산신고 규정상 부동산은 취득, 매매 등 재산상 변동이 없고 가액 변동만 있을 경우 신고의무사항이 아니어서 2006년 1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용을 그대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후 해외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였기 때문에 퇴임 시 신고한 재산내용에 대한 가액변동 등을 정정할 계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태그:#반기문, #공직자 재산신고, #반우현, #증여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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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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