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Red Summer >의 앨범 재킷 이미지. 레드벨벳이 새로운 싱글 '빨간 맛'으로 돌아왔다.

< The Red Summer >의 앨범 재킷 이미지. 레드벨벳이 새로운 싱글 '빨간 맛'으로 돌아왔다. ⓒ SM 엔터테인먼트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레드벨벳은 '레드'와 '벨벳'의 두 콘셉트로 활동하는 그룹이다. 그래서 '빨간 맛'이라는 노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땐 의아했다. 4년 차 아이돌인 이들이 왜 자신의 콘셉트를 제목으로 노래하지? 소녀시대가 정규 1집(2007)에서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해 부른 거야 그룹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었고 핑클이 '핑클(2005)'이란 제목의 노래를 발표한 것은 그룹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함이었지만, '한창때'인 이들이 왜?

하지만 이들이 누군가. 팬들이 '귀신같은 SM'이라고 부르는 '그' SM 소속 가수 아닌가. 어느덧 전환점을 맞은 그룹엔 새로운 생기가 필요했다. 활기와 에너지를 노래하는 '레드 콘셉트'였던 전작 '루키'의 성적은 좋았으나 같은 레드 콘셉트였던 'dumb dumb'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상황에서 '레드'라는 카드를 다시 내밀면 자칫 그룹의 이미지 자체가 식상해질 수 있었다.

SM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역이용했다. 콘셉트가 '레드'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곡의 첫 부분을 조이에게 부르도록 하는 새로움을 택했다. (도입부 담당은 대개 슬기였다) 막내 예리에게 랩 파트의 일부를 맡긴 것도 다른 시도다. 멤버 각자에게 '상징색'이 있어 그것으로 멤버에 개성을 부여하던 이전의 콘셉트는 잠시 접었다. ('빨간 맛'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린은 핑크색을 벗고 흑발로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곡은 어느 때보다 대중적이다. 비트는 쉴 틈이 없고 안무는 초 단위의 잔 동작들로 짜여있다. '빨간 맛,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로 그 맛'으로 반복되는 후렴은 한 귀에 중독될 만큼 '쉽다'. 게다가 각 '절(verse)'마다 후렴에 약간씩의 변화를 주어 곡의 지루함을 막는 일반적인 작법과 달리 이 곡은 중독적인 데다 쉽기까지 한 멜로디가 가사의 변경조차 없이 '똑같이' 반복된다. 한 번만 들어도 '빠빠 빨간 맛' 부분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안전한 훅 송(Hook Song) 아니냘 수 있지만, 쉬운 멜로디를 반복하다 끝맺나 싶던 곡은 절정 부에 이르러 파격을 택한다. 템포를 갑작스레 늦추고 웬디의 안정적인 고음으로 사랑의 간절함을 표현토록 한 것. 쉼 없이 쿵작대던 앞부분에서 쌓였던 감정이 애절하게 터져 나오는 느낌이다. 색다르고, 훌륭한 곡 구성이다.

'과일들을 인터뷰한다'는 재미있는 콘셉트의 뮤직비디오의 도입부를 보면, 과일들이 '어릴 때부터 그렇게 달콤하진 않았어요. 크면서 속도 좀 차고…'라고 '대답'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그 과일들이 각각 멤버들 본인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즉, 자기 자신을 인터뷰한 셈이다. 전환점의 자신을 돌아보듯이.

이는 그룹의 초기에 구축했던 '레드'콘셉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속이 찬 레드'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 의지는 멋지게 증명됐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여름을 정확히 저격한 시원한 노래이자, 어느덧 상당한 연수가 쌓인 그룹의 훌륭한 전환점이다.


레드벨벳 빨간맛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