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붙박이장도 직접 해주실 수 있나요? 이게 전형적인 붙박이장 형태가 아니라서요. 옆 방 붙박이장은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할 거 같은데, 이방 붙박이장은 쉽지 않을 듯해서 그렇습니다."

"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골로 내려온 이래 두 번째로 짓는 새집이 준공을 코 앞둔 지난 19일, 시공팀이 막바지 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목조주택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목수들이 붙박이장 같은 웬만한 집안 구조물들을 목재로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화조 상부를 콘크리트 타설로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굴삭기가 마지막 부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정화조 상부를 콘크리트 타설로 정리하고 있는 가운데, 굴삭기가 마지막 부지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 김창엽

관련사진보기


한번은 새집의 부엌 공간이 넓지 않은 편이어서 천장에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다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적 있는데, 시공팀장이 "네"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더니 뚝딱 만들어 놓았다. 구태여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지만, 붙박이장 설치도 전문 업체보다 비싸게 먹힐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집을 지으면서 돈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워낙 얇은 호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지난 2개월여 동안 뇌리 한구석에는 항상 돈 문제가 차지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다행스럽게도 120만 원 정도 예산이 초과된 상태다.

바닥면적 70㎡(21평 남짓)의 현재 집을 짓는데,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8500만 원 정도다. 완공이 눈앞이므로 변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앞으로 들어갈 돈도 대략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아직 치르지 않은 시공 잔금과 건축설계 비용, 현관 처리 비용 등에 취득세 같은 공과금까지 합하면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 1억 원 안팎이 될 듯하다. 21평 남짓한 목조주택에 이 정도면 혹자는 결코 값이 싸지 않은 주택이라고 할지 모른다.

집 초기 골격이 완성되던 시점의 모습. 두어 달 전이다.
 집 초기 골격이 완성되던 시점의 모습. 두어 달 전이다.
ⓒ 김창엽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원래 밭이었던 곳을 대지로 바꿔야 하는 바람에 농지전용부담금만 400만 원 넘게 지출했고, 축대를 쌓는 등 부지정리 토목비용 또한 비슷하게 들어갔다. 시골에 전원주택이나 농가주택을 짓는 사람들이라면 공사비 산정에 있어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바로 이런 '숨은 비용'이다.

집을 짓는다면 흔히 건축비를 생각하게 되지만, 이번 새집의 경우 전체 비용 가운데 건축비는 자세히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75% 정도 들어가는 듯하다. 즉, 순수 건축비가 차지한 비용이 3/4이고, 나머지는 직접적으로 건물 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이 아닌 것이다.

최종적으로 계산해 봐야겠지만 건축공사비는 3.3㎡(평)당 350~360만 원 선을 크게 넘지 않을 듯하다. 요즘 목조주택 시공에 이 정도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건축 토목업계에 20년 넘게 종사했다는 어떤 사람은 평당 단가를 얘기하자 "싸구려 집이구만"이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기도 했다.

내 집 짓기, '기술'보다 '마음' 챙겨야

채광을 위해 방 2개와 거실을 정남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채광을 위해 방 2개와 거실을 정남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 김창엽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어떤 건축주가 싸구려 집을 원할까? 비교적 저렴할망정 새집이 값싼 집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단가가 저렴할 수 있었던 데는 시공팀의 배려도 있었고, 나 또한 시공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헤아려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가 중간에 다른 일감이 생기면 시공팀이 내 집을 짓는 걸 중단하고 다른 공사 현장에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비운 날짜가 20일 안팎이다. 시공팀 입장에서는 양쪽 현장을 뛰면, 그만큼 일하는 날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시공팀장은 나의 뜻을 십분 이해하고 나의 새 집을 지을 때 최선을 다하곤 했다.

또 하나. 저렴하거나 혹은 합리적인 시공 단가였기 때문에 시공팀에게 항상 선금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상호 신뢰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 엄마가 법률 관련 쪽에서 일하는데, 공사비로 인한 다툼이 예상외로 많다는 걸 여러 차례 귀로 흘려들은 적 있다. 하지만 내 경우 지금껏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세'에 지장이 없는 건축 재료라면 고급을 고집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목조주택의 바깥 벽면에 '사이딩'이라는 시공을 하는데, 보통 세라믹 소재가 비싸다. 하지만 안전이나 미관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대신 가격은 저렴한 재료를 선택했다.

'괜찮은' 집을 지으면서도, 건축비를 줄 일 수 있는 묘수가 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공팀과 호흡을 맞추는 것, 이와 함께 서로 기초적인 신뢰를 쌓는 게 내 집 짓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땅도 마찬가지지만, 내 집을 한 채 얻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집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 것이다. 이 인연은 때론 혼인보다 중요할 정도이다. 집 잘못 지으면 속앓이를 할 수도 있고, 큰 병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이 마냥 집 짓는데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형편 아닌가.

새집과 제대로 인연을 맺으려면, 우선 시공담당자들과 최소한 악연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미신이나 징크스 문제가 아니다. 집을 짓고 사는 건 스포츠로 치면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종의 '멘탈 게임'과도 같다. 집짓기를 잘못하면 돈도 잃고, 마음도 상한다는 점을 꼭 명심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마이공주 닷컴(mygongju.com) 시골이야기 코너에도 올립니다



태그:#목조주택, #농가주택, #전원주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