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3주년을 맞아 당시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납니다. 출전했던 선수들과 그해 겨울을 평창에서 보낸 이들을 만나 평창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습니다. '다시, 나의 평창'의 여섯 번째 주인공은 평창 올림픽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여자 컬링 은메달리스트 김은정,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초희 선수를 만났습니다.[기자말]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이 종목이지 않을까. 팀 내 선수들의 개인사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것은 물론, 선수들이 만들어낸 유행어도 여러 개였다. 이들은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컬링은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빛났던 종목이자,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종목이었다. 그 중심에는 은메달을 획득한 김은정, 김경애, 김영미, 김선영, 김초희까지 다섯 명의 선수로 이뤄진 '팀 김은정'(팀 킴)이 있었다. 올해 다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강릉시청이라는 새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올림픽으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컬벤져스' 선수들은 올림픽 현장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선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궁금했다. 지난달 17일 선수 다섯 명과 화상으로 만났다. 

"컬링 인기 식지 않아 기뻐요"
 
 '팀 김은정' 멤버들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한 뒤 사진을 촬영해서 보내줬다. 오른쪽부터 김은정 선수, 김초희 선수, 김영미 선수, 김경애 선수, 김선영 선수.

'팀 김은정' 멤버들과 화상으로 인터뷰를 한 뒤 사진을 촬영해서 보내줬다. 오른쪽부터 김은정 선수, 김초희 선수, 김영미 선수, 김경애 선수, 김선영 선수. ⓒ 선수 제공

 
선수들을 가장 감동시킨 건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 3년이나 지났음에도 컬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이었다. 김초희 선수는 "올림픽 전에는 많은 분들이 컬링이라는 종목도 모르고, 우리 팀이 있는지도 몰랐다"라고 운을 뗐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3년 동안 식지 않은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는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컬링이라는 종목을 올림픽을 계기로,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알릴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김초희)

올림픽이 끝난 후 선수들을 알아보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김영미 선수는 "지나가다가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식당에서도 우리를 알아보고 서비스도 많이 주시고, 사인 요청도 많이 해주곤 한다"며 웃었다.

김은정 스킵은 "혼자 다닐 때는 잘 못 알아보시는 것 같지만, 팀원들과 다같이 있을 때 많이 알아봐 주신다. 훈련에 가거나 대회에 나가면 많이 알아봐주신다. 요즘도 많은 분들이 팀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올림픽은 모든 컬링 선수들에게 큰 변화였다. 올림픽 이전에는 팬들이 잘 찾지 않았던 컬링 대회에 관중도 생겨났다. 선수들 역시 달라진 점을 몸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올림픽 전에는 대회에서도 선수들이나 지도자끼리만 있었는데 올림픽 후에는 많은 분들이 구경을 오셨어요. 올림픽 이후 다른 팀, 특히 후배들의 실력도 많이 향상되고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같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의 컬링 실력이 좋아졌어요. 해외 대회에서도 많이 초청해 주시곤 하거든요. 우리 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런 세계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습니다."(김영미)

김은정 스킵도 "평창 올림픽 이전부터 여자 컬링 전체가 발전해왔다. 모두가 같이 성장해왔기에 지금은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올림픽 첫 경기, 너무 떨렸던 것 생생해요"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경기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있다.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은정 선수가 2018년 2월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경기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있다. ⓒ 이희훈

 
올림픽에 나섰던 순간을 선수들에게 떠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영미 선수가 먼저 "첫 경기 출전하기 전에 너무 떨려서 물을 많이 마셨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준결승 마지막에 은정이의 샷 때 (관중들이) 다들 조용히 계시다가 승리하자마자 모두 함께 환호해주셨던 것도 기억난다. 지금 다시 영상으로 보면 울컥한다"고 회상했다. 김선영 선수도 첫 게임을 꼽았다.

"첫 게임이 캐나다와의 대결이었는데, 컬링 경기장에 사람들로 꽉 찼던 것도 처음이라 많이 떨리고 긴장했다. 승리한 이후에도 일곱 경기나 더 남아서 기뻐할 시간도 없었다. 오히려 다음 경기를 준비했던 것 같다."(김선영)

김은정 스킵도 "'한 게임 이겼네? 이제 다음 게임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긴장이 많이 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경기를 하니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고 전했다.
 
당시 선수들이 선전하자, 경기장 안팎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러 선물을 전해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김선영 선수는 "플래카드나 손수 그린 그림을 봤는데, 만들어주신 정성이 감사했다"고 말했고, 김은정 스킵은 "개개인별로 포인트를 잡아서 캐리커처를 그려주신 분들이 가장 신기했다"라고 기억에 남는 선물을 꼽았다. 

선수촌에 대한 기억도 많다. 김은정 선수는 "선수촌 내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기념품숍에 가서 선물도 사면서 재밌게 놀았다. 올림픽 당시에는 선수촌에서만 생활했던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랬나 싶다"라며 웃었다. 

"그 뒤에 강릉에 훈련을 하러 가면서 식당들도 가보니까 '이런 맛집이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선수촌 안에만 있다 보니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선수촌 안이 충분히 좋았고, 선수촌 안도 '대한민국'이었으니까 홈이라는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김은정)

선수들이 핸드폰을 돌려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경애 선수는 '카카오톡의 기능을 처음 알았다'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전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핸드폰을 켜고 카카오톡을 열어봤어요. 1000개 이상 카카오톡이 오면 '+999'로 뜬다는 것도, 카카오톡을 받고 읽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나면 메시지가 삭제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그때 응원 보내주셨는데 못 보았던 연락도 많고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선영 선수는 "팬분들이 핸드폰을 올림픽이 끝난 후 받는 것을 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수고했어 여자컬링'이라고 올려주셨다. 핸드폰을 돌려받고 인터넷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봤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 너무 많죠" 

올림픽이 끝난 뒤 팀킴은 다시 선수로서 주목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수들이 불의와 싸워야 했던 기간도 길었다. 지난 2018년 팀킴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등 지도자 가족으로부터 비인격적 대우와 폭언, 상금 유용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선수들은 팀이 흩어지지 않도록 응원해 준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애 선수가 먼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느낀다. 다섯 명이 흩어지지 않도록 도와준 후원사들, 잘하나 못하나 응원해 주시는 팬 분들, 임명섭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이 팀으로 계속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영미 선수도 "SNS 개인 메시지로 응원한다는 말도 많이 보내주시고, 자신의 SNS 계정에 자기 일처럼 화를 내주신 분들도 많았다. 그런 부분에 감동을 많이 받곤 했다"고 말했다. 김은정 스킵도 "작은 말 한마디에도 정말 큰 힘이 난다"고 전했고, 김선영 선수도 특히 고마웠던 적이 있다며 받았던 메시지를 소개했다.

"우리의 성적에 상관없이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힘이 되었어요. 그렇게 응원해 주신 분들이 가장 많기도 했고요. 팬분들께서 우리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순수하게 응원해 주시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 같아요."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결승전에서 현직 국가대표 경기도청을 상대로 승리하고 태극마크를 따낸 당시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 결승전에서 현직 국가대표 경기도청을 상대로 승리하고 태극마크를 따낸 당시 경북체육회 '팀 김은정' 선수들이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그런 팬들의 힘 덕분에 지난해 11월에는 태극마크를 다시 가슴에 달 수 있게 되었다. 김은정 스킵에게 한국선수권에 대해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힘들게 운동을 이어왔잖아요. 다시 꼭 국가대표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고, 고생도 많았는데 결과도 잘 나와준 것 같아서 다행이죠. 거기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심적으로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우리가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결승전에서 실수를 크게 해서 많이 당황을 했는데, 어쨌든 엔드가 남아 있었죠.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샷에 집중하자고 한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샷이 잘 들어가서 다행이었어요."

마지막 샷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얼싸안고 울먹였다. 김선영 선수는 "대회 기간 동안 모두가 고생했기 때문에 다들 다독여주려고 함께 안았다. 여러 생각이 나서 그런지 눈물이 나더라. 그렇지만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웃었다.

김선영 선수에 따르면 팀원 모두가 눈물이 많다고 한다. 가장 눈물이 없는 멤버를 묻자 '맞다, 아니다'란 짧은 갑론을박 끝에 팀원 모두가 김영미 선수를 꼽았다. 그러자 김 선수는 "제가 제일 안 우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나에게 평창이란 '또 다른 약속의 시작' 같아요"

선수들은 최근 경북체육회를 떠나 강릉시청 컬링팀의 창단 멤버가 되었다. 강릉은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도 따고, 3년 만에 국가대표 탈환도 이루어낸 장소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전지훈련과 시합이 강릉에서 주로 열리고 있어 자주 찾곤 했단다. 그래서인지 선수들 역시 강릉에 대한 추억도 많다.

김은정 스킵은 "올림픽 때 분위기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컬링 센터에 들어올 때 우리가 올림픽을 치렀던 것, 게임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강릉에 들어올 때도 선수촌아파트를 지나곤 하는데, 지날 때마다 선수촌에서의 생각이 난다"고 먼저 이야기했다. 김선영 선수도 "관중석에 관중 분들이 꽉 차 있었던 것, 우리가 경기하던 것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제는 다른 팀이 되었지만 경북체육회에도, 그간 선수들에게 지원을 이어왔던 의성군에도 선수들은 고마움을 표했다. 선수들은 "의성군에서 그동안 응원을 많이 해주신데다, 소속팀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아낌없이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소식도 들려온다. 취소되었던 세계선수권 대회가 캐나다 캘거리에서 4월 개최된다. 김초희 선수는 "많은 팬분들이 지금까지 응원하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세계선수권과 한국선수권, 나아가 베이징 올림픽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영 선수는 "지금은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하는 때다. 훈련에 집중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싶다.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전도 쉬운 팀이 하나 없다. 그러니만큼 열심히 하여 태극마크를 지켜내 베이징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선수들은 강릉시청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8일 열렸던 강릉시청 컬링팀 창단식의 모습.

선수들은 강릉시청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8일 열렸던 강릉시청 컬링팀 창단식의 모습. ⓒ 강릉시청 제공

 
선수들에게 '올림픽'과 '평창', 그리고 '메달'에 대해 물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평창 올림픽 100일 전 인터뷰에서 '나에게 평창이란?'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약속'이라고 답을 했어요. 그 약속을 올림픽에서 지킨 것 같아 행복한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평창은 '또 다른 약속의 시작'인 것 같아요. 힘들거나 지칠 때, 평창 올림픽 때 영상을 챙겨보면 다시 앞으로 나가는 원동력도 되고요."(김경애)

마지막으로 김은정 스킵에게 '메달'에 대해 물었다. 김은정 선수는 '선물'이라며 이유를 이야기했다.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해서 메달을 모두가 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무조건 잘 하는 선수라고 해서 메달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을 때 선물을 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력을 떠나서, 우리 팀이 열심히 한 덕분에 받을 수 있었던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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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팀킴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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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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