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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이 글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작가 조이 레너드(Zoe Leonard)의 작품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I Want a Dyke For President’, 1992)를 리메이크하였다.
▲ 나는 시장을 원한다 이 글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작가 조이 레너드(Zoe Leonard)의 작품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I Want a Dyke For President’, 1992)를 리메이크하였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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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장을 원한다.

나는 성 소수자(LGBTQ) 시장을 원한다. 나는 그가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릴 적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해본 사람이며, 재개발 계획 때문에 철거 위기의 쪽방촌에서 하루하루 전전긍긍하며 살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도시의 시장이 낙태의 경험이 있으며, 마지막 애인은 택배 물류창고에서 일하다 갑작스럽게 죽었고, 가끔 숨을 고르며 하늘을 볼 땐 죽은 애인을 떠올리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다 상처받아봤으며, 자신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실수와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도시의 시장이 냉난방이 안 되는 집에 살았고, 여름에는 벌레들이 가득하고, 겨울에는 동파가 되어 씻을 수조차 없는 곳에서 살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고된 노동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도 10원 한 푼 보상받기는커녕, 다쳤다는 이유로 회사 사장에게 매몰차게 내쫓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도시의 시장이 장애인이면 좋겠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식당과 카페, 극장에 갈 때마다 거부당해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동정 어린 사람들의 시선은 거부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저 세상으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 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 도시의 시장이 성적으로 폭력을 당해 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늘 외모와 체형으로 평가받아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성 접대의 고객이 아니라 성 노동자 자신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헤게모니를 가진 사람들과 세상의 다수가 성폭력 가해자를 가리켜 '가해자' 일리가 없다고 말할 때, 세상에는 피해자다운 사람도, 가해자다운 사람도 없다고 말하며,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 도시의 시장은 늘 사장이고 노동자여서는 안 되는지, 왜 여성 또는 성 소수자, 외국인노동자여서는 안 되는지 알고 싶다.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 중 덜 나쁜 사람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에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라, 거짓말만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라, 나는 진실한 시장을 원한다.  
  
(* 이 글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미술작가 조이 레너드(Zoe Leonard)의 작품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I Want a Dyke For President', 1992)를 리메이크하였다.)

태그:#시장선거, #권은비, #성소수자, #장애인, #LGBT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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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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