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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 정치권 주변의 '낙하산'들을 대규모로 내려보내는 일은 사회적인 비난을 많이 받는 사안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낙하산'을 더 많이 내려보내기 위해 의원입법을 통해 공공기관 자리를 인위적으로 늘리고 있다. 참 부끄러운 일이고, 반드시 지적되고 개선돼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여기까지는 잘한 일이다. 그런데 이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고 수반 기관·정부 지원액이 총 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할 것으로 추계되는 기관·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합계 30% 이상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기관을 설치하는 법률안을 심사할 경우, 그 타당성에 대해 재정 당국의 의견을 반드시 듣고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에 포함시키며, 이를 제안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는 미리 기획재정위원회와 협의하도록 하는 절차를 추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료에게 일을 떠넘겨 결국 관료집단의 하부구조화 초래

언뜻 보면, 매우 타당성이 있고 또 정교하게 보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국회의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항상 자기들이 열심히 이렇게 일을 한다는 생색만 내고 실제 일은 모두 관료에게 떠넘긴다. 이 법안은 '재정 당국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해야 하고,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정작 부끄러운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이렇게 재정 당국과 국회 공무원인 전문위원의 '검토'를 받는 것은 결국 관료집단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자신들이 관료집단의 하부 구조로 전락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이러한 관행과 시스템을 정상화시켜야 국회다운 국회가 가능하고, 비로소 국회가 살 수 있다.

의원의 많은 '노동'과 치밀한 과정이 요구되는 미국 의회 법안 발의와 의결

하나의 법안을 발의하고 검토해 의결하는 과정은 많은 수고로움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처럼 의원은 발의만 하고 그걸로 끝이면서 건수만 자랑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미국 의회의 법안 심사에 요구되는 내용들을 살펴보자.

미국 의회의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의 심사보고서에는 수정안 및 위원회 수정의견을 비롯하여 법안의 취지 및 주요 골자, 법안의 내용, 위원회 심사결과 요약, 위원회 심의경과 및 내용(청문회 및 축조심의 내용), 법안의 필요성과 그 배경, 법안에 대한 조문별 위원회 의견이 담긴다.

또 법안 조문별 내용 분석, 법안의 취지에 대한 위원회 의견, 법안에 수반되는 소요 예산 추계, 세출 집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정책 집행상의 소관위원회 감독의견 및 권고안, 정부개혁위원회의 감독의견 및 권고안, '의회예산처'의 비용분석과 재정영향 평가(이렇듯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 자체의 역량을 키워야!), 행정부 입장 및 의견, 수정조문 대비표, 투표 결과 기록, 보충의견, 소수의견 및 부대 의견, 지방정부에 재정 부담을 주는 경우의 부담예산 추계 등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된다.

심사보고서에는 특히 위원회의 감독활동 중 발견된 사항 및 권고사항, 법안이 새로운 예산을 필요로 하거나 세입 또는 세출의 증액이나 삭감을 필요로 하는 경우 '의회예산법'에 따라 요구되는 진술, 의회예산처장이 준비한 비용추계서와 비교 그리고 전반적인 성과목표의 진술 등 네 가지 사항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법안 검토보고', 의원이 직접 수행한다

특히 필자가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지만, 이른바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회밖에 없는 제도다. 의원 자신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힘들게' 해야 하는 일이다.

독일 의회의 경우, 각 원내 교섭단체는 한 상임위원회 내에 전문 주제에 따라 각각 전문 검토보고 위원을 둔다. 검토보고를 맡은 이 '위원'이 의원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검토보고는 각 원내 교섭단체 의원의 직무로서 이 검토보고 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토의될 사안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한다.

검토보고 담당 의원은 검토보고에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관련 기관 및 활동가들과 수많은 면담을 진행한다. 물론 비판적 견해도 환영한다. 자신의 결정이 가능한 현실적이고 정의롭게 내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이 검토보고 의원은 교섭단체 내 워크그룹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판단과 평가 및 바람직한 수정사항 등을 다른 의원들에게 전달한다.

법안이 상임위에 도달하면 토의가 시작되는데, 각 원내 교섭단체의 입장을 표명하는 검토보고로부터 시작된다. 연정을 구성하는 원내 교섭단체들의 검토보고자들은 각 당 워크그룹 대표들과 때로는 부처 대표단과 회합을 갖고 위원회 표결을 준비하기 위하여 자체 검토보고자 회의를 갖는다. 종종 심야에 이르기까지 아주 오래 걸리는 토의과정에서 법안의 세부사항들이 연정 파트너들 사이에 조율되고 확정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소준섭씨는 국제관계학 박사로, 국회도서관 조사관을 역임했습니다.


#의원입법#법안발의#검토보고#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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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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