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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눈치 보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오늘도 국회를 주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 그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여전히 난망하기 때문이다.

유승민 같은 보수 야당의 유력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해도, 심지어 대통령의 국정 100대 과제로 선정되어도 답보 상태에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아직까지도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사회적경제를 사회주의의 경제라고 오해하고 있으며, 당리당략에 따라 법안 통과를 방해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답보 상태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야당의 승리로 인해 정부여당이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야당의 눈치를 더더욱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는 계속 미뤄지고 있는 중이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총리 인준이나 장관 임명 등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 부득이 밀어붙이더라도, 다른 민생 안건에 대해서는 굳이 야당과 각을 세우지 않으려 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그 민생 안건 중 하나다.

사회적경제가 더욱 절실한 현실
 
지난 4.15 총선 당시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에 나선 윤호중 의원의 모습
 지난 4.15 총선 당시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에 나선 윤호중 의원의 모습
ⓒ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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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회의 이런 답답한 상황과 달리 우리의 현실에서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끝도 없이 벌어지는 계층 간 격차와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져 가는 지구.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폐해 속에서 사회적경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자본주의의 보완재로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는 이런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렸다.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체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경제를 이야기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코로나19 팬더믹 이후의 사회질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은 세계화 시대의 로컬의 중요성이고, 이는 사회적경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예컨대 요즘 50세 이상의 어르신과 장애인 및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시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역통합돌봄 돌봄SOS센터를 보자. 이 사업에서 사회적경제는 동행지원, 주거편의, 식사지원 서비스 등과 관련돼 있는데, 이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이다.

즉 지역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챙겨주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복지이며, 사회적경제는 그와 같은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이는 점차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보자. 여야 정치인들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소급 적용을 가지고 다투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일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소비 패턴 자체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점하고, 배달은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 현실.

사회적경제는 그런 현실을 타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소비자와 구매자가 지역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배송과 관련된 일자리를 지역에서 주민들이 나눌 수 있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그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현장에 적용시키기 어렵다.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기본법이 없어 대부분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조례 등을 통해 지원하려고 하지만 각기 정의하는 사회적경제가 다르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투자나 체계적인 지원 역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지원을 하고 있으나, 뚜렷한 법규가 없어서 이 역시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사회적경제가 이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나름의 소셜미션을 가지고 이 분야에 투신하고 있는 이들 덕분이다.

이제는 국회가 대답해야 할 때이다. 21대 국회는 하루빨리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길 바란다.

태그:#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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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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