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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인파
▲ 코르도바 관광 인파
ⓒ 고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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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페인의 코르도바에 살고 있다. 이곳은 내 반려자, 스페인식 표현으로는 내 '오렌지 반쪽'의 도시다. 코르도바는 메스키타 대성당, 파티오 축제, 올리브, 하몽, 페드로 히메네즈 포도와 와인 등으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다. 2015년부터 살기 시작했지만 해마다 낯선 것이 툭 튀어나온다. 코르도바에는 그런 알쏭달쏭한 매력이 있다.

요즘 코르도바 관광은 스페인 남부식의 허풍을 좀 섞자면 '코로나 때문에 못 봤던 관광객을 지난 4~5월에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원숭이 두창이 한숨 쉬게 만들고 6월 중순에 41도까지 오르는 더위가 혀를 내두르게 하지만, 올해 이곳은 그간의 느낌과 다르게 관광객들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작년에도 근처 유럽 국가나 스페인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은 흔하게 봤지만 올해는 다르다. 

기타 유럽 국가에 비해 스페인은 병원, 약국, 대중교통 등에서 아직 마스크를 끼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는 있지만 있어도 상관없다는 느낌을 준달까? 비단 코르도바만이 아니라 스페인 전체가 그러하다.

4월 방문객수, 작년 대비 589% 증가
 
2022년 4월 성주간 풍경
▲ 코르도바 2022년 4월 성주간 풍경
ⓒ 고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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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3년 만에 각종 야외 행사들이 재개됐다. 워낙 스페인은 각 도시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달라 축제도 다양하고 같은 이름의 축제여도 분위기가 다 다르다. 거리에서 성상을 지고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성주간(Semana Santa)' 행렬, 전통적으로 5월에 많이 피는 꽃들로 거리의 십자가를 장식해오던 '5월의 십자가(Cruz de Mayo)', 꽃들이 예쁨의 극치를 뽐내니 꼭 들려주어야 하는 파티오 축제, 우리네 옛날 장터처럼 온 동네 사람이 모여 농산물과 가축을 사고 파는 것에서 유래한 각 지역 전통축제인 페리아(feria) 등이 연이어 진행됐다. 코로나로 한동안 못봤던 천 여명은 가뿐히 넘는 사람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스페인 정부의 발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산업·무역 및 관광부 장관인 레예스 마로토(Reyes Maroto)가 지난 4월 말까지 집계한 스페인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약 610만 명으로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 약 85%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유명한 성주간 행사가 빠르고 강력한 관광 회복세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된 관광청의 공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방문객 수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589.92% 증가했고 그 중 관광객의 유형에 따라 1박 이상 체류한 관광객은 70.95%, 무숙박 여행객은 29.05%가 증가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방문객의 국적은 프랑스인데 그 수가 약 370% 늘었다. 해외 방문객의 평균 체류일은 4~7박이었고 그 수는 1072.43% 늘었다. 

게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는 관광청 국무장관 페르난도 발데스(Fernando Valdés)를 통해 올해 관광 GDP의 91%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6월과 8월에 스페인으로 향하는 외국 항공편 수는 3240만 건을 초과할 것이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94% 회복된 수치라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통계 자료는 스페인이 다시 한 번 세계 관광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한눈에 알아보는 법
 
마스크 착용
▲ 코로나로 달라진 관광 풍경 마스크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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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에서 스페인 공식 로컬 가이드로 활동하면서 내가 체감하는 바로도 저 수치와 기대, 예상에 이견이 없다. 지난 4월부터는 코르도바에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자유 여행객들이 더욱 눈에 띄기 시작했다. 스페인 한인 커뮤니티에는 공항면세점이나 식당, 가이드 등 관광 관련 직종의 구인 광고가 그 이전부터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었다.

현재 한국 관광객에 대한 현지인 로컬 가이드의 의견을 물었더니 북미 및 남미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많아진 느낌이나 아시아 관광객은 2019년에 비하면 극소수라고 말했다. 그나마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인이 많은 편인데 특히 한국 단체 관광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한 주에 3~4팀 동행하는 한국 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기 때문이란다. 먼 타지에서 코로나에 걸려 낙오되거나 일행에게 불편을 끼칠까 봐 염려되는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내가 만나온 자유 여행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끼고 현장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입장권이나 가이드 투어 등의 사전 예약 기간이 훨씬 짧아졌다. 한두 달 전이 아니라 2~3일, 바로 전날에 예약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취소 불가한 현지 입장권은 현장 도착해서 사는 경우도 많다.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항공권이나 혹시나 여행하다가 코로나에 걸려 몸 상태가 안 좋아질지 모르는 걱정 때문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점은 단체 관광객이나 워킹 투어의 자유 여행객이나 함께 하는 수에 민감해져서 모객 인원이 축소되길 바라는 기대치가 생겼다. 가까이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적길 바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미 활발히 방문 중인 다른 대륙 관광객의 방문 유형도 가족이나 커플 등 소규모 여행이 확연하게 늘었다. 한국 방문객도 이런 경향이 더욱 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시장의 오랜 타격과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상승과 물가 상승 등 모든 비용이 올랐으나 패키지 가격은 이전 그대로다. 그러면서도 달라진 것은 여행사들 간, 워킹투어 가이드들 사이의 염려되는 가격 경쟁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그에 응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뚝심보다 값싸게 많이 팔겠다면서 마이너스 운영을 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혹은 선택 관광 수를 3~4배로 늘린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서지만 현실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당연한 경쟁이라 한다면 유구무언이다.

태그:#스페인여행, #코르도바, #스페인남부, #메스키타, #파티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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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코르도바의 유일한 한국인 공인 가이드. 신랑의 고향이자 삶터인 이곳 코르도바의 매력에 퐁당. 코르도바와 한국을 잇는 다리 역할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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