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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표지
 <소소한 일상> 표지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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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집배원이 떨어뜨리고 간 묵직한 안장헌 사진집 <소소한 일상>을 펼쳐보면서 서울의 지난날과 오늘을 많이 견주었다. 이 사진집 속의 작품들은 대체로 1965년부터 1969까지로, 그 시절은 나의 대학 시절과 맞물렸다.

안장헌 사진작가와 나는 대학 동기다. 우리는 단과 대학도 학과도 달랐지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무슨 시위나 행사 때마다 그는 사진기자처럼 늘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뒤따랐기 때문이다. 또 나와는 학군단(ROTC) 동기로 학교 연병장에서나 여름방학 야영훈련 때 M1 소총을 '앞에총' 자세로 들고 헉헉거리며 함께 구보했던 전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참, 그때는 대부분 가난했고, 남루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검정 물을 들인 군용 작업복에 워커(군화)를 신고 다니던 게 유행이었다. 학교 등교 후 점심시간이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들고 대운동장 잔디계단에서 오순도순 모여 먹거나, 학교 앞 제기천변 콩나물 밥집에서 콩나물 국 한 그릇을 산 뒤 거기 말아서 먹는 게 호사였다.

그의 사진집을 펼쳐보면서, 불과 60년 전과 오늘의 서울은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 이상으로 놀라게 발전했다. 지금은 빌딩 숲으로 뒤덮인 성수동 카페 거리는 당시 고약한 인분 냄새가 진동했던 뚝섬 일대 배추밭으로 이 작품집에서 볼 수 있다. 거기서 배추농사꾼 자식으로 자란 한 후배의 말이다.

"차라리 대학에 가지 말고 배추농사나 지으면서 그 땅을 보존했다면 지금은 빌딩 주로 살고 있을 텐데…."
 

그래서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소소한 일상> 속의 작품들
 <소소한 일상> 속의 작품들
ⓒ 안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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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진 속의 구김살 없는 생동감

<소소한 일상>을 펴낸 사진출판 전문인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의 머릿말이다.
 
"1960년대 후반기는 산업화가 시작된 시기로, 정치적으로는 1인이 장기집권을 도모하던 때였다. 도시화와 공업화로 농촌인구는 나날이 감소하였고, 이농민들은 서울로 모여들어 산동네를 이뤘다. 여기저기 막 생겨난 공장의 노동자나 날품팔이로 연명해 갔다. 당시 청년사진가 안장헌은 기록자로서 혹은 관찰자로서 역사의 그물망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 이 사진 집에 담긴 사진들은 안장헌 작가가 맑은 눈으로 바라본 '있는 그대로'의 사회상이며 일상이다. 처참하리만치 참혹한 사회현실에 대한 연민과 울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 사진 중심으로 구김살 없는 생동감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안장헌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맑고 밝은 이미지였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펴낸 안장헌 사진작가
 <소소한 일상>을 펴낸 안장헌 사진작가
ⓒ 안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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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집을 펴낸 안장헌 작가의 꼬리 말이다.

"나는 대학시절 날마다 책가방 속에 카메라를 넣고 도보로 등하교 했다. 등굣길에는 일부러 골목길을 바꿔가면서 촬영 대상을 물색하였다. 또, 하굣길에 다시 그 길을 지나면서 광선의 변화를 감지하는 행보를 계속했다. 그리고 일요일은 이따금 시내버스 투어를 하였다. 서울의 변두리는 내가 자란 시골과 비슷해서 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사진집에는 당시 서울의 이곳저곳 모습이 담겨있다. 서울 중심부인 명동으로부터 청계천, 그리고 어린이 꿈의 광장인 창경원, 노인의 쉼터 탑골공원과 남산공원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가감 없이 만날 수 있다.

평생 카메라 앵글 속에 <소소한 일상>을 담은 안장헌 작가의 살뜰한 삶에 깊이 고개 숙인 뒤 이 사진집을 닫았다. 
 
비 오는 날의 서울 어느 뒷골목 풍경
 비 오는 날의 서울 어느 뒷골목 풍경
ⓒ 안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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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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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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