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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매번 초등학교가 피해를 입었다. 2007 개정으로 초등영어 시수가 증가되었다. 2015 개정 때는 초등 안전교과 신설, 돌봄 명목으로 수업 시수가 증가됐고, 한자 병기는 여론에 밀려 폐기되었다.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에 담긴 내용을 보고, 초등교사로서 놀란 부분이 있었다. 이번 초등교육과정개정의 가장 큰 문제는 초등국어교과에 매체 영역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매체는 다양한 글의 한 종류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영역이 독립되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고르게 학습하도록 배치됐다. 
 
초등 저학년부터 매체영역이 독립되어 학습하게 되었다.
▲ 2022개정교육과정 초등국어 매체영역 학습내용 초등 저학년부터 매체영역이 독립되어 학습하게 되었다.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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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에서 매체 시간에 무엇을 할까? 코로나19 3년을 겪은 아이들은 바른 자세로 몸을 바르게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연필을 똑바로 잡고 글씨를 쓰기 위해 손의 힘 조절을 하는 데 한 학기 이상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기, 집중하기 등의 기본 학습 기능을 익히는 데도 1년 이상이 필요하다. 몇 명은 1년이 다 돼도 기본적인 학습 태도를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충분히 말하고 쓸 수 있기까지, 아이들과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정확한 발음을 연습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얼굴 표정도 가린 상태에서 한글을 배워야 하는 열악한 상태이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코로나와 같은 이유로 학습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것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초등 저학년들의 학습량을 과감하게 축소해서 한글을 익히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체 영역이 추가되었다. 성취기준과 그 설명도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매체와 친해지기, 매체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매체 기반 교육이 가능한 환경 구축이란 설명
▲ 초등학교 1~2학년군 매체 성취기준 해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매체와 친해지기, 매체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기, 매체 기반 교육이 가능한 환경 구축이란 설명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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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을 보면,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으며 매체와 친숙해지도록 하고 있다. 체계적인 지도에는 컴퓨터 전원을 켜는 방법, 자판 연습 등까지 포함돼 있다. 이것이 국어 시간에 가르쳐야 하는 디지털 문해력인가? 왜 이것이 실과교과에 가지 않고 국어교과에 배치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학생들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경험담을 나누는 내용이 있다. 교육과정에 어떤 매체를 사용하였는지 경험담을 나눈다면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이 없는 아이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를 교육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많은 교사들은 디지털 기기를 일찍 접한 학생들은 수업 시간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이런 것을 교육하는 게 맞을까, 의문이 든다. 

또한, 위에서도 말했듯이 1학년은 손의 힘 조절 능력을 키우고, 한글을 익히게 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지도해야 한다. 학생 수가 20명 이상인 교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학습이 가능한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규정은 없으면서 디지털 기반 교육환경을 구축하도록 하도록 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OECD에서 2018년에 'PISA 21세기 독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 신뢰성 평가는 우리나라 한국 청소년들이 OECD 꼴찌, 정보편향 판단 교육도 평균 이하라고 한다. 한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디지털 리터러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바닥권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디지털 기계를 교육이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매체에 담긴 글이 사실인지 주장을 담은 의견인지 등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유네스코는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2050'에서 디지털 교육을 함에 있어 명확한 목적 없이 무분별하게 기술 교육을 도입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 접근한 교육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디지털 문해력을 탄탄하게 익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전교조 교육희망 중복 게재 예정


태그:#2022개정교육과정, #초등학교, #매체, #국어,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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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로 지낸지 29년이 되어갑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학교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이룬 성과를 공유하면서 많은 학교가 학교혁신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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