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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기자말]
비파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악기? 나무와 열매? 혹은 청동기 시대 칼의 모양? 이들 사이에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저 우연의 일치로 같은 이름인 걸까?
 
1971년_청동제검(좌)/[한국의문양] 비파형동검(우)
▲ 비파형 동검 1971년_청동제검(좌)/[한국의문양] 비파형동검(우)
ⓒ 셀수스협동조합/한국문화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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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실제 청동기 시대에 쓰였던 비파형 동검을 찍은 사진이며, 오른쪽은 문화포털(www.culture.go.kr)에서 제공하는 비파형 동검의 전통 문양이다.

우리나라의 청동검은 초기에 만들어진 비파형 동검과 후기의 세형 동검으로 나누어진다. 비파형 동검은 중국의 요녕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어 요녕식 동검 혹은 만주식 동검이라고도 불린다.

요녕 지방뿐 아니라 한반도의 부여·대전·순천·창원 등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비파형 동검의 특징은 검신·검자루·검자루 맞추개 등으로 이루어진 조립식이었다는 점이다. 검 한가운데는 등대가 뿌리부터 칼끝까지 솟아 있고, 칼의 하단부는 둥글게 퍼져 있어 전체적으로 비파 악기의 모양과 비슷하다.
 
김홍도, 종이에 담채, 27.9x37cm, 개인 소장
▲ 포의풍류도 김홍도, 종이에 담채, 27.9x37cm, 개인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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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포의풍류도>이다. 포의(布衣)는 베옷을 뜻하며, 벼슬이 없는 선비라는 의미를 가진다. 풍류에 취한 한 선비를 그린 것으로, 그는 사방관을 쓰고 당비파(4현)를 타고 있다.

사방관은 사각형의 상자 모양인데, 말총을 엮어서 만든 것으로 소박한 느낌을 준다. 당비파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자생했던 향비파(5현)와 다르다. 비파는 조선 중기까진 궁중음악에서 사용되었지만 조선 후기부터 차츰 인기를 잃었다.

비파는 신선의 악기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생황(관악기)과 함께 도교적 길상 문양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그림은 30x40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크기로, 화면에는 책과 붓 외에도  파초, 영지와 산호, 검, 호로병 등 다양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선비의 다리 아래 쪽으로 놓여있는 것은 생황이라는 악기이다.

왼쪽 위에 있는 "흙벽에 아름다운 창을 내고 여생을 야인으로 묻혀 시나 읊조리며 살리라"라는 글귀에는,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단원의 심정을 담고 있다.
 
안중식, 1901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2x42.3cm, 화면 각 폭 144.9x 36.9cm (좌)/ 장승업, 19세기, 비단에 담채, 각 128 x 36.1cm, 선문대학교박물관 소장(우)
▲ 기명절지도 병풍(좌) / 기명절지도(우) 안중식, 1901년, 비단에 채색, 병풍 각 폭 212x42.3cm, 화면 각 폭 144.9x 36.9cm (좌)/ 장승업, 19세기, 비단에 담채, 각 128 x 36.1cm, 선문대학교박물관 소장(우)
ⓒ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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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안중식, 오른쪽은 장승업이 그린 기명절지도의 부분이다. 안중식은 기명절지 및 산수 · 인물 · 영모 등의 그림에서 장승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승업은 문자에 어두웠는데, 그 때문에 장승업의 작품에 다른 사람들이 화제(그림에 쓴 시나 각종 글)를 대신 남길 때가 종종 있었다. 그중 안중식의 화제가 가장 많다.

비파 열매와 잎은 기명절지도의 소재로 많이 그려졌다. 비파나무는 그 잎 또는 열매가 비파 악기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한복, 비단에 담채, 40.4 x 53cm
▲ 비파난화 이한복, 비단에 담채, 40.4 x 53cm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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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복(1897~1940)의 <비파난화>이다. 구한말의 거장인 안중식, 조석진에게서 서화를 배우고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오창석체의 전서를 잘 썼고, 서화협회 회원으로 1921년 첫 협회 전람회부터 줄곧 참가하였다. 1922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부터 8회까지 출품하였으며, 글씨와 그림을 같이 출품하기도 하였다.

비파와 관련된 이야기

비파나무는 가을인 10~11월에 꽃이 피며, 열매는 다음 해 6월에 노란색으로 익는다. 비파는 주로 잎을 약으로 사용하고 열매를 먹기도 하지만, 뿌리·씨앗·꽃 등 다른 부분도 약재로 쓰여 왔다. 옛날부터 비파나무 한 그루만 있으면 집안에 병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비파나무 열매와 잎
 비파나무 열매와 잎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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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조조와 비파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조조의 집 정원에 비파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는 이 나무를 매우 아꼈다. 그래서 누구도 비파 열매를 따지 못하게 하고, 몰래 그 숫자를 세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초병 중 하나가 비파를 두 개나 몰래 따먹었고, 조조는 비파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조조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꾀를 내어, 비파나무를 베어내라 명했다. 그러자, 비파 두 개를 훔쳤던 보초병이 "그렇게 맛있는 열매가 달리는 비파나무를 왜 베어버리십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도 비파엽(비파나무의 잎)에 대한 효능이 나온다.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반위(위암)에 걸렸는데,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친구인 김민세가 바로 알아챈다. 어떻게 알았냐고 유의태가 묻자, 김민세가 비파엽 냄새가 난다고 답했다. 의학에 밝은 유의태가 비파엽을 먹은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고 김민세가 추측한 것이다.

비파엽은 폐에 작용하여 목이 건조하고 기침이 날 때, 누렇고 끈끈한 가래가 나오며 입안이 쓰고 마를 때 사용한다. 위에 작용하여 구토와 딸꾹질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태그:#비파, #비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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