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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화학적 반응을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케미'라는 말은 '케미스트리(화학)'에서 나왔다. 그만큼 세상은 다양한 화학반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학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 일상용품에서 나노,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미래 기술에 이르기까지 화학이 활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원리와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화학은 어렵고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뇌와 인체, 나아가 인간이 사는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원자와 분자, 세포를 다루는 화학을 올바로 알아야 한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하상수, 경희대 출판문화원)
▲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표지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하상수, 경희대 출판문화원)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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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은 화학자들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통해 우리 몸과 지구, 우주를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 세포가 어떤 특성이 있으며 화학이 어떤 원리를 통해 인류 문명에 기여했는지 살펴본다. 이 책의 편집자로 책을 편집하던 중 11월 30일 출간을 앞두고 저자 하상수 교수에게 우리 몸과 세상을 구성하는 화학의 원리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책의 프롤로그에 언급했듯이, 화학 관련 과학지식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수학이나 화학 반응식 없이도 화학의 원리와 세상과의 연관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화학물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려주고 세상을 구성하는 화학의 원리와 역사를 들려주는 책은 일반인과 학생들이 화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초 학습서와 교양서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책에서 화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화학이 우리 삶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이러한 물질의 성질과 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이 바로 화학입니다. 화학은 물질을 이루고 있는 성분을 알아내고, 다른 물질과의 반응을 연구해 수많은 물질(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입는 옷, 학용품, 조미료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이 화학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즉 세상에 화학 아닌 것이 없기에 화학은 의식주의 모든 것이자 인류 생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화학을 물리학, 생물학의 연계 학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책의 구성을 원자와 분자, 그리고 세포로 나눈 이유가 관계가 있는지요?
"예, 관계가 있습니다.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분자의 형성과 작용인데, 분자에 대해 알려면 원자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명현상에 대한 분자 수준의 이해, 즉 생명현상에 대한 화학적인 접근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생명과학의 발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원자와 분자, 그리고 세포로 구성된 이 책이 물리학과 생물학의 연계 학문으로서 화학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류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인 화학 발명품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화학은 의식주의 모든 것이자 인류 생활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크건 작건 인류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 화학 발명품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중에서 몇 개만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기율표, 백신, 항생제(페니실린 등), 호르몬(인슐린 등), 항염증제(아스피린 등), 피임약, 나일론, 플라스틱 등의 석유 화학 공업 제품, 세재, 샴푸와 비누, 화장품, 사진 기술, 재료 기술(전지, 태양전지, 액정, LED, 반도체, 초전도체 등), 냉매, 수소 관련 기술, 비료, 농약, 페인트, 염료, 나노과학 기술, 항체 관련 기술, 단백질·핵산 서열 분석이나 DNA 지문, 그리고 유전자 치료 같은 핵산 관련 기술이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저자 하상수 경희대 화학과 교수
▲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저자 하상수 경희대 화학과 교수 '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저자 하상수 경희대 화학과 교수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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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나온 화학자들 이야기 중에서 제일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책에 여러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지만, 그중에서 밴팅의 인슐린 발견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은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과 매클라우드였습니다. 그런데 밴팅은 노벨상 수상 후 상금의 절반을 동료인 베스트와 나누어 갖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밴팅이 자신의 상금을 베스트와 공개적으로 분배한 것은 사실 매클라우드의 노벨상 공동 수상에 대한 우회적인 이의 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클라우드는 실험의 조직적 측면에서만 기여했을 뿐이고, 매클라우드보다 베스트가 그들의 실험에 훨씬 더 많이 기여했다고 밴팅은 생각했습니다. 당시 학계의 관행이라고 볼 수 있는 매클라우드의 수상에 대해 밴팅이 반기를 든 것은 평소 그의 우직한 성품을 감안할 때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매클라우드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인슐린 발견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연구의 책임자인 자신의 노벨상 수상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따라서 그는 강연 등에서도 은연중에 자신이 연구책임자이며 밴팅은 자신의 지도하에 있는 연구원일 뿐이라는 말을 하곤 했죠."

- 본문에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세렌디피티를 예로 드셨는데요, 그중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예로 든다면?
"아무래도 우연히 날아온 푸른곰팡이로 인해 발견된 페니실린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그 덕분에 플레밍은 이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분리해냈고, 페니실린이 포도상구균뿐 아니라 연쇄상구균, 뇌막염균, 임질균, 디프테리아균에 항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책에서 자세히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생이 원래의 계획과는 달리 촉매의 양을 1,000배나 많이 넣는 바람에 발견된 전도성 고분자도 좋은 예입니다. 그 외에 전자렌지나 3M사의 포스트잇 등도 세렌디피티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몽타니에와 갈로의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 원조 논쟁이 흥미로웠는데요, 이러한 논쟁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이고, 과학계는 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줬나요?
"1983년에 학술지 <사이언스>에 에이즈와 관련해서 갈로 연구팀의 논문 두 편과 몽타니에 연구팀의 논문한 편이 실렸는데, 각 연구팀이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라고 주장한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바이러스였습니다. 그 후 몽타니에가 자신의 연구팀이 확인하고 분리한 바이러스를 갈로 연구팀에 보내게 되었는데, 1984년에 갈로 연구팀에서 더욱 많은 실험적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확증하게 됩니다. 그런데 몽타니에가 1983년에 보고한 바이러스와 갈로가 1984년에 보고한 바이러스가 나중에 동일한 것으로 밝혀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즈 진단 검사법에 대한 특허 문제로 두 학자의 원조 논쟁이 시작됩니다. 책에 자세히 언급한 것처럼, 이 원조 논쟁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과학계가 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몽타니에가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갈로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노벨상위원회의 의견이 어느 쪽인지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화학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화학이 어떤 가능성이 있는 학문인지를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이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그 질문이 향후 진로 결정 또는 어떤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 책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입니다. 각 학문 분야에 대해 체계적·종합적으로 이해하면서 가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태그:#인류의 운명을 바꾼 화학 , #하상수경희대교수, #원자 분자 세포 이야기, #화학물질, #화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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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화, 맛집 탐방 등 문화를 사랑하며, 소소한 삶에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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