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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인해 해가 갈수록 산불이 발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봄에는 영서지방과 영동지방에 건조한 바람이 불어, 작은 불씨 하나에 산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버리기 쉬운데, 2019년과 올해 강원도는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불이 발생할 때마다 최일선에서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진화대원들이 있다. 강릉에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으로 일하는 안창영 님을 11월 19일, 강릉에서 만나 인터뷰하였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8년부터 강릉에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근무를 하는 안창영이라고 합니다."

 
산불 진화 현장의 모습
 산불 진화 현장의 모습
ⓒ 안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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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진화는 어떻게 합니까?

"산불이 발생하면 그 지역에 헬기가 물을 뿌립니다. 동시에 우리가 지상에서 진화작업을 합니다. 헬기는 밤에 뜨지 못하지만 우리는 밤에도 산속에서 진화작업을 해요. 어느 정도 주불이 진화되면 군인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잔불 정리를 하지요. 불이 나면 가옥을 보호하기 위해 산 밑에서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으니 소방서에서 산불을 진화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산에 올라가 구석구석을 진화하는 것은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원들입니다.

소방차가 크다 보니 좁은 임도(임산물의 수송이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개설한 도로)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소방 호스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우리 팀은 13명인데요, 산 밑에서 산불 상황을 알려주는 팀원과 진화 차량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고, 나머지 팀원들이 소방관 호스보다 가는 호스를 짊어지고 이어가면서 화재 현장에 살수건(gun)으로 물을 뿌리며 진화하는 겁니다.

소규모 산불의 경우 지역 내에서 끄지만,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전국의 특수진화대가 모여서 산불을 진화합니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지만, 밤이나 주말에도 자다가도 산불이 났다고 연락받으면 출동합니다. 퇴근 후 출동이 강제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새벽에 불려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 그럼 산불이 나지 않을 때는 대기합니까?

"산불이 나지 않는 시기에 마냥 대기하는 건 아닙니다. 산불이 잘 나지 않는 여름에는 임도 관리를 합니다. 나무, 풀이 우거지거나 산사태로 임도가 토사에 막히면 화재 발생 시 진화 차량 진입이 힘들기 때문에 잡목 베어내기 등의 관리를 합니다. 강원도에는 임도가 거미줄처럼 많습니다. 여름 내내 잡목을 베어내도 다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봄·가을에는 산나물, 버섯, 임산물 채취 단속도 하고 병해충 예방 활동도 합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지 않기 위한 계도 활동도 우리 업무입니다."

- 일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으시겠어요.

"불을 끄는 일은 위험한데요. 겨울철, 특히 밤에 산불을 끄는 건 더 위험합니다. 아찔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겨울밤 산불이 나서 특수진화대가 모였습니다. 호스를 이어가며 산에 올라가 불 앞에서 물을 뿌리는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호스를 확인해 보니 그 사이가 얼어 있었던 것입니다. 물이 안 나오는 동안 주위 불길은 더 커졌습니다. 이러다가 불에 갇히겠다 싶어 진화를 못 한 채 겨우 불을 피해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한밤중에 산속에서 불길을 잡다 보면 갑자기 바람 방향이 바뀌어 연기와 화염 속에 갇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밤에 낙석에 가슴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는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 덜 다쳤어요. 랜턴으로 떨어지는 돌을 보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같이 있었던 동료 중에는 돌에 맞아 골절된 분도 있었지요.

산에 불이 나면 바위나 돌도 뜨겁게 달구어지는데 밟으면 신발 밑창도 녹아내릴 정도입니다. 돌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는데 공중에서 헬기가 물을 뿌리니까, 돌에 크랙이 생기면서 부서지고 떨어져서 위험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2017년 강릉에 큰 산불이 났어요. 우리 집 근처도 차량이 통제되고 난리가 났어요. 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연기는 자욱하고 소나무는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불덩이가 날아다녀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산림청에 일하는 후배와 산불에 관해 이야기 하다가 산불진화대를 소개해 주더라고요. 가만히 책상에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며 일하는 게 적성에 맞는 성격이라 이런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방호스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가는 진화대원
 소방호스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가는 진화대원
ⓒ 안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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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형태는 어떻습니까?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는 2017년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계약직이었는데 공무직 전환 시범사업을 거쳐 2년 전부터 공무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공무직은 무기계약직인데, 2년마다 있는 체력검정에서 탈락하면 해고되기 때문에 우리는 2년 계약직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고용 자체는 불안한 것이지요. 경찰이나 소방직도 체력검정을 하지만 체력검정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해고를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하다가 몸이 안 좋아지면 건전지처럼 교체 당하듯 해고됩니다.

선발할 때는 상대평가니깐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선발됩니다. 그래서 기초체력이 갖추어진 직원들이 절대평가인 중간 체력검정 통과하는 건 어렵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하다 보면 부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서 체력 검정이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부상으로 인해 허리, 무릎 등이 아픈데도 진통제 먹으면서 체력검정을 하는 때도 있습니다.

화재 시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습니다. 고용이 불안해서 팀원이 자주 바뀐다면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직일 때는 밤새며 산불을 진화하는 경우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했는데, 공무직 전환 이후에는 예산이 없다며 수당을 휴가로 대체하다 보니 실수령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처우개선 한다고 초과수당 지급하겠다고 생색내는데, 당연한 노동의 대가 지급을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말하는 건 이해가 안 되죠."
 
기후위기시대,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시대, 갈수록 대형화되는 산불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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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소방관에게 안전 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이슈가 되었습니다. 장비 지급은 제대로 되는지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화재진화 옷이 방염기능은 있지만, 방수기능이 없어요. 낮에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리면 우리는 그 밑에서 물을 맞게 됩니다. 불 끌 때는 힘들고 땀도 나서 젖은 걸 의식하지 않다가 잠시 쉴 때는 손도 시리고 속옷까지 다 젖어 있으니 매우 춥습니다. 우리는 방수 처리된 소재를 요구하는데 감감무소식입니다.

산불 현장에서 100m 길이의 호스를 연결하는데, 밤에는 보이지도 않고 서로 떨어져 있으면 지형의 영향으로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요. 이런 첩첩산중에는 휴대전화도 잘 안 터져요. 그럼 산속에서 100m 간격으로 고립이 되는 겁니다. 발을 헛디디거나 낙석을 맞아 쓰러져 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는 상황은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불을 끄다 보면 눈앞에 불을 끄는 데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어요. 이런 현장에서 무전기를 1인당 1개 지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선 마스크를 쓰고 진화하는데, 때로는 연기로 하얀 마스크가 새까맣게 될 때도 있습니다. 지난달 본청에서 코로나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하는 고가의 마스크를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그런 마스크는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기 불편하고 실제로 연기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그런 마스크를 보급하려는 건 말 그대로 탁상행정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산불이 발생해서 현장에 가면 경찰, 군인, 소방대원, 지자체 공무원, 산불감시원, 지자체의 의용소방대 등 여러 기관에서 많은 사람이 몰려듭니다. 모여서 상황실 회의를 해서 구역을 나누어서 산불 진화를 하는데요. 여러 기관의 인원들을 통합해서 현장에서 진두지휘할 권한이 아무에게도 없어요. "니가 뭔데 나한테 일을 시켜"라며 기관끼리 협업이 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산불 진화를 하다가 우리 차에 있는 물을 다 써서 산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소방차에 물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상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물을 안 주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여러 기관이 협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을 끌 때 지휘 권한은 산불에 경험이 많은 사람한테 주어지는 게 맞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직급이 높다고 불을 잘 끄는 건 아니거든요. 이런 시스템으로는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산불 현장에서 이런 것이 변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12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산불진화_특수대, #산불_재난, #특수_진화_대,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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