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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금호강 둔치. 10만제곱미터의 땅에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문제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설 금호강 둔치. 10만제곱미터의 땅에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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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청은 현재 환경단체들의 큰 우려에도 금호강 둔치 10만㎡(약 3만평)에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건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금호강 둔치는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금호강 둔치가 대구 자치단체들의 마구잡이식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점점 망가지는 것이다. 둔치 곳곳에는 이미 또다른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축구장, 주차장에 수영장까지 들어서 있어서 야생동물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개발이 진행된 금호강 둔치. 여러 체육시설이 들어와 있다. 이런 식으로 금호강 둔치는 곳곳에 이미 개발이 진행됐다.
 개발이 진행된 금호강 둔치. 여러 체육시설이 들어와 있다. 이런 식으로 금호강 둔치는 곳곳에 이미 개발이 진행됐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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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 북구청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금호강 둔치는 금호강에 몇 남지 않은 너른 둔치 중 하나인데, 이곳마저 빼앗아버리면 이 일대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멸종위기 1급종... 곳곳에서 수달의 흔적 목격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실제 공사 현장 주변에선 법정보호종인 수달(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종)의 배설물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역시 법정보호종인 흰목물때새(멸종위기 2급)도 발견되고 있다.
 
공사 한장 한가운데서 발견된 수달의 배설물. 여러 번 들른 것으로 봐서 이 일대에 수달이 자주 출몰한다는 방증이다.
 공사 한장 한가운데서 발견된 수달의 배설물. 여러 번 들른 것으로 봐서 이 일대에 수달이 자주 출몰한다는 방증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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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바로 지척에서 발견된 수달의 흔적. 모래를 모아놓고 그 위에 배설한 전형적인 수달의 흔적이다.
 공사 현장 바로 지척에서 발견된 수달의 흔적. 모래를 모아놓고 그 위에 배설한 전형적인 수달의 흔적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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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발자국과 수달이 모래를 모아서 배설을 하는 독특한 형태의 모습이 공사장 부근에서 발견됐다.
 수달의 발자국과 수달이 모래를 모아서 배설을 하는 독특한 형태의 모습이 공사장 부근에서 발견됐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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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법정보호종의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되는데도 북구청은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비판의 핵심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공사 도중 법정보호종이 나오면 그에 대한 보존 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북구청의 공사로 수달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북구청에 알렸지만, 구청은 어떠한 조치도 없이 그대로 공사를 강행 중이다.

이에 지난 17일 기자는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수달의 서식처 기능을 하는 곳에 대구 북구청이 호안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천과 만나는 둔치의 끝단에 호안공사를 통해 콘크리트 블럭을 쌓아버리면, 수달이 서식처를 만들 수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이곳에 거주하는 수달은 이곳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데도, 북구청 측은 호안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둔치와 강이 만나는 곳에 호안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구 북구청. 수달의 서식처로 추정되는 곳을 파괴해버렸다.
 둔치와 강이 만나는 곳에 호안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구 북구청. 수달의 서식처로 추정되는 곳을 파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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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서식처로 추정되는 바윗돌들을 모두 긁어버렸다.
 수달의 서식처로 추정되는 바윗돌들을 모두 긁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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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달의 주 서식처로 보이는 큰 나무와 바윗돌을 포크레인으로 긁어내버리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큰 나무들은 쓰러져 있고, 바윗돌들은 있던 자리에서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북구청의 주장대로 둔치 전체 면적 10만㎡중 3.3만㎡만 파크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라면, 굳이 호안공사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법정보호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이라도 대구 북구청은 공사를 중단하고 생태전문가가 포함된 환경사회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서 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간과 야생이 공존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범사례 있는데... 대구 북구청, 수성구청처럼 협의 나서야 

그런데 이런 북구청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행정을 보이고 있는 곳이 대구 수성구청이다. 수성구청은 북구청과 같이 금호강 개발사업을 강행한 구청 중 하나지만, 대처가 달랐다. 수성구청의 금호강 산책길 조성공사가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의해서 '생태파괴'란 비판에 직면하자,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단체와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야생 생태계에 피해를 덜 주고 공사를 할 것인지를 환경단체에 자문을 구하고 공사를 진행시킨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2월 15일 수성구청은 금호강 산책길 조성공사를 준공했다.
   
이들은 환경단체와의 협의를 통한 모범적 거버넌스를 이뤄냈다(관련 기사: 생태파괴 우려 금호강 산책길 ... '모범적으로' 결론 났다). 결과적으로 조명을 빼고 포장하지 않은 흙길 산책로가 만들어졌고, 이는 주민들로부터 맨발 걷기용 '명품 산책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환경단체와 수성구청이 한발씩 양보해서 결론낸 조명 없는 흙길 산책길. 결과적으로 맨발 걷기용 명품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낮에는 인간의 길 그러나 밤엔 야생의 길이 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 됐다. 모범적 거버넌슬의 결과다.
 환경단체와 수성구청이 한발씩 양보해서 결론낸 조명 없는 흙길 산책길. 결과적으로 맨발 걷기용 명품 산책길이 만들어졌다. 낮에는 인간의 길 그러나 밤엔 야생의 길이 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 됐다. 모범적 거버넌슬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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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현장에서 확인했지만, 이곳에선 사람의 발자국과 고라니와 삵의 발자국이 동시에 발견되고 있었다. 즉 이곳은 주간에는 인간의 길이 되고, 야간에는 야생의 길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실제 그것으로 인간과 야생이 공존하는 길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수성구청과 환경단체가 한발씩 양보한 결과, 인간과 야생의 공존의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협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모범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대구 북구청은 숱한 논란과 환경단체의 거듭되는 우려에도, 둔치 공사를 강행하는 불통의 행정을 보이고 있다. '소통을 거부하는 북구청'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호안공사를 위해서 금호강 둔치의 일부를 포크레인으로 긁어놓았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수달의 발자국이 목격됐다.
 호안공사를 위해서 금호강 둔치의 일부를 포크레인으로 긁어놓았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수달의 발자국이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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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금호강 공대위'는 이런 북구청을 향해 "대구 북구청은 지금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이 사업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환경사회단체들과의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즉 앞서 수성구청이 행한 것처럼 모범적 거버넌스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해달라는 것이다. 공대위의 바람처럼 거버넌스가 제대로 기능해야 하고, 구청은 지역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통해 행정이 나아갈 바이고,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종이 지구에서 장기적으로 공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청의 사례를 참고해, 이제는 대구 북구청의 결단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태그:#금호강 , #대구 북구청, #파크골프장, #대구환경운동연합,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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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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