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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교육청은 지난 2일 윤건영 교육감의 정책(공약)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추진할 46개 정책을 발표했다. ▲학교교육 정상화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인성·민주시민교육 ▲노벨 프로젝트 창의인재 양성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교육복지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 등 5가지 영역이다. 총 1조 3014억 원이 투입될 것이고, 특히 이중 10개 과제는 핵심정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중에는 과연 이 정책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드는 내용이 있다. 우려되는 정책 세 가지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교사 78%가 외면하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한다고?

우선 윤 교육감의 대표공약은 다차원 학생성장 진단 및 피드백 강화와 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 교육지원이다. 4년 동안 투자될 예산은 무려 104억 2000만 원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보다 면밀하게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고 나아가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해 궁극적으로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데 있다. 플랫폼(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현재 학습수준을 진단하고, 진단 후에는 학생 개개인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은 맞춤형 컨텐츠로 학습하기 전과 후를 비교,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에서 분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이 학생은 분수와 관련된 문제를 플랫폼으로부터 제공받고, 학습 이후 분수실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진단·보정시스템과 유사하다. 물론 교육부의 시스템 이용 대상이 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충북교육청의 프로그램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뿐 아니라 중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컨텐츠도 포함될 예정이다.

또 교육부 프로그램보다 교사들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교육부 시스템은 교사들이 프로그램에 탑재되어 있는 파일에서 학생들마다 필요한 부분을 일일이 발췌해 제공해 줘야 하는 반면 도교육청 프로그램은 교사가 일일이 발췌할 필요가 없다. AI프로그램이 알아서 각 학생들에게 필요한 보충 자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AI가 보정자료를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수월성이 있다. 교사가 일일이 학생에게 맞는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줘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교육부 시스템보다 진일보하다는 충북교육청의 시스템, 이것은 과연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물론 현재로선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예상해볼 수는 있다. 우선 도교육청 프로그램과 유사한 교육부의 진단·보정시스템이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10월 전국 초·중·고 교사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용실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이 시스템이 학생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45%(199명)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33%(145명)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보충 자료 활용은 응답자의 94%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초중고 교사 441명에게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33%(145명)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45%(199명)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좋은교사운동 홈페이지) 출처 : '좋은교사운동' 홈페이지.
 '좋은교사운동'이 전국 초중고 교사 441명에게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33%(145명)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45%(199명)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좋은교사운동 홈페이지) 출처 : '좋은교사운동'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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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교사운동은 시스템보다는 맞춤형 교육 인력 확보와 일대일 지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보충 자료는 과학적으로 효과성이 입증된 자료를 개발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 시스템과 충북교육청 시스템이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활용도 또한 동일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 보완책 없이, 교사들의 수고로움이 일부 감소된다는 점만으로 이 시스템의 활용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교육 컨텐츠 시장에서 도교육청이 얼마나 믿을 만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관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 또한 숙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플랫폼으로 사교육업체의 컨텐츠가 공교육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시스템은 수많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사교육업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조건이다. 충북교육청도 사교육업체가 응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장 조성한다고 자기주도성 신장될까?

다음은 자기성장 프로그램이다. 충북교육청은 자기성장 프로그램을 위해 4년 동안 392억 3800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목적은 학생들의 의미 있는 경험 확대와 자기주도적 성장이다. 김병우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아웃도어 프로그램도 이 프로그램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도자 양성, 교육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의 상당부분(70~80%로 추정)을 교육장 조성에 쓴다는 점이다.

자기주도적이란, 말 그대로 학생 자신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이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스스로 자신의 일을 결정하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성장한다. 이는 미래사회 인재의 핵심요소로 불리며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생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있어야 한다. 또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동기, 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교사와 학부모의 인내심과 믿음이 필수요소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미래학교 체제연구 :학습자 주도성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 따르면, 학습자의 주도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의견(voice) ▲선택(choice) ▲참여(engagement) ▲주도권(ownership) ▲목적(purpose)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있어야 한다.

또 광주광역시교육청과 광주교육정책연구소가 2021년 발간한 청소년 주도 자치학교 프로젝트Ⅱ에 따르면 자기주도적인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교육활동이 연결되어 성장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다양한 학습 활동과 배움터를 운영하여 정형화된 교육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자칫 이벤트성에 그칠 수 있는 프로그램, 교육장 조성과 체험활동만으로는 자기주도성이 체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윤건영 교육감은 '학생 정신건강 지원 확대'를 위해 앞으로 4년 동안 6억 8600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교직원 복지 증진을 위해 94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충북교육청 보도자료 발췌)
 윤건영 교육감은 '학생 정신건강 지원 확대'를 위해 앞으로 4년 동안 6억 8600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교직원 복지 증진을 위해 94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충북교육청 보도자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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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정신건강 '빨간불'인데 교원복지에 집중


세 번째는 학생 복지(정신건강)에는 소홀한 반면 교원 복지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학생 정신건강 지원확대를 위해 6억 8600만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반면 ▲교원 전문성 신장 ▲교원 교육활동 보호 강화 ▲건강하고 행복한 근무환경 개선 등 교원복지를 위해 총 92억 41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충북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청소년이 전국에서 높은 편이다.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충북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시도(2104명)는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강원과 전북에 이어 전국 3위(2104명)다.

앞서 충북교육연구정보원은 충북교육청 마음건강증진센터 발전방안 연구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각 부처별로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고 전반적인 체계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인수위에서 제시했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올해의 사자성어 집사광익(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처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이익을 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시기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장을 요구하고 있다. 심신 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보듬으면서 자기주도성을 키우고 학력을 높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예전과 똑같이 학력만 계속 이야기한다. 너무 특권교육과 경쟁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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