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06 09:36최종 업데이트 23.02.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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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호'는 2023년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쇠토프 숲유치원,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트레크로네스콜렌, 코펜하겐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앞 공영 주차공간. 전기 자동차 한 대가 충전 중이다. 코펜하겐의 내연기관 자동차-전기 자동차 비율은 8:2 수준이다. 코펜하겐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내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 김지현

 
만약 시청이 도시 중심부의 주차공간 상당수를 없애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당신은 동의할 수 있겠는가? 해당 도시의 자동차 이용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센 반발이 일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의 동의를 얻고 이같은 정책을 추진 중인 도시가 있다. '자전거 도시' 코펜하겐 이야기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각) 꿈틀비행기 16호 참가자들은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기술-환경과(the Technical- and Environmental Administration)를 방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코펜하겐시의 에너지 환경 정책을 엿봤다.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을 맞이한 조세핀 바스토프(Josephine Basthof) 기술-환경과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코펜하겐은 탄소중립을 위해 코펜하겐 시청은 기후플랜(Climate plan)을 세웠다"라며 ▲에너지 소비 경감 ▲친환경 에너지 생산 ▲친환경 이동수단(그린 모빌리티) ▲시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 등을 소개했다.

자전거도시 코펜하겐의 과감한 정책
 

지난 1월 20일 조세핀 바스토프(Josephine Basthof) 기술-환경과 프로젝트 코디네이터가 꿈틀비행기 16호 참가자들에게 코펜하겐시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환경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김지현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의 주목을 끈 것은 친환경 이동수단, 그중에서도 자전거 관련 정책이었다. 코펜하겐은 오래전부터 자전거도시로 한국 언론에 자주 소개돼왔다. 코펜하겐시 통계에 따르면 하루 4만2600명의 시민이 자전거를 타는데, 이들의 총 주행거리를 합치면 140만 km에 이른다. 코펜하겐시의 전체 교통수단 이용률을 보면, 도보 35%, 자전거 21%로 과반을 기록했다. 통학·통근용 교통수단 이용율 집계상 자전거는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도로의 위상은 확고하다. 코펜하겐 시내 자전거도로의 총 길이는 380만 km 이상이다. 자전거도로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있는데, 폭이 2.2m로 자전거 2대가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게 해놨다. 또한 자전거 운행 속도가 상당히 빨라 도보 이용자는 항시 자전거도로에 자전거가 다니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세핀 코디네이터는 "2025년까지 코펜하겐 사람들의 75%가 시내에서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는 이의 50%가 자전거를 이용하게 하는 것 역시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코펜하겐시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청 인근 공영주차장의 주차공간 1400개 중 700여 개를 없애기 시작했다. 조세핀 코디네이터는 "시내 중심부의 주차장을 완전히 없애거나, 전기 자동차의 주차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또다른 친환경 교통수단도 점차적으로 늘려간다. 코펜하겐의 지하철, 수상버스 등은 거의 대부분이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데 코펜하겐시는 현재 57%인 전기버스 비율을 올해까지 7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 전기 대중교통의 보편적 확산을 가능케 하는 구조다.

2022년 한 해에만 자전거 정책에 6000억을 쓰다
 

덴마크 코펜하겐 뉘에른 운하 인근에 있는 도보·자전거 다리 '인더하운스브로엔(Inderhavnsbroen, Inner Harbor Bridge)'. 이 다리는 코펜하겐 중심부와 동쪽 크리스티안스하븐을 잇는다. 2016년에 완공됐다. ⓒ 김지현

 
시청이 나서서 자동차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면, 시민들은 불편하지 않을까? 각종 통계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2년 코펜하겐시가 '왜 자전거를 이용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는데, 59%의 이용자가 "쉬워서"라고, 50%가 "빨라서"라고 답했다. "운동을 위해서(48%)" "편리해서(28%)" "경제적 이유 때문에(25%) "친환경적이라서"(20%)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확대를 위한 시 정부의 인프라 구축도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세핀 코디네이터는 "시청은 2022년 한 해에만 30억 크로네(한화 약 6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했다"며 "이 돈 중 절반 이상이 자전거 전용 다리 건설에 쓰였는데, 2023년 현재 코펜하겐엔 모두 23개의 자전거·도보 전용 다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각 지자체간 파트너십을 통해 코펜하겐시와 외곽 도시를 연결하는 자전거 고속도로 역시 건설돼 수많은 덴마크 국민들이 이용 중이다.

현장에서 한 꿈틀비행기 참가자는 '도심 주차공간 700개를 없애는 데 사람들의 여론은 어땠나. 사회적 합의를 거친 건가'라고 물었다. 조세핀 코디네이터는 "물론이다. 일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 정책에 동의한다"라며 "주차공간을 없애는 데 대해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라고 답했다.
 

코펜하겐 시내를 달리는 페덱스 택배 자전거. ⓒ 김지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존에 해왔던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 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실행해야 하고, 개인은 소비를 줄이거나 자동차를 타지 않는 등 생활양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민간의 노력에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 등이 병행되는 게 우리나라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어떨까? 관련 질문을 받은 조세핀 코디네이터의 답변은 단호했다.

"시청은 여러 기업들과 횐경 정책 관련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는 건 아니다. 또한 이런 행위는 불법적 요소가 있다. 우리는 환경 정책이 결과적으로 기업과 시민 개인에게 이익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시 정부와 기업·개인이 서로 돕는 이유다."

코펜하겐시는 한 사람이 자전거를 1km 탔을 때마다 탄소 배출 저감 등의 이유로 1.08유로의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다고 본다. 하루 코펜하겐 시민의 자전거 총 주행 거리는 140만 km, 대략 140만 유로(한화 약 18억7900만 원)의 이득이 생기는 셈이다. 코펜하겐의 시민들은 오늘도 자전거로 달리고 또 달린다.
 

지난 23일 월요일 출근 시간대 코펜하겐 도심 풍경. 인도 왼편으로 폭 2.2m가량의 자전거도로가 있다. 코펜하겐에서 도보로 이동시에는 자전거도로에 자전거가 주행중인지 아닌지 꼭 살펴봐야 한다. ⓒ 김지현

덧붙이는 글 꿈틀비행기 17호는 오는 8월 출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omn.kr/1mleb'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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