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31 10:58최종 업데이트 23.01.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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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호'는 2023년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쇠토프 숲유치원,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트레크로네스콜렌, 코펜하겐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덴마크 코펜하겐 동부에 있는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멀리 바깥에서 보면 원기둥 모양의 건축물이다. 이 기숙사 건물은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 김지현

 
열려 있지만 닫혀 있다. 역설적인 이 문구를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행복사회' 덴마크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현지로 간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6호' 참가자 30여 명은 지난 1월 18일 열렸지만 닫히기도 한 주거공간을 마주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에트겐콜리기트(Tietgenkollegiet,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다.

건물 외관부터 여타 건축물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기숙사 건물 가운데는 광장이 있고, 그 주변을 5개 동이 원형으로 둘러싼 구조다. 그런 이유로 어떤 위치에 서든 각기 다른 풍경을 보게 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은 공용주방·거실을 사용면서 공동체 생활을 함과 동시에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면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다. '더불어 함께'와 '개인의 독립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양새다.

성적보다 중요한 '지원자격'은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안에 들어오면 또다른 창문들이 건물 중심부 광장으로 나 있다. 거실이나 주방 등 공용공간의 창문이다. ⓒ 김지현

 
티에트겐콜리기트의 역사는 1998년부터 시작된다. 덴마크 사회에서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학생 주거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노디아 재단(Nordea-fonden)이 지갑을 열었다. 건축 설계시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로마의 콜로세움, 중국 하카족의 집단가옥 토루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이 기숙사는 부지 중앙을 비워 광장을 만들고, 이를 건물로 둘러싸게 해 멀리서 보면 원기둥 모양으로 설계됐다. 공용공간의 창문은 광장으로, 기숙사방의 창문은 바깥을 향하게 냈다.

정원이 400여 명인 기숙사는 특정 대학 학생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 대학생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다만 통학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코펜하겐 인근 대학교 재학생이 지원 대상으로 보인다. 또한 기숙사 정원의 10%가량을 외국인 교환학생에서 뽑는다.

거주 학생을 선발함에 있어서 주요하게 보는 요소는 '지원 동기'와 '다양성'이다. 기숙사에 왜 살고 싶은지, 공동체의 다양성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성적 요건도 필요하다. 티에트겐콜리기트가 제시한 성적 기준은 '고교 재학시 덴마크 표준 등급 척도상 평균 점수 7점 이상'이다. '7점 이상'은 C학점에 해당한다. 지원 요강상 특이한 점은 "부모가 자녀의 기숙사 신청에 개입하지 않길 권한다"고 명시한 대목이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자치위원회가 거주 대학생을 선발한다. 1년에 네 차례 거주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경쟁률은 대략 10대 1 정도라고.

주방 함께 쓰는 12명... 서로를 알아가다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내 공용 거실 중 하나. 거실 같은 공용 공간의 창문은 광장으로 나 있다. ⓒ 김지현

 
티에트겐콜리기트의 모든 건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 복도를 따라 쭉 걸어도 가로막는 벽은 없다. 옆동으로, 또 옆동으로 이어진다.

'꿈틀비행기 16호' 참가자들에게 기숙사를 소개한 케빈(덴마크공과대학 재학)은 "자기 방으로 가려면 공용 거실과 공용 주방을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면서 "이곳에 사는 학생간 상호 교류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공간 구조가 개인과 공동체 삶에 영향을 주는 것.

이곳 학생들은 12명이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룬다. 이 12명이 공용 주방을 함께 사용하며 함께 밥을 해먹고, 더불어 수다를 떤다. 그러면서 서로를 깊게 이해한다.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의 한 공용 주방.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 김지현

 

'꿈틀비행기 16호'에게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를 소개한 케빈. 그는 주방 한쪽 벽면에 붙은 지도를 설명했다. 지도 속 꼬마들은 현재 같은 주방을 쓰는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이라고 한다. ⓒ 김지현

  
케빈이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에게 공용주방을 설명하는 사이, 기자의 눈에 주방 벽면 한쪽에 붙은 덴마크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몇몇 도시 이름 위로 검은줄이 매달려 있었는데, 이 줄을 따라 가면 꼬마 아이들의 사진과 연결돼 있었다. 지도 바깥엔 중국 지도가 조그맣게 붙어 있었고, 동양인 남자 꼬마의 사진이 옆에 붙어 있었다.

"이 주방을 함께 쓰는 친구들의 어렸을 때 사진이에요. 고향을 표시해놨어요. 누가 어디서 왔는지 서로 알 수 있으니까요. 생일도 적어놨죠.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와서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중국 지도 옆 아이는 이 기숙사에 사는 교환학생 친구예요."

공용 주방을 지나 개인 방에 들어가면 코펜하겐의 풍광이 펼쳐진다. 기숙사 건물이 원형으로 돼 있어서 각 방마다 서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단다. 티에트겐콜리기트의 방 면적은 네 가지로 나뉘지만 각 방마다 모양과 구성이 다르다고 한다. 천편일률적인 모양새를 가진 대한민국의 오피스텔형 기숙사와는 사뭇 다르다.

"공동체 문화가 있으면서 개인의 독립성까지 보장"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1층의 우편물 보관함. 디자인 전문가들이 색감을 고려해 우편물함의 색칠을 선택했다고. ⓒ 김지현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1층에 있는 작업실 중 하나. 한 학생이 재봉틀을 사용하고 있다. 2500원만 내면 이 공간을 기숙사에서 나올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 김지현

 

티에트겐 대학생 기숙사 1층에 있는 스터디룸. 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 김지현

 
공용 거실·주방만 소통의 공간은 아니다. 티에트겐콜리기트엔 다양한 공용시설이 있다. 이 시설들은 주로 1층에 있는데, 이 역시 상호 교류의 장이다. 공용세탁실, 작업실, 스터디룸, 피트니스룸, 시청각실 등이다.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이 놀라운 반응을 보인 지점은 시설 이용 비용이었다. 세탁기를 한 번 돌리는 데 2000원, 건조기는 1000원이었다. 작업실은 2500원만 내면 기숙사에 거주하는 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다. 

거주 학생들의 목소리가 기숙사 공간 운영에 반영되기도 한다. 일례로 학생들이 의견을 내 스터디룸 일부를 피트니스룸으로 바꿨다고 한다. 케빈은 "공간 운영을 관장하는 위원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을 거쳐 바꾼 것"이라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학생들의 여론이 있으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모든 학생은 기숙사의 각종 위원회에 속한다. 학생 자치가 기숙사 인원 선발뿐만 아니라 공간이나 행사 운영 등 기숙사 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끼친다.

한 '꿈틀비행기' 참가자가 케빈에게 이곳 생활이 만족스러운지 물었다. 케빈은 "제가 다니는 학교는 코펜하겐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래도 여기에 삽니다"라면서 "서로를 깊게 알아가는 공동체 문화가 있으면서도 개인의 독립성까지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의 문화가 좋아요"라고 답했다.
 

기숙사에서 1시간 반 떨어진 학교에 다니는 케빈(왼쪽에서 세 번째)과 '꿈틀비행기 16호'의 중고등학생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지현

 

덴마크 코펜하겐 티에트겐 학생 기숙사를 견학 방문한 '꿈틀비행기' 16기 참가자들. ⓒ 김지현

덧붙이는 글 꿈틀비행기 17호는 오는 8월 출발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omn.kr/1mleb'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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