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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수성이 수성구 팔현습지에 조성한 수성파크골프장. 이곳 입지 또한 습지 안에 파크골프장을 건설한 것으로 문제가 많다.
 수성수성이 수성구 팔현습지에 조성한 수성파크골프장. 이곳 입지 또한 습지 안에 파크골프장을 건설한 것으로 문제가 많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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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대구시는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시의 계획에 따르면 동구 9홀(확장), 서구 9홀(신설), 북구 2개소 63홀(신설), 달서구 9홀(확장), 달성군 18홀(신설)이다.

동구 지역은 기존 27홀 규모의 봉무파크골프장(봉무동 소재)에 9홀을 추가로 조성하게 되며, 서구 지역은 비산동 매천대교 상단에 9홀을 신규로 조성할 계획이고, 북구는 사수동 지역에 달서구는 방천리와 파호동에 각각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는 실시설계 용역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 뒤 2024년 7월까지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조성하는 파프골프장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의 파크골프장 수는 기존 25개소 513홀에서 29개소 621홀로 늘고, 금호강에도 기존 14개소에서 20개소로 늘어난다. 

사업이 완료되면, 금호강 대구 구간 42km에 파크골프장이 20곳이나 들어서는 것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거의 2km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금호강 둔치는 대부분 개발이 돼버려 이곳을 이용해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은 서식처를 잃고 고립무원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몰(沒) 생태적 개발 사업 & 어르신들 위한 사업

이에 따라 환경사회종교단체들로 구성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30일 성명을 내고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을 밝힌 대구시를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금호강 둔치는 야생동물의 집"이라며 "야생동물의 마지막 서식처 파괴하는 대구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며 "대구시는 야생과 더불어 공존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금호강은 이들 야생동물들의 땅이다. 이들을 내쫓을 권리가 없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따라서 무리한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금호강은 이들 야생동물들의 땅이다. 이들을 내쫓을 권리가 없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따라서 무리한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문화재청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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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시장은 "파크골프는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생활체육으로 각광받는 스포츠이자 노인복지시설로 노인질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며 "앞으로도 대구시는 구·군과 함께 파크골프장을 노인복지시설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후에도 계속 파크골프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이와 같은 홍준표 시장의 생각에 '금호강 공대위'는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현장에 답이 있을 듯해 30일 현장을 찾았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금호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과연 그곳이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도 되는 적당한 입지인지를 확인해봤다.

파크골프장 신설 현장을 찾아 가다
 
대구 달서구 파호동 금호강 둔치에 신설하겠다는 파크골프장. 이곳은 아래 유명한 달성습지와 이어지는 생태계로 개발 불가 입지다.
 대구 달서구 파호동 금호강 둔치에 신설하겠다는 파크골프장. 이곳은 아래 유명한 달성습지와 이어지는 생태계로 개발 불가 입지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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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구 달서구 파호동 강창교 아래 금호강 둔치다. 이곳은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로 유명한 달성습지와 이어지는 장소다. 이런 곳은 달성습지의 배후습지로 보존해야 할 곳이지 개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는 이곳 아래에 금호강 르네상스 계획의 선도사업으로 교량을 놓아서 강정고령보 디아크와 달성습지를 연결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설 교량과 신설 파크골프장으로 인해 이 일대 생태계는 완전히 교란될 수밖에 없다. 
 
이 부근 이미 두 곳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꼭 해야겠다면 방천구장을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부근 이미 두 곳의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꼭 해야겠다면 방천구장을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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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달서구 방천리 위생매립장 앞 금호강 둔치다. 이 부근엔 이미 두 곳의 넓은 파크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대구시는 이들 파크골프장도 모자라 금호강 둔치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금호강 공대위는 '탐욕'이라고 비판했는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하겠다면 둔치에 이미 개발해둔 방천구장을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이곳에 남은 둔치마저 내놓으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세 곳이 파크골장이 들어선다. 탐욕의 개발 행위란 비판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세 곳이 파크골장이 들어선다. 탐욕의 개발 행위란 비판이 절로 나온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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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일대의 경우, 상류로 올라가면서 인근 세 곳에 파크골프장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바로 사수동 파크골프장과 비산동 매천대교 상단 그리고 하중도인 금호꽃섬 옆 금호강 둔치 등에도 골프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일대는 그야말로 인근 산 등과 단절된 생태계로, 금호강 둔치를 제외하면 야생동물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없다.

이 세 곳에 모두 파크골프장이 조성되면 수달과 삵,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들은 고립무원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문제를 대구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중도인 금호꽃섬과 연결된 생태계로 야생동물들이 머물 수밖에 없는 곳으로 이곳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건은 절대로 안될 입지다.
 하중도인 금호꽃섬과 연결된 생태계로 야생동물들이 머물 수밖에 없는 곳으로 이곳에 파크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건은 절대로 안될 입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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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인 금호꽃섬 바로 옆 금호강 둔치에 조성되는 파크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하중도와 이곳 둔치는 연결된 생태계로,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면 둘을 오가면 생활하던 야생동물들 역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란 소리냐"는 비난의 소리가 나올 만한 입지다.
  
동구 한 곳만 가능하고 나머지는 불가 입지
 
백번 양보해서 유일하게 가능한 입지다. 야구장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정도는 허용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미 이 일대 둔치도 모두 개발돼 흉물스럽다.
 백번 양보해서 유일하게 가능한 입지다. 야구장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정도는 허용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미 이 일대 둔치도 모두 개발돼 흉물스럽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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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구 봉무동 금호강 둔치에 들어서는 파크골프장이다. 이곳에도 넓은 파크골프장이 이미 들어서 있다. 이걸로 부족하니 더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탐욕의 행정으로 보이지만 이곳은 이미 들어서 있는 리틀야구장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을 위하는 시설을 노인들을 위한다는 파크골프장에 내어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을 다른 용도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새로 조성하겠다는 6곳의 파크골프장 중 5곳은 적절하지 않고, 한 곳 정도만 가능한 입지란 소리다. 5곳 모두 개발되면 야생동물들이 숨어지낼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져 그야말로 생태적 대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는 "파크골프장을 새로 지으려면 이곳 금호강이 아닌 강 밖의 땅을 찾아 신설하는 것이 옳다. 금호강의 야생동물들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라며 "그러니 더 이상 금호강에 파크골프장을 신설하는 약탈적 행정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파크골프장을 25곳이나 보유한 대구시는 더 이상 신설하려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적절히 잘 관리해서 소외되는 노인들이 없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해답이 되어야 한다. 
 
이들 둔치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이 머무를 곳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이들 둔치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종 야생생물이 머무를 곳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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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특히 도심의 하천은 야생동물들이 인간의 개발 행위를 피해 마지막으로 숨어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이곳마저 인간이 개발해버리면 이들 야생동물들은 갈 곳이 없고 살 수가 없게 된다. 이 점을 잘 해아려 '약탈적 행정'이 아닌 '공존의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의 말이다.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이 명심해야 할 하천관리 철학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강 생태를 조사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파크골프장, #대구시, #야생동물,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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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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