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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10년 넘게 일해도 다시 신규 채용...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https://omn.kr/22hkw

- 계약직이고, 고용이 불안한데도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흥미가 있었어요. 초등학교는 처음이지만 대학생 때 학원에서, 과외로 고등학생을 가르쳐봤거든요. 그래서 진로를 이렇게 잡은 거죠.

방과후가 아니라 본 수업에서 교과서를 가지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칠 수 있잖아요. 책임감을 갖고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작은 학교에 있다보니 한 아이를 유치원 때부터 쭉 봐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만족스럽죠. 영어 실력이 좋아지는 것도 보이고요.

한 공동체 안에서 '교육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들도 있어요. 행사를 치르거나 할 때 다같이 '으쌰으쌰' 하니까요.

보람을 갖고 일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원) 선생님들끼리 모이거나, 공무직 선생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때 여기도 낄 수 없고, 저기 끼기도 어렵고. 괴리감을 느끼기도 해요. 저도 모르게 조금씩 밀어내더라고요. 교원, 공무직 모두 전보하는데 저는 계속 있거든요."

- 영어회화전문강사는 교원과 교육공무직 사이 어딘가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인데요. 여기서 오는 차별이라던가, 부당한 대우를 겪었거나 느낀 적이 있나요? 힘든 점을 말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 계획을 짤 때, 저도 포함되거든요. 저를 부르지만,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요. 아무래도 '곁가지'라는 느낌을 받죠. 그리고 노동조합에서 매년 교섭하고 투쟁하는데, 영어회화전문강사는 교섭이 끝나도 '기타 직종'으로 분류돼서 한 번 더 교섭해야 했죠."

교육공무직은 임금체계가 복잡하다. 영양사, 사서 등이 있는 '1유형'과 조리실무사, 교무행정실무사 등이 포함된 '2유형'으로 분류된다. 학교 청소와 당직경비 등을 맡는 '특수운영직군', 7급 공무원 수준의 대우로 채용된 교육복지사 등 '1유형 초과 직종',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강사직군'이 있다.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호봉제를 적용받는 '구육성회직원'을 비롯해 교육청마다 각기 다른 직종이 수십 개씩 있다. 2021년까지는 1유형과 2유형의 임금을 중심으로, 여기에 편입되지 않은 직종들의 임금이나 수당을 추가로 교섭했다.

"교섭이 끝나서 처우가 바뀌면 우리는 아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전혀 몰라요. 어떻게 월급을 받는지, 어떻게 쉬는지도 모르더라고요. 교원은 연수를 쓰면서 쉴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왜 쉬느냐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근무지 외 연수를 22일까지 쓸 수 있는데 교장, 교감 선생님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설명해야 하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당연한 일을 다시 설명하는 게 힘들죠.

교육청 담당자들도 계속 바뀌다 보니 어려워요. 교육청에도 (우리의 처우나 복무에 관해) 설명해야 하고, 교육청에서 관련된 공문이 내려오면 당연히 처리해줘야 하는데 이해 못 하는 분들이 있죠."

제도를 적용해야 할 관공서나 담당자에게 적용받을 당사자가 상세히 설명해주는 일은 교육공무직 분야에서 심심찮게 있다. 근거 법령이 없고, 임금체계 자체가 복잡하고, 지역이나 직종마다 제각기인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급여업무나 복무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도 어렵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2022년 교섭에서는 교육공무직만의 독자적인 임금체계를 만들고, 모든 직종을 임금체계 하나로 통합하자는 요구를 내세웠다.

"초과수당을 받는 데 문제가 있었어요. 교육청에서 정확히 갈음해서 거의 끝난 문제긴 한데요. 예를 들자면 이런 거예요. 주당 수업시수가 22시간이고, 방과후 수업을 2시간 한다면 방과후 수업 2시간에 대한 수당을 받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학교 일정에 따라 수업 빼고 체험학습을 하러 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수업 2시간을 못 하게 되면, 방과후 수업 수당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수업시수를 채우지 않았는데 왜 수당을 받냐는 거죠. 그런데 (수당을 왜 받냐는 말이) 잘못된 게, 하지 않은 정규수업 2시간은 어차피 1년 동안 채워야 하는 거예요. 나중에 수업을 더 한다고 수당을 받진 않거든요.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써요. 학교에서는 남은 연차휴가를 쓰라고 하는데, 안 써서 연차휴가가 남으면 연차수당을 주지 않아요. 수당을 주려면 학교 자체 예산으로 줘야 하는데, 학교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거든요. 추경 편성도 그렇고, 결재받아야 하니까 (누군가는 괜히 번거로워지죠). 초과근무도 초과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예정에 없던 예산을 새로 만들어야 하니 그렇고요. 체험학습도 1박 2일로 간다면 되도록 피해요. 이것도 초과수당을 받아야 하니까요. 우리 손이 필요할 때가 분명 있고, 저도 (일을 시키면 할) 의지가 있지만, 이런저런 부분이 있다 보니 배제되기도 하죠.

저는 두 학교를 순회해요. 지금 있는 학교는 전 학년 통틀어 6개 학급이 있어요. 여기서 수업하는 것만으로는 시수가 되지 않으니 조금 더 큰 학교에 가서도 수업해요. 초등학교마다 영어 전담 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제가 그 부분을 맡으니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긴 해요. 그런데 다른 학교에 가면 제 책상과 컴퓨터가 없어요. 교담실에서 있긴 하는데, 본 소속 학교보다는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하긴 어렵죠."
 
2021년 5월 교육부 앞에서 열린 영어회화전문강사 결의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
 2021년 5월 교육부 앞에서 열린 영어회화전문강사 결의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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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상여금, 명절휴가비 등 각종 복리후생성 수당을 공무직과 같게 받고 있죠. 그런데 이것도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요.
"전에는 공무직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았어요. 상여금이 없었고, 명절휴가비도 설날 25만 원, 추석 25만 원 이렇게 받다가, (공무직과) 같게 받기 시작한 게 최근 2, 3년 사이의 일이에요. 교섭에서 직종별로 동등하게 맞춰나가고 있으니까요. 이것도 교원과 공무직 사이에서 낀 존재로서 불이익이라고 생각해요.

일부 지역은 교육공무직 임금 유형에 편입돼서 완전히 같은 금액을 받기도 하는데, 전남 지역은 여전히 편입되지 않았어요. 기본급 높은 것 외에는 오히려 임금이 낮아요. 같은 경력을 가졌어도 공무직 선생님들은 근속수당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으니 처음에는 임금이 높을지 몰라도 시간이 갈수록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지죠. 대부분 경력이 10년이 넘어서 기본급이 높다는 것도 의미가 없어요. 근속수당이라는 게 커요. 그래서 교육공무직 임금 유형으로 편입되기를 원하죠."

교육공무직은 기본급, 급식비, 근속수당, 가족수당, 명절휴가비, 상여금을 임금으로 받는다. 여기에 실비변상적 급여라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맞춤형복지비가 있고, 일부 직종은 월 몇만 원 수준의 수당이 더 붙는다.

4개 지역(경남, 부산, 인천, 충남)의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위의 전부를, 나머지 지역에서는 근속수당을 제외한 전부를 받는다. 영어회화전문강사가 교육공무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4~5년 전까지는 상여금도, 명절휴가비도 없었다. 기본급과 맞춤형복지비 외에는 식비조차 없는 지역도 있었다.

2023년 1월 31일 기준,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기본급은 230만8000원이고 교육공무직은 1유형 206만8000원, 2유형 186만8000원이다.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기본급이 더 높긴 하나, 교육공무직은 1년차부터 21년차까지 월 3만9000원의 근속수당을 받는다. 일한 지 10년 정도 지나면 임금 수준이 역전된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 일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 또는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수업 준비하고, 내가 가르치는 것을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어를 잘하든 못 하든, 제가 하는 수업으로 즐거워하고 만족하면 가장 보람된 것 같아요. 학교 공동체 안에서 뭔가 하고, 같이 이뤄냈다는 것에서도 보람을 느끼고요. 가르치는 것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교실이 참 좋아요. 오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마음이 편해져요. 집보다 편할 때도 있어요."
 
이강우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
 이강우 선생님이 수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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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영어회화전문강사라는 직종이 생긴 지 12년 됐고, 알게 모르게 공교육에서 영어를 맡으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에 맞는 처우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맡은 일을 열심히 할 겁니다. 학교 현장에 남아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거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신규채용이 다시 돼서 재계약했지만,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니까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예민해지더라고요. (4년 계약이 만료돼서) 내년에 신규채용 평가를 앞둔 선생님들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끔 저를 포함해서 많이 응원해주세요."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진다. 사용자는 일하는 사람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사람은 2년을 초과해서 기간제로 일하면 무기계약으로 본다. 계약의 자유라는 이유로 사용자 마음대로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거나, 일하는 사람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든 정규직 고용이 원칙이며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은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자신들을 영어교사로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영어교사만큼 월급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10년 넘게 공교육에 헌신했으니, 불안에 떨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무기계약으로 전환해달라는 것이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이 왜 4년마다 어학시험을 다시 봐야 하고, 함께 일했던 동료 앞에서 수업을 시연하고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경쟁'과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를 뭉개고, 나의 권리마저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됩니다.


태그:#교육공무직,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불안, #비정규직,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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