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형욱 훈련사가 운영하는 '모듬컴퍼티'에 가장 많이 방문했던 견종은 무엇일까. 바로 '말티푸'였다. 몰티즈와 푸들의 개량종인 말티푸는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충만하며, 애교 많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외로움을 많이 타고, 낯선 소리나 물건 등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단일모라 추위에 약하고, 호흡기 질환 및 골절 등 질환에 취약하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희망이'(수컷, 7살)
래브라도 믹스견 '소망이'(수컷, 7살) 
말티푸 '꼬망이'(수컷, 2살)


희망이가 입질을 하는 까닭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지난 30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말티푸'였다. 평범한 오후, 가족들은 천사같이 착한 레트리버 형제들과 막내 꼬망이와 함께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긴박해졌다. 오늘의 고민견 꼬망이가 희망이와 소망이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는데, 엄마 보호자 옆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듯했다. 소망이와 희망이가 다가오면 맹렬히 짖어댔다. 

한편, 희망이와 소망이는 신발을 물어뜯거나 소변 패드, 사람이 먹는 음식 등을 찢어발겼다. 최근에는 사람이 하고 있는 목도리를 물어서 당기고, 책을 무는 등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행동들을 했다. 점점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는 빈도가 많아졌다. 희망이는 엄마 보호자에게 입질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레트리버 형제들의 이상 행동, 그리고 희망이가 입질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엄마 보호자는 그 이유에 대해 꼬망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 추측했다. 항상 시작은 꼬망이였기 때문이다. 또, 잘 놀다가도 순식간에 격해지는 대형견의 싸움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용할 새가 없었고, 날뛰는 반려견들을 제어하기 힘들어 보였다. 아들 보호자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딸 보호자는 그 와중에 손을 물려 눈물을 쏟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엄마 보호자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주도적으로 반려견 케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악몽 같은 시기를 보낸 후 1년 6개월 만에 퇴원을 했고, 그때 선물처럼 만나게 된 꼬망이는 엄마 보호자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희망이와 소망이 그리고 꼬망이는 엄마 보호자를 살게 해준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그럼에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당장 산책도 힘들었다. 휠체어를 탄 엄마는 딸의 도움으로 꼬망이와 산책에 나섰다. 꼬망이는 사람 발을 향해 달려들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계속되는 흥분 상태는 살벌하기까지 했다. 낯선 사람이 등장하자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아이들을 상대로도 공격성을 드러냈고, 다른 반려견에게도 맹렬하게 짖었다. 엄마 보호자가 말려도 소용 없었다 

"말티푸들이 저래요. 원래는 엄마가 꼬망이를 밀어내야 해요. 그게 쉽지 않아서 그렇죠." (강형욱)

강형욱은 문제점을 간략히 요약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공격적인 꼬망이의 성향이었다. 또,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레트리버 형제들도 걱정스러웠다. 가장 큰 난제는 불명확한 주도권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소망이의 분리와 주 보호자 선정'을 꼽았다. 그는 "얘네들(희망이, 소망이)이 착해서 쟤가 살아 있"는 것이며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강형욱은 말티푸를 여러마리 키우면 잘 지낼 것 같지만, 서로 시샘하고 장난치는 성향이 있다는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꼬망이가 엄마 보호자 옆자리를 차지한 채 소망이와 희망이가 다가오면 달려드는 까닭은 "레트리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 보호자가 좋아하는 줄 알기 때문"이었다. 꼬망이가 더 이상 착각을 하지 못하도로 가르쳐 줄 필요가 있었다.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훈련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꼬망이를 가까이 두지 말고 밀어내는 것이다. 엄마 보호자는 꼬망이가 무릎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밀쳐냈다. 그것만으로도 꼬망이는 더 이상 짖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마 보호자 주변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하는 게 자기 역할인 줄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형욱은 칭찬받으려고 했던 행동이 잘못됐다고 정확히 이야기해주는 게 보호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에 꼬망이는 달라진 위치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엄마 보호자의 과감한 표현과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강형욱은 이때 꼬망이를 부르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조언했다. 이 틈에 소망이와 희망이를 마음껏 예뻐해 주게 했고, 외톨이가 된 꼬망이는 관심을 끌기 위해 짖기 시작했다. 다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사랑이 필요한 법이다. 

엄마 보호자는 소망이와 희망에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며 자책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반려견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고, 사랑을 절제해야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 닥친 불행에 꼬망이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고, 희망이와 소망이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줘 다견 가정의 균형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누가 그를 탓할 수 있겠는가. 

강형욱은 희망이와 소망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꼬망와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반려견들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하면서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행동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강아지를 좋아하고 훈련사를 꿈꾸는 조카가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웠다. 강형욱은 주 보호자를 설정하고, 분리 생활을 권장했다. 

꼬망이의 시급한 해결책

남은 문제는 산책이었다. 아빠 보호자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사정이라 반려견 관리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만 산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형욱은 분담해야 산책을 담당할 것을 권유했다. 덩치가 좀더 큰 희망이는 아들 보호자가, 소망이는 딸 보호자와 조카 보호자가 맡기로 했다. 다만, 꼬망이의 경우에는 당장의 해결책이 시급했다.

집 밖으로 나온 강형욱은 속도를 내고 싶어 하는 꼬망이의 목줄을 '퉁' 잡아당겨 통제에 나섰다. 꼬망이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산책에 당황한 듯했다. 강형욱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엄마 보호자와 산책을 나올 때는 보조가 있어야 한다며, 당분간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훈련은 생각보다 수월했는데, 불과 5분 만에 꼬망이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꼬망이는 시야에 다른 반려견이 들어오자 갑자기 흥분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심지어 적응 못한 목줄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날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꼬망이는 서서히 짖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게 됐다. 그 상황을 지켜보는 엄마 보호자는 마음이 편지 않은 듯했다. 강형욱은 "미친 개"라는 강한 표현까지 불사하며, 꼬망이의 행동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동안 꼬망이의 산책이 다른 반려견들에게 상처가 됐을 거라는 얘기였다. 훈련이 계속되자 꼬망이는 얌전히 걷기 시작했다. 옆에 꼬마 아이가 지나가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과는 너무도 다른 반응이었다. 강형욱은 지금이 끝이 아니라 교육의 시작이라며, 꾸준히 훈련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앞으로 엄마 보호자가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평온한 산책을 할 수 있게 되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개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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