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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혁 훈장님은 오는 4일 입춘을 앞두고 입춘첩을 써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인근 경로당에 전달한다
▲ 단구서당 장재혁 훈장님 장재혁 훈장님은 오는 4일 입춘을 앞두고 입춘첩을 써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인근 경로당에 전달한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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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카톡이 울렸다. 명심보감을 비롯해 좋은 글을 보내주시는 단산 장재혁 훈장님의 '입춘첩 준비했어요'라는 내용이다. 곧바로 답장을 드렸다. '내일 찾아 뵐게요. 언제가 좋겠습니까'. 예의 선생님의 답은 '아무 때나 좋으니 오시오'.

그렇게 1월 31일 오후 2시 찾아뵈었다. 단구서당은 충북 단양군 단양읍 단양초등학교와 단양고등학교 사이에 자리한다. 양백산과 남한강이 보이는 명당 자리다. 제자들과 글을 쓰시다 환한 얼굴로 맞아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인자하다.

-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지요?
"춥고 눈도 많이 내렸어요. 나이가 있고 그래서 밖에 못 나갔습니다. 제가 1940년 경진생인데 설을 쇠는 바람에 84세가 됐습니다. 그래도 서당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산수 때문에 외롭지 않았어요." 

- 입춘첩은 언제부터 쓰셨습니까?
"서당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써주는 재미예요. 20년 전부터 회원들한테 나눠주고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붓을 잡고 글을 쓸 때가 가장 편안하니까요."

- 입춘첩의 의미는 뭔지요?
"입춘은 말그대로 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풍년이 들고 운수가 열리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입춘대길 만사형통'이라는 맘입니다. 특정 종교라기보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유불선 사상일 겁니다. 제가 어릴 때는 가족의 안녕, 건강을 위해서 집집마다 기둥이나 대문에 붙였어요. 근래에는 풍속이 사라졌는데 제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입춘첩을 써 줄 것입니다."

- 서당에 학동들은 얼마나 있습니까?
"몇 명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더 줄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당 운영이 아주 어렵습니다. 지난달 전기요금 75만 원을 내지 못했어요. 제가 내자와 아래층에 거주하고 2층에 서당을 운영하는데 비용이 큰 부담입니다. 과거 25평 서당 회원이 100여 명까지 갔으나 요즘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 주로 가르치는 것은 어떤 겁니까?
"오는 사람들마다 다른데요. 단양의 유래부터 한문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천자문부터 시작해서 사서삼경을 공부해요. 요즘 어른들의 경우 논어, 시경, 서경을 함께 봅니다. 몇 년 전 단양군의 지원으로 성인반을 운영했습니다. 고 김동성 군수, 전임 류한우 군수가 예산을 지원해서 서예, 한문을 무료로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어요."
 
입춘첩은 그 해 풍년농사를 기원하고 가정의 안녕을 소원하는 뜻으로 쓴다
▲ 입춘첩 입춘첩은 그 해 풍년농사를 기원하고 가정의 안녕을 소원하는 뜻으로 쓴다
ⓒ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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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학을 가르치신 지 오래 됐죠?
"단양에서 서예학원을 시작한 것은 85년 10월이니 37년 됐습니다. 당시는 학교 학생과 선생님들이 같이 배웠어요. 여선생님이 나중에 교장이 돼서 찾아왔습니다. 제가 제천농고,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는데요, 1971년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리에서 재건학교를 세우고 교장으로 5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그때부터 교육 일을 시작했다고 보면 됩니다(재건학교는 비인가 교육시설을 말한다). 국어와 한문을 지도했는데 그때 제자들과는 지금도 연락합니다."

- 한학, 한문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단산중학교를 졸업했는데요. 가정 형편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일찍 장가를 들었구요. 그때 한문을 3~4년 배웠습니다. 윤태재 선생님께 천자문부터 사서삼경을 뗐습니다. 나중에 한자1급 훈장자격증, 사범자격증을 따고 성균관 원임전의, 전국한시협회 회원, 충북도 청녕서화회 단양군지회장, 단양미협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 한문 공부의 이점이 있습니까? 요즘 말로 학력신장이나 지식함양에 도움이 됩니까?
"인성교육에 최고예요. 한문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집니다. 우리나라 말 70%가 한자니까 당연히 정확하게 구사하고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어' 하면 나랏말이에요. 제 생각에는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2000자 정도 가르치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 도리를 모르는 세대가 없어질 겁니다. 가정, 사회, 국가가 평안해질 겁니다. 신문에 보니까 패륜이 많이 나오는데 획기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확신합니다. 제 서당을 다닌 아들이 좋은 학교 가서 공부 잘 한다고 찾아오는 어머니들이 계십니다."

- 요즘 세태에 맞게 유튜브로 좋은 말씀을 알리고 계시죠?
"3년 정도 됐을 겁니다. 동영상 작품이 800여 개 이상 올라갔어요. 정성락 회원이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제가 글 쓰는 것을 게재합니다. 정성락 회원이 개인적으로 공부하려고 동영상을 찍었는데 많은 사람과 공유하려고 유튜브 작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서당 홍보도 되고 괜찮은 것 같아요."

- 한 번도 단양을 떠나신 적은 없나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단양팔경 등 경관이 전국 최고지요. 우리 선인들이 단양과 관련해서 좋은 글, 그림을 많이 남겼습니다. 도담삼봉같은 경치를 어디서 찾겠습니까. 퇴계 이황 선생께서도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셨잖아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저는 평생 붓과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뭔가를 쓰고 공부했습니다. 누구나 인륜과 도덕을 바탕으로 한 삼강오륜을 지켜서 가정, 사회, 국가에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나 행정을 하시는 분들은 도덕, 인성교육에 보다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나라가 튼튼해지고 백성들이 화합할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단양이보환, #단구서당, #입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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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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