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07 15:15최종 업데이트 23.02.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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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위한 경제생활 미디어 <어피티(UPPITY)>에서 2022년 8월 청년 세대 46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97%가 자신만의 거주공간을 갖고 독립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독립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전월세 보증금(42%)과 생활비(40%) 등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년의 주거불안은 이들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 경제성장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청년들의 독립이 어려운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2022년 7월 현재 18세 이상 29세 미만의 미국 청년 가운데 50% 정도가 부모님과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6월 52%에 비하여 소폭으로 감소한 것이지만, 2010년 44%와 2000년 38%에 비하여 매우 높은 편이며, 1930-40년대 경제대공황 시기(48%)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퓨리서치센터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청년들의 독립 저해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에서 2021년 9월 2030 미혼 청년 3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거인식 조사에 따르면, 미혼 청년의 65.8%는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동거 중인 미혼 청년 가운데 직장인(36.9%)과 학생(33.4%)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한 미혼 청년의 경우에는 직장인(59.6%)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모동거 여부 미혼청년 상태. 자료출처 : 국토연구원(2022)

  
미혼청년의 소득수준은 100만 원 미만이 35.8%로 가장 많았다. 부모 동거 청년은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43.2%로 가장 많았고, 부모 독립 청년은 200~250만 원 미만이 23.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부모 독립 청년의 수입이 부모 동거 청년의 수입보다 약 2~2.5배 정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미혼청년의 소득수준. 자료출처 : 국토연구원(2022)

  
부모로부터 독립한 미혼 청년 1029명의 경우, 첫 독립의 연령은 평균 23.5세이며, 독립 사유는 '직장 및 학교와 학원과의 거리', '독립 욕구' 순이었다(그림 1참조).
  

연령대별 미혼청년의 독립사유 ⓒ 국토연구원(2022)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특성가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청년 1인 가구 비율은 61.9%로 일반 1인 가구 비율인 30.2%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청년 1인가구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54.2%에서 2020년 61.9%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주거형태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오피스텔 등 주택이외의 거처(오피스텔, 고시원, 숙박업소, 객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에 살고 있는 청년가구 비율은 2020년 기준 13.4%로 일반가구 4.8%에 비해 높으며, 지하, 반지하, 옥탑방 거주비율은 2020년 기준 2.0%로 일반가구 1.6%에 비해 높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청년가구 비율 또한 2020년 기준 7.5%로 일반가구 4.6%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가구의 주거수준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주거비 부담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청년가구의 주택가격 대비 금융기관 대출금의 비율은 2020년 기준 46.3%로 일반가구 37.2%에 비해 높으며,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가구 비율은 74.8%로 일반가구 63.9%보다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금융지원 등의 주거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살펴 본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정책의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청년가구의 절반 이상(56.8%)이 여전히 정부의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일반가구 40.6%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경우, 청년가구 68.8%가 주거정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공공부문과 함께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2016년부터 새로운 청년주거 사업모델인 '터무늬있는집'을 진행 중이다. 터무늬있는집 사업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출자해서 모은 기금을 청년들에게 전세 보증금으로 빌려주는 것으로, 청년들은 보증금 없이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다. 터무늬있는집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각자의 방은 개인공간으로 사용하고, 주방과 사무실, 세탁실 등의 공유공간은 함께 사용한다. 공유공간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청소, 쓰레기 버리기, 식자재 구입 등을 분담하여 관리한다.

2020년부터는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을 시작했다.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는 서울시의 방치된 빈집을 주거와 지역 활동이 연계된 청년 공동체주택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년 초 서울시내 빈집 후보 리스트를 만들고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함께 주택을 답사한 이후, 주변 환경, 교통, 청년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주택을 정한다. 그리고 공모를 통해 입주단체를 선발하는데, 지역 활동을 하는 무주택 청년(18~39살)이 소속된 단체의 지역 활동 기획안을 바탕으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다. 입주를 신청한 청년단체는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공간이 필요한 이유, 입주 후 활동 계획,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마을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터무늬있는집 ⓒ 김수동

  

터무늬있는집 ⓒ 김수동

 
청년들이 당면한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무늬있는 희망아지트 사업과 같이 민간부문, 공공부문,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주거비의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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