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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생일이 없었거든요. 생일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난 1월 19일 광주 광산구의회. 의회 직원들이 반가운 얼굴로 국강현 의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구의원이 직원들의 생일을 찾아주었다는 사연은 무엇일까?

올해 1월 1일, 광구 광산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생일휴가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생일휴가 대상에 비정규직, 공무직들은 빠져있었다. 의회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일부도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은 '우리만 생일이 없나보다'라고 자조했다고. 

"하루 휴가가 뭐 큰일이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고, 오히려 공무원 생일휴가가 왜 필요하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제도가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큰 문제이지 않습니까. 기분 나쁘고 속상하다며 공무직분들이 울컥하는 것을 봤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더라고요." 

국강현 의원은 구청의 담당 국장을 면담하고, 구의회 5분 발언도 신청했다. 공무직 노동조합과도 만났고 노조에서는 피케팅과 언론제보를 준비했다. 결국 광산구청은 18일, 비정규직까지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별이 바로잡히자 직원들은 "이제 우리도 생일이 생겼다"며 환히 웃었다. 국강현 의원은 이럴 때 '정치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덕'이 되는 정치를 하고 싶은 게 그의 소명이다.

국강현 의원은 2006년 민주노동당 시절 구의원으로 시작해 광주 광산구에서만 4번째 구의원을 하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는 지역에서 1등으로 당선된, 원숙한 정치인이다. 그가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유와도 같다.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것.

"노동자들이 만들어 준 자리, 밥값 해야죠"

국강현 의원실 한켠에는 금속노동조합 광주지역금속지회 조끼가 걸려있다. 한국기계에 근무하면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광주지역 금속노동조합위원장까지 지낸 그의 이력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때를 잊지 말자고 걸어두었다고. 
 
국강현 의원실 한켠에는, 금속노조 조끼가 걸려있다.
 국강현 의원실 한켠에는, 금속노조 조끼가 걸려있다.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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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만들어 준 자리니까 그만큼 밥값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광주지역 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민주노총 집회 때 앞에 나서기가 조정위원 입장에서 조금 곤란할 때도 있죠. 그래도 실제 하나라도 더 노동자들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치를 안 했더라면 밖에서 싸웠겠지만, 안에서 제가 할일이 있으니까요."

그가 노동자들을 위해 한 일 중 대표적인 성과로 꼽는 것은 '체불임금 없는 관급공사 운영을 위한 조례'를 만든 것이다. 구청에서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있어서 하청업체까지 체불임금이 없었는지 확인한 뒤에야 완공대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체불임금이 발생한 업체는 향후 입찰에서 불이익도 받는다. 

"이 조례가 만들어진 후 구청 공사에서만큼은 체불임금이 발생한 사례가 없습니다. 이런 제도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 꼭 있어야 하는 제도죠."

국강현 의원은 이 외에도 지역 공항 소음 피해자들과 싸우며 만들어 낸 '군 공항 피해 보상법' 그리고 코로나 시기 지역 농민들에게 면세유 보조금, 농산물 포장 지원금 등을 지급하도록 한 일을 기억나는 일로 꼽았다. 

"없었던 제도들을 만들어 낼 때, 그래서 조금이라도 노동자 농민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그게 우리가 진보정치를 하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의원실 문앞에 걸린 각종 피켓과 유인물등. 국강현 의원의 의정활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의원실 문앞에 걸린 각종 피켓과 유인물등. 국강현 의원의 의정활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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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국회의원 중, 노동자 의원은 몇 명이 적당할까

국강현 의원이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다. 

"노동자 출신의 대통령이 노동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특히 박해받고 왜곡되는 고초를 겪은 뒤에 다시 돌아와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우리도 빨갱이 소리부터 들으니까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리더십을 보게 되죠."

국강현 의원도 룰라처럼 용접 일을 경험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공장에 취업해서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는 그는, 지금도 직접 물건을 만들고 기계를 창조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기계들과 화공약품 저장 탱크, 타이어 만드는 기계를 만들어봤습니다. 호남선 복선화 공사 때도 참여했었고, 미곡처리장 설비라인도 만들어봤어요. 집에도 아직 장비들이 다 있습니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 아세요? 나무를 아래에 넣는 건데, 그런 것도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세상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강현 의원의 신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힘을 쏟아서 지방의원을 넘어 노동자 국회의원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민주노동당 시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뜨겁게 느껴본 그는 다시 그런 열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노동자 의원이 몇 명이어야 적당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국강현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반틈(절반)은 해야죠. 노동자가 절반이면 의사 몇 명, 판사도 몇 명 들어오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요(웃음). 우리 모두 노동자들이 만드는 법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16년 전 명함 간직하며, 변하지 않은 '초심'

인터뷰 당일, 국강현 의원은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과 현금 카드가 바뀌어 경찰서 조사를 받게 됐다"는 주민의 민원전화를 받아 걱정을 덜어주는가 하면, 내일 동네에서 직접 민원을 받을 예정이라며 '현장 민원상담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국강현 의원이 동네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민원 현장상담소.
 국강현 의원이 동네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민원 현장상담소.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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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구의원 시절 명함과 현재의 명함을 함께 책상에 놓고 있는 국강현 의원
 민주노동당 구의원 시절 명함과 현재의 명함을 함께 책상에 놓고 있는 국강현 의원
ⓒ 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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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강현 의원실 책상에는 민주노동당 시절 명함과 지금의 명함이 함께 놓여있다. 노동자를 위한 정치라는 초심 그대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데서 보람을 찾고 있는 국강현 의원. 이제 더 많은 진보당 의원과 진보구청장을 꿈꾼다. 

"지금 광산구에 진보당 구의원이 3명입니다. 나중에는 광산구 의회의 절반 이상 그리고 구청장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달라진다, 우리 광산구가 달라졌다는 이야기 들을 자신이 있거든요. 주민들도 믿고 계시고요. 앞으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진보당, #지방자치, #지방의원,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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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서민의 정당 진보당 공동대표,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당 지방자치위원회에서는 지역정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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