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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언론노동조합 사상 최초로 방송 작가 출신 지부장이 탄생했다. 바로 송지연 TBS 지부장이다. 지난 1월 26일 진행된 4대 TBS 지부장 선거에서 송지연 작가는 조정훈 전 지부장과 경선 끝에 득표율 58.3%로 당선됐다. 총선거인 수는 120명, 투표자 수는 115명이다.

2006년 프리랜서 작가로 시작한 송 지부장은 2020년 TBS 정규직 기획작가로 입사해 <김성수의 시시각각>,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 참여했고 <짤짤이쇼>, <변상욱쇼>는 제작·기획했다. 지부장 당선 소감과 함께 TBS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3일 송지연 지부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송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
 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
ⓒ 송지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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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TBS 지부장으로 선출됐는데, 소감 부탁합니다. 또 지부장 출마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서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조합원들 뜻 잘 모아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하고, TBS에 등 돌린 시민들 마음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선거 앞두고 두 차례 후보 공고를 냈는데 출마자가 없어서 결국 3차 공고를 냈고요. 조정훈 전임 지부장께서 출마하셨어요. 되게 감사했지만, 우리 노조에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란 생각에 결심했죠. TBS의 변화된 모습, 구성원들의 마음을 시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또 회사와도 잘 소통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또 우리 구성원들이 많이 갈라져 있는데 서로 다른 목소리 내더라도 건강하게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구도 만들기 위해서 결심하게 됐습니다."

- 작가가 지부장을 하는 건 처음 아닌가요?
"맞아요. 제가 방송사 언론 노조 최초의 방송작가 출신 지부장인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TBS가 재단으로 전환 하면서 프리랜서였던 방송 작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요. 정규직 작가가 생기면서 제가 지부장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다른 방송사 작가들은 다 프리랜서거든요. 방송 작가 직군이 되게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뽑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선거기간 조합원들 만나 보셨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하나요?
"2차 공고를 내고 3차 공고를 했기 때문에 선거 기간이 짧았어요. 설날 연휴 직후 하루 딱 하루였거든요. 준비가 빠듯해서 아침에 공보물 돌리면서 인사하는 정도였고요. 놀라는 분도 있고 당황하는 분도 있고 잘해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왜냐면 공보물 사진이 3년 전에 찍고 약간 보정한 거라 실제 제 모습과 달랐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진은 거짓이지만 공약은 진실합니다'란 슬로건을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인사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 조정훈 전 지부장과 경선했는데 58.3%를 득표했잖아요. 58.3%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저는 압승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선거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선택해 주셨는데요. 그건 우리 노조에 변화가 필요했고, 그 변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마음의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뭔가 선명성 있는 메시지 내줄 누군가를 바라지 않았나라고 생각했어요. 조정훈 전 지부장이 그래도 또 적지 않은 득표를 했기 때문에 그분을 지지했던 분들에게도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어떤 변화를 원하시는 걸까요?
"사실은 폐지 조례안 사태 이후에 TBS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는 시점 이후부터 시민들의 반응이 되게 차가워졌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사실 피해자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내부에서 나오는 조합의 메시지에 혼선이 생겼어요. 그런 혼선들 때문에 등 돌리는 시민들이 있었고 저희 내부에서도 약간의 갈등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길 바랐던 것 같아요."

- "언론노조를 언론노조답게, TBS를 TBS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TBS가 30년 동안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있었잖아요. 직원들이 공무원 조직이고 직원들 신분도 임기제 공무원과 비정규직이 많았어요. 비정규직 비율이 되게 높아서 고용 불안이 되게 심각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언론으로서 사명이나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고민은 사실상 재단 출범 이후 본격화됐거든요. 저희가 폐지 조례안 사태를 겪으면서 대응이 선명하지 못했던 게 이런 조직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서였고요. 

또 서울시 출연금에 방송사 재원을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까 서울시를 상대로 목소리 내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KBS, MBC 다른 공영방송들은 여러 투쟁을 거치면서 조직이 단단해졌잖아요. 저희도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져보자는 의미에서 그런 슬로건 내걸었습니다."

- 그럼, TBS다운 건 뭘까요?
"타 방송사와 비교하면 TBS는 적은 인력과 제작비, 부족한 내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선택과 집중하면서 여러 단점은 최대한 줄이고 장점을 특화시켰어요. 때문에 나름의 킬러콘텐츠 만들어 나가면서 매체력을 높여 나갔어요. 또한 TBS는 젊은 조직입니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다른 방송사에 비해 노련함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오히려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죠.

하지만 최근 특정 프로그램이 편향성 문제에 휘말리면서 우리 스스로 느꼈던 TBS의 이런 강점들은 부각되지 않고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 그리고 자신감 결여로 이어진 상태예요. 부족한 부분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잘한 건 이어가고 싶어요. 작지만 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TBS의 강점을 'TBS답게'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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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S 폐지 조례안'에 대해 회사가 아닌 언론노조 TBS 지부 차원에서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하셨더라고요. TBS 재단은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는 우려 때문에 논의를 중단했는데 왜 지부 차원에서 하는 걸까요?"
"회사는 소송의 실익으로 폐지 조례안이 법원에 의해 무효화되더라도 서울시 출연금이 복구될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들었거든요. 그리고 만약 행정소송 하면 서울시나 서울시의회를 불편하게 만들어서 사태가 더 악화될 거라는 현실적인 우려 같은 것도 있어요. 그렇지만 조례 한 줄로 30년 넘게 공영방송으로 기능해온 TBS를 없애는 건 다수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행정소송은 이런 행위가 정말 정당했던 건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합의해 온 지방자치 제도에 합당한지를 법의 잣대와 시민들의 합리적 상식에 기대서 한번 따져보겠다는 거거든요.

이 소송의 실익이나 승소 가능성을 넘어서 제가 하나의 시민 또는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고요. 또 행정소송은 저희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라 TBS PD협회,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그 다음에 한국방송촬영인 협회 TBS 지부 같은 사내 직능단체들이 먼저 결심 해줬고요. 언론노조 TBS 지부도 여기에 동참하는 방향입니다. 제가 이 문제를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직능단체가 먼저 목소리 냈고, 여기에 힘을 보태는 거죠."

- TBS의 편향성에 대한 지적은 어떻게 보세요?
"이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여러 쟁점 중에서 가장 첨예한 것이지 않을까라 싶어요. 레거시 미디어와 다르게 유튜브 등 새 플랫폼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선택권이 넓어졌잖아요. 다양해진 선택권 안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저널리즘의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정한 저널리즘이 뭐고 공정성이 뭔지, 그럼, 편향적인 방송이라는 건 어떤 것이고, 누가 결정하는 건지를 방송심의위원회나 학계, 시민들이 모여 공론화할 수 있는 장들이 마련되어야 하는데요. 그냥 정치권에서 권력 투쟁의 틀 안에서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저희 내부에서도 고민을 좀 더 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치권의 해법이 조례 한 줄로 방송사를 통째로 없애려고 하는 방식이라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조합원 하고 소통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저희 노조에 단톡방이 있는데 지도부의 입장을 정리해서 공지하는 용도였습니다. 자유로운 소통이 어려웠고, 누군가 문제제기 하거나 반대 의견 내기 부담스러웠었거든요. 자칫 집행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서로 경계하면서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이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중이고요. 노조 차원의 소통은 대의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려고 합니다. 지부장이 조합원들에게 공지를 올리는 식의 소통은 최대한 자제하고 조합원들끼리 얘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저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정도만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임기가 2년이잖아요. 어떻게 TBS 지부 이끌어 나갈 생각이신가요?
"저는 조합원들에게 선거 과정에서 네 가지를 약속했거든요. 하나는 선명하고 강한 노동조합, 둘째는 체계적이고 민주적인 조합 운영, 셋째는 전략적이고 준비된 메시지, 넷째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노동조합이었습니다. 먼저 제작과 비제작 부서 등 각 직군을 아우르는 통합집행부 꾸리고 조합 내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제를 복원해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확립하는 걸 가장 핵심으로 삼을 거고요. 이를 통해서 폐지 조례안 무효 소송 진행하고, 제작 편성의 독립성 확보하기 위한 임명동의제를 임기 내에 쟁취하고 싶습니다.

신임 대표가 2월 6일에 오는데 저희 조합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새 대표가 과연 어떻게 조직을 이끌 것인가 이거든요. 왜냐하면 임원 추천위원회에서 대표 뽑는 선임 과정이 예전과 다르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TBS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그래서 새 대표가 어떤 목표와 비전 갖고 있는지, 서울시 출연금 복구를 위한 세부 실행 계획은 어떤지 직원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보고요. TBS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대표를 노동조합도 적극적으로 돕겠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노조가 되려고 합니다."

태그:#송지연, #TBS, #폐지조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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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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